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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나무 Sep 23. 2024

9. 뭘 어떻게 먹고, 어떤 걸 바꿨더라

- 치유하며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들


* 살아가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점점 잊혀지고 있어, 먼저 적어두려고 한다. 


요양병원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일상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얻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는 음식에 주의하라는 말을 못 들었고, 또 일상에서의 몸 관리는 암병원에서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물론 암환우가 일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를 지도하는 병원이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우리가 경험했던 대학병원은 아니었다. 그러니 “~ 좋더더라, 카더라”들이 전이, 재발 환자들 사이에서 번지는 건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일상적인 치유과정을 함께 돌봐주는 암병원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걸까? 아마도. 의료보험과 사보험이 움직이는 암의 세계는 힘들 것도 같다. 그러니 수많은 정보의 홍수들 속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마음을 태우며 매달릴 수 밖에. 그러지 않기 위해선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과 정신이 튼튼해야 할 텐데, 오랜 치병과 간병이 그걸 어렵게 한다. 요양병원에선 암환자들 사이에서 자연치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물건들이 입소문을 타고 팔리고 있었고, 특강을 온 생존암환자는 은근히 그런것들을 권유하며 자기 이름으로 구입하면 할인이 가능하다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그것들을 사용하면 암이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도움을 받은 환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된다고 해서 나도 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아픈 이유도 낫는 이유도 절대 같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먹거리에 대해선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신선하게, 채식 위주로 골고루 섭취한다. 쌀은 현미로 바꾸고, 밀가루는 가능하면 섭취하지 않지만 꼭 먹고싶다면 수입 밀가루가 아니라 국산 밀가루, 가능하면 국산통밀가루를 쓰거나 그런 재료를 쓴 과자나 빵을 먹는다. 우리는 과자가 먹고 싶을 때는 생협을 활용하거나 인터넷에서 국산 통밀을 사용하는 통밀크래커 같은 과자들을 주문해서 먹었다. 원주에 있는 이 업체는 맛도 꽤 괜찮은 과자들을 생산했다. 생협이라도 암환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식재료가 아닐 경우가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 도토리가루를 사용한다. 국수를 원체 좋아하던 그라서, 밀가루 국수 대신 현미국수나 메밀국수, 통밀 스파케티도 많이 먹었다. 국산 들기름과 들깨를 충분히 사용한다. 구이용 기름이 필요하다면 현미유를 사용한다. 야채샐러드용으로 올리브유를 먹으면 좋다. 우유를 사용한 제품들은 자제한다. 단백질은 가능하면 버섯이나 두부같은 식물성으로 섭취하지만, 육류나 생선류가 먹고 싶을 때는 구이가 아니라 주로 삶거나 쪄서 먹는다. 설탕, 소금류는 최대한 자제하고, 저염식 그리고 오래 묵은 효소류를 설탕 대신 사용했다. 고추장 된장 간장 같은 장류는 가능하면 개인이 담근 걸 쓴다. 주변에 담근 장류를 얻기 위해 여러 번 수소문 했다. 찾아보기만 하면, 식물성이나 천연, 유기능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재료들이 그래도 꽤 있었다.


돌이켜보면, 암환자에게 좋다는 음식은 엄청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걸 다 먹는다고 해서 암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수많은 좋다는 음식 중, 암환자의 개인적 입맛에 괜찮은 것들을 골라서 지속적으로 먹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브로콜리를 너무 싫어했는데 그래도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주로 해독쥬스로 해결했다. 해독쥬스와 두유를 만들기 위해 로* 이라는 브랜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해독쥬스기를 사용했다. 이 기계는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할 때도 들고 갔을 만큼 효자상품이었다. 암환자들은 전자렌지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서 100% 304 스텐으로 된 오븐을 사용했다. 후라이펜도 스텐으로 바꿨지만 사용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어떤 걸 먹느냐만이 아니라 어떻게 먹는가도 중요하다. 오래 천천히 씹어먹고,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한번 식사를 끝내고 나면 중간에 간식을 하지 않는다.


건강히 먹을 수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해독쥬스를 마시고 과일을 섭취한 다음 고구마나 바나나, 방울토마토, 통밀빵을 조금씩 먹는다. 점심은 과일을 먼저 섭취하고, 현미, 현미찹쌀, 각종 잡곡을 불리고 다양한 콩을 넣은 잡곡밥과 반찬을 먹는다. 메밀국수나 통밀스파게티도 자주 먹었다. 저녁은 간단히 아침과 비슷한 스타일로 먹는다. 과식은 금물이다. 가능하면 상황버섯, 쑥, 대추, 계피 등을 넣어 끓여서 따뜻하게 마신다.      


항암이나 방사선, 또는 나중에 암성 통증으로 제대로 먹을 수 없을 때는, 사실 별로 방법이 없다. 환자가 먹을 수 있는 걸 찾아서 먹는 수밖에. 우리의 경우는 유기농 현미 누룽지, 그리고 열무물김치를 그나마 섭취할 수 있었다. 유기농 현미 누룽지는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물을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되므로, 힘들고 피곤할 때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좋은 대안이 된다. 암성 통증이 심해지면 몸에서 음식을 거의 받아내지 못하고, 조금만 걸려도 모두 구토하기 때문에 몸에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말고 그냥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뭐든지 먹으면 된다. 환자가 먹지 못하는 것을 몸에 좋다고 억지로 먹이려고 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때, 그나마 열무물김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동생네가 근처에 사는 친구네에 가서 그 친구네의 어머니가 담근 열무물김치를 바닥까지 긁어온 적이 있다. 동생네에도, 그 친구네에도, 정말, 말로 다하지 못 할만큼 감사했었다.     


치유를 목적으로 할 때와, 치유가 목적이 아닐 때,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암 크기를 줄여봐야지 할 때는 음식에 엄청 신경을 쓰게 되지만, 마약성 진통제로 겨우 통증을 제어하고 있을 때는 음식에 큰 신경을 안 쓰게 된다. 암에 좋다는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므로. 약을 먹기 위해서 또는 그의 행복감을 위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편하게 섭취하는 것밖에.       


속이 미식거리고 구토가 날 것 같을 때, 마치 입덧할 때처럼 뭔가를 계속 씹거나 물고 있으면 좀 나아진다. 우리의 경우는 무설탕 캔디를 활용했다. 뭔가를 씹거나 먹기가 힘든 상태일 때, 자일로** 사탕은 위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입안에서 사라지므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역시 인터넷에서 주문할 수 있었다. 동생네가 찾아주지 않았더라면 생각도 못했을 거다.      


폐로 전이되었을 때 제일 처음 한 일은 침구류를 다 바꾸고 공기청정기를 산 거였다. 혹시나 먼지같은게 영향을 끼칠까봐. 그리고 잠옷처럼 긴 시간을 입는 옷들은 모두 순면으로 바꾸고, 나중에 피부에 문제가 생기고나서야 세탁세제들을 유해성분이 없는 것으로 바꾸었다. 좀 일찍 바꿨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사실 생각을 못했었다. 에코빌** 제품들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설거지 세제도, 야채나 과일을 씻는 세제도 올가닉 제품으로, 치약도 프로폴리스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제품으로. 샴푸와 비누도 화* 같은 성분 비교앱에서 확인후 구입하고, 청소용 락스도 남동생이 냄새가 독하지 않은 제품으로 가지고 왔다. 이것들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을까 알 수 없지만, 조금씩 모여 효과를 발휘하기만을 기대했던 것 같다.     


우리가 살아보자며 했던 이 모든 것들 중,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걸 뽑으라면 단연코 호흡명상수련이다. 암 크기가 줄었던 것도 이 수련의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암환자들은 아프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또 마음에 따라 몸도 영향을 받는다. 잠을 푹 못자니 피곤하고, 충분히 쉬지를 못하며 몸과 마음이 항상 긴장되어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가부좌 틀고 앉아서 명상수련을 해보겠다고 해도 혼자 잘 되지 않으며 되기도 어렵다. 그는 후배 덕분에 좋은 명상사범님을 만나 수련을 시작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그 흐름이 끊긴게, 천라지망(天羅地網)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단순화시키자면) 단전 호흡은 그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순간에도, 음식도, 운동도, 산행도 산책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순간에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그래서 그가 스스로 끝까지 우아하게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더 이상 호흡이 안된다는 걸 완전히 알아채릴 때까지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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