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산문집 #서점의기쁨과슬픔
3월
02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글쓰기 클럽 ‘무엇이든 쓰는 밤’(이하 무밤)을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작년 6월부터 시작했으니 이 또한 서점과 비슷하게 일 년을 향해 간다.
문득 오늘의 무밤을 함께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글 쓰는 일이 재밌고, 대화가 정겹다. 만약 혼자라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감정일 테다. 이것은 정이 들었다는 뜻이 아닐까.
10개월 넘게 매주 수요일마다 마주하는 얼굴이 있고, 대화가 있다. 함께 하는 동료는 조금씩 바뀌지만, 그 속에서 쌓여가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K 님이 소설 속 등장인물의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 것, S 님이 클라이밍을 즐기며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다녀온 것, U 님이 매일의 일기를 기록한다는 것 그리고 K 님은 좋아하는 것에 심취할 줄 안다는 것.
관심사가 아니었던 주제를 덕분에 알아가고, 덩달아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 웃음이 번진다. 우리는 아주 조금씩 우리를 내어 보이고 더 욕심내지 않고, 스미듯 비추는 볕에 온기를 느끼면서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느슨하게 그러나 끊어지지 않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 아무래도 책이 있는 공간인 서점에서 쌓아가는 인연은 나쁠 수가 없다는 것이 서점원의 생각이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언젠가는 함께 글 쓰는 동료들과 안녕을 고할 때가 올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이 들었다고 느낀 순간, 바로 오늘 그것을 느꼈다. 마음을 준다는 건 헤어지는 아쉬움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서점원의 일이므로 나만의 방식을 찾아갈 것이다. 나의 자리에서 나의 사람을 만나는 것. 안녕이 있으면 또 다른 안녕이 있다.
무밤의 성과가 좋았기에 새로운 도전을 가뿐하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3월부터는 무밤의 짝꿍 같은 ‘무엇이든 쓰는 아침’(이하 무아)을 매주 목요일 시작한다.
새로운 시간,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갈 예정.
무밤이 그랬던 것처럼 무아도 각자 글을 쓰고 함께 마감하며 서로에게 든든한 글쓰기 동료가 될 수 있기를.
새로운 만남 준비하기.
무밤의 짝꿍, 무아 시작.
2026년 3월 4일 수요일
함께 쓰는 즐거움을 일깨워 준 글쓰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서점원의 문장과 책
각자에게는 하나의 적합한 자리가 있을까, 여러 자리가 교체되며 이어질까? 제자리에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행운과 끈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은 어느 정도 무의식적인 부분일 수 있다.
『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지음, 황은주 옮김, 에디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