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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

시든 꽃

고모가 화단에서 잘 키운 수국을 화분에 옮겨 심어 나에게 선물해 주셨다.


가게 앞에 놔두면 좋겠다고 하시며.


하얀 수국이 활짝 핀 예쁜 모습이었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는 받아와서 가게 앞에 놔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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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렇게 시들어 있었다.


수국은 물을 자주 줘야 한다는 말을 흘려들었던 것이다.


그제야 부랴부랴 물조리개에 물을 받아 수국에 물을 뿌려 주었다.


수국에 물을 주고 옆을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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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꽃들이 뜨거운 햇볕을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 있었다.


가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주방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날이 덥다는 핑계로,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중이라는 핑계로, 가게 바로 앞에 놓여 있는 화분조차 돌보지 못하는 동안, 꽃들은 그들 나름 치열하게 버티고, 버티다 이렇게 시들어 버리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번에도 고모로부터 수국을 선물 받지 않았고, 가게 근처 마을에 살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삼색병꽃을 선물 받지 않았다면, 가게 앞 화분에 꽃들이 시들어가든 어떻든 전혀 마음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보고 나니, 나의 무관심과 게으름에 꽃들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가진 것들에 관심을 두지 않고,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만 골몰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내 주위의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를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다.


평범한 오늘의 하루는.....


기적이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 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 칭찬만을 갈망했다.
웬델 베리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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