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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n 16. 2024

빅데이터를 논하다

프로젝트를 론칭하다


협의에 의해 PI(Process Innovation)단계는 6개월로 정해졌고, 현업에서도 각 비즈니스 단위별로 풀타임(Full time) 6명, 파트타임(Part time) 4명이 요구되어 졌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바쁜 현업에서 인력을 차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유능한 인재를 투입시킬려면 혹독한 시련을 감수해야 한다.     


“현업에서 쉽게 인력을 내놓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하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추진하는 정보전략팀에서 팀회의가 시작되었다. 김팀장의 의견 요청에 의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각 비즈니스 단위별로 유능한 사람을 보내 달라 하면 쉽게 내놓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각 부문별로 저희가 정해서 참여를 요청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진구 과장의 의견이다.


“안됩니다. 저희는 가이드 라인만 주고 현업에서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

이은미 대리다.


“맞아요, 처음부터 저희가 정해서 참여해 달라 요청하면 현업의 반발을 살 뿐 아니라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도 수동적이 될 것입니다. 제대표님의 강한 지원의사와 현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언질을 주시고, 현업에서 스스로 중요성을 인식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홍대리가 거든다. 어느새 이은미 대리와 홍대리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제대표님이 임원회의에서 각 부문별 임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하고, 현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요청하도록 하지“ 

김팀장의 결론으로 회의는 끝났다.     


“이제 회사의 운명을 책임질 프로젝트가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기 계신 경영진이 모두 주체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합니다. 각 비즈니스 단위별로 유능한 인재를 참여시킬 수 있도록 경영진들이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제대표의 지원에 힘입어 현업으로 인력을 지원받는 것이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부서에서 최고의 유능한 인재를 보낸 것은 아니다. 어떤 부서에서는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핑계로 잉여인력을 보내는 경우가 생겼다.     


전사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참여인력들의 역량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로젝트란 공통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주어진 일정 내 완료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부여된다. 따라서 일정관리와 목표관리 및 인력관리가 잘되어야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다. 


어느 한 부문의 일정이 지연되거나 품질이 떨어질 경우 프로젝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은 김팀장은 이런 리스크를 알기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역량을 최고로 여긴다. 일부 부서에서 부서 이기주의에 빠져 잉여인력을 보낼 경우 프로젝트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햇살이 따사롭지만 아직은 찬 바람이 부는 이른 봄 날 주말에 홍대리는 현지랑 야외 공원에 나와 있다. 둘은 두 손을 꼭잡고 산책길을 걷다가 고즈넉한 카페의 창가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았다.   

  

평소에 즐겨먹는 카라멜 마끼야또를 마시며, 그들은 잠시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가 진지한 얼굴로 홍대리에게 이야기한다.     



“도대체 사랑이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모르겠어. 그런데도 나는 전화를 끊기 전에, 집 앞에서 헤어질 때 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거든, 내 생각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너도 그런 것 같아. 사랑이 뭔지 잘 모르면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음악에 취해있던 홍대리는 갑작스런 현지의 사랑에 대한 의문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한다.    

 

“아니, 너 왜 그래?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야, 혹시 이제 나한테 이별이라도 통보하려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사랑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아니야, 난 홍짱을 사랑해, 단지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음미하고 싶을 뿐이야. 어떤 것을 제대로 보려면, 그것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아야 사물도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잖아”     


“현, 지금 일본으로 떠나려고 합리화하는 거 아니야?”


홍대리는 급해졌다. 이야기의 흐름으로 보니 주재원 파견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홍짱, 그동안 우린 사랑해 온게 사실이야.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의 사랑이 맹목적인 사랑인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진실된 사랑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 사랑에 거리를 두고 있다보면 확실해지지 않을까?” “난 홍짱을 믿고, 나 자신도 믿어, 그래서 결심했어 이번에 일본 주재원으로 나가기로, 도와줘, 응!”     


“사실 우린 매일 사랑한다고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는 형식적이고 일상적인 것이 되 버렸어. 상대에 대한 그리움이나 보고 싶다는 절실함을 느껴볼 필요가 있다고 봐. 꼭 의도적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이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홍대리는 난감해졌다. 나름대로 논리적인 설득을 하려고 준비했는데, 순간 뒷퉁수를 맞은 느낌이다. 사실 현지와의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일궈왔던 사랑이었기에 특별한 의문이나, 태클을 걸 필요가 없었다.      


“현, 자기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할 말이 없네, 자기와 본격적으로 사귀고 난 후론 떨어져 보낸 적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우리의 사랑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떠나기 전에 무언가 징표를 만들었으면 해”


홍대리는 더 이상 잡는 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현지가 주재원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해야 했다. 다만 불안한 마음에 특별한 징표를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알았어. 그럼 우리 떠나기 전에 가까운 사람들 모아놓고 언약식 같은 거 하면 어떨까?”


“언약식?!, 약혼하고는 어떻게 다른 거야?” 홍대리가 의아해 하며 묻는다.


“약혼하는 거랄 비슷한데, 약혼은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해야 하잖아. 부모님대신 친구들과 지인들 앞에서 선언하는 것이니까, 나름 의미가 있다고 봐”      


홍대리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정도에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홍대리가 군대에 있던 2년은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인데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편지나 이메일, 전화가 가능했고, 한 달에 한번은 꼬박 꼬박 면회를 통해 얼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 건너에 있는 일본은 상황이 달랐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주재원 준비를 마치면 현지와 헤어져야 한다. 그동안 어떻게 보낼까, 언약식은 어떻게 준비하지, 하필 이때 PI를 시작할 게 뭐람” 홍대리의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홍선욱, 무슨 고민있어? 왜이리 얼굴이 어두워?”


홍대리가 오랜만에 김중희 선배를 종로에 있는 호프집에서 만났다.   

   

“선배님, 현지가 주재원으로 가기로 했어요” 


“어떻게 된거야?  설득이 잘 안됐어?”


“그게 선배님, 사랑이 어쩌고 하면서 이번 기회에 진실된 사랑이 무엇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끝을 흐리는 홍대리에게 김중희 컨설턴트는 단호하게 말은 한다.  


   

“사랑은 무슨, 부부도 오랫동안 헤어져 있으면 불편해 질 수 있는데, 사랑한다면 같이 있어야지 눈밖에 나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거 몰라?”

“내가 아는 후배는 결혼 초기에 아내가 공부하고 싶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는데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헤어졌다고,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을 때는 더더욱 가까이 있어야 한다구”


김선배의 사랑에 대한 개념은 확고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이미 현지와는 보내주는 것으로 허락해 줬는데...     


“선배님, 이미 허락했어요. 그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헤어진다면 결혼전에 결론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거 같아요. 요즘은 결혼하고도 이혼하는 경우가 많으니 오히려 잘 됐죠 뭐”  

홍대리의 긍정적인 말에 김중희컨설턴트도 더 이상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떠나기 전에 언약식 하기로 했어요. 그 때 선배님도 자리를 같이 해 주세요. 참 그리고 이번에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성공한 데가 많지 않은 데다 이제 막 시작하는 프로젝트라 걱정이 많이 되요”     


“음, 빅데이터가 최근 몇 년 사이 핫이슈가 되고는 있지. 하지만 아직 그 효과에 대해서는 말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는 것은 리스크가 많을 텐데. 사전에 검토를 많이 해야 할거야.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거니까, 이미 만들어진 빅데이터 솔루션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자체 개발을 할 것인지 신중하게 비교 검토해야 할 것이야”     


“빅데이터 솔루션이 뭔가요?"


“빅데이터를 제품화하는 데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은 오라클, IBM, HP, 마이크로소프트 처럼 기업용 솔루션 사업을 하는 기업과 구글, 야후 등 검색 중심의 기업들이 있지, 그들의 솔루션은 기존의 제품과 결합하여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따라서 설계와 개발이 힘들 경우에는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솔루션을 도입하여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편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지만 외국에서 만든 솔루션이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요? 솔루션을 들어올 경우 커스터마이징을 적게한다면 다행이지만 일정 규모 이상하면 오히려 자체개발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모델링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홍대리 말이 맞다. 어떤 쪽이 좋을지는 비교분석을 통해 잘 판단해야 할 것이야”


“그리고 또 검토해야 할 사항은 빅데이터 솔루션으로 도입할 것인지, 빅데이터 서비스로 도입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해”     


“솔루션은 알겠는데 서비스는 뭔가요?”


“최근엔 클라우드 컴퓨팅이 활성화되면서 빅데이터를 솔루션으로 상품화하는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과 결합하여 서비스로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즉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의 제품은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 비용이 부담스러운 기업들에게 빅데이터 저장 공간과 분석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고 있지”


“다시 말해, 고객들은 자체 서버와 솔루션을 구축하는 대신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하고, 그를 분석하는 프로그램 역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개발하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어. 최근에 대표적인 기업으로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데이타브릭스(Databrics) 같은 신생기업들이 부각되고 있지”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AI/빅데이터 솔루션 서비스가 가장 활발한 두 회사]


“어렵네요 이해가 가는 것 같은데, 말로만 하니까 쉽게 와 닿지 않네요” 

“클라우드 컴퓨팅은 뭐고, 빅데이터 솔루션과 서비스의 차이점은 뭔가요?"     


“좋은 질문이야. 우선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말해 볼까.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소비되는 개인과 기업 대상의 제품, 서비스 및 솔루션을 클라우드 서비스라 하는데,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이런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IT 시스템을 통칭하는 말로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대규모 분산 컴퓨팅 패러다임이 적용되었지”


“다시 말해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존 컴퓨팅 사업에서 ‘소유’ 형태로 있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임대’ 형태 제공 방식의 시장으로 변화시켰어” 


“예를 들어, 지금 홍대리는 엑셀을 홍대리 개인컴퓨터에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개념을 적용하면, 인터넷을 접속해 별도의 서버에 저장된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문서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해,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여 쓸 때는 일시에 소프트웨어 비용을 지불하고 영구 소유하는 개념이지만, 클라우드 개념에선 소유대신 사용량에 따라 지불하는 형태로 바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타브릭스의 빅데이터 서비스를 올린 모습}


“빅데이터 솔루션과 서비스의 차이는 데이터가 모이는 위치야. 빅데이터 솔루션은 그 제품을 구매한 기업이 보유한 서버로 정보가 모이고, 빅데이터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의 시스템으로 모이게 되는 거야”     


“아, 이제야 알겠어요. 솔루션과 서비스의 차이는 결국 데이터를 어디에 두느냐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용여부에 있군요”     


“그래, 어차피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PI단계를 거쳐 프로세스 분석을 한다고 하니 그때 결정하면 되겠네. 홍대리가 잘 연구하여 가장 적합한 방법론을 적용하도록 해. 결국 어떤 방법론을 쓰는냐에 따라 프로젝트 성공여부가 결정날 거라고”     


“알겠습니다. 선배님. 오늘 귀중한 것을 알고 갑니다. 다음에도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홍대리는 오늘도 김선배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받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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