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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그딴 거 없다.

나중은 없다.

며칠 전, 학교 선배 한 분과 잠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가 거동을 전혀 못하시고,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모셨다고 했다.


"솔직히 이렇게 말하면 참 그렇지만......."


선배는 어렵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와 함께 요양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면,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마음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고.


요양병원에 모시고 보니, 모든 게 돈이라고 한다.


1인 간병은 꿈도 못 꾸고, 보통 10인 간병을 한다고 한다.


10명을 돌아가면서 간병인 한 명이 간병을 하는데, 금액은 90~100만 원 정도.


선배는 6인을 공동으로 간병을 하는데, 6인 공동 간병은 50만 원이 추가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같이 누워 있어도, 특별케어(?) 그게 나는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금액이 더 추가가 된다고 한다.


5월 가정의 달에는 비타민이나 영양제 특별할인 기간이니 미리 구매해 놓고 챙겨놔라고 요구를 하기도 한단다.


어머니를 위한 것이니, 금전적 부담은 되지만, 못하겠다고 거절하는 것도 민망해서 그냥 사놓는다고 했다.


한 달 평균 300만 원 가까이가 어머니를 위한 비용으로 나간다고.


다행히도 선배는 그 정도 준비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해 놓으셨다고 했다.


"문제는 나다!"


선배는 자신이 과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죽음에 이를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자식들은 아직 취준생, 그리고 대학생이다.


선배는 내일모레가 환갑이다.


아직 몇 년은 자식들을 케어하고,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


"자식들 키운다고 청춘 다 보내고, 이제는 부모님 부양하고, 그다음은 내 차례 아니겠나?"


선배의 말에 지난번 미용실 아주머니의 말이 오버랩되었다.


"애들 키우면 다 끝인 줄 알았거든요? 이제는 자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우리 엄마가 아픈 거예요. 엄마가 10년을 아플지, 20년을 아플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가 돌봐야 하거든요..... 근데, 그렇게 엄마 돌보고 나면 나도 70 넘을 것 같은데....."


70이 많은 나이는 아니다.


그렇지만 자유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나이이긴 하다.


아이들 키우고, 부모님 부양하고, 그다음은 내 차례....


"아우님. 살아보니 나중이란 건 없더라. 지금 즐겨라. 지금.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나중으로 계속 미루지 말고."


선배와 자리를 끝내고 나서 잠시 지난날을 돌아봤다.


나도 곧 50이다.


50 가까이를 살아오며 나중에, 내가 성공하면, 돈을 좀 모아서.... 이런 핑계로 미뤄 왔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내가 성공을 했나? 충분한 돈을 모았나?


아니다.


그럼 또 하고 싶은 걸 미뤄야 하나?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그 충분함이 살아생전에 이뤄질까?


모르겠다. 아마, 어렵지 싶다.


그럼 좋다.


죽음에 이른 그 순간에. 아무런 거동도 할 수 없이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하루 종일 누워 있을 그 시간이 오면, 너는 나중을 위해 미뤄가며, 무언가를 하지 않았던 건강한 시절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나는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사람의 인생은 비슷하다. 사는 과정도 비슷하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비슷할 것이다.


다르게 살고 싶다면, 나중에 다를 것이다가 아니라, 지금 달라야 한다.


나중에 즐거울 것이 아니라, 지금 즐거워야 하고,


나중에 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하고,


나중에 행복할 것이 아니라, 지금 행복해야 한고,


나중에 만날 것이 아니라, 지금 만나야 하고,


나중에 웃을 것이 아니라, 지금 웃어야 한다.




무섭고, 두려운 말일 수도 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나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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