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는 것
우수한 컨설팅펌을 유치하라
우여곡절 끝에 K컨설팅이 평가자들의 평균 최고점을 획득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2위를 차지한 P사와는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P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점수에서 고르게 최고점을 차지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 해당 회사에 공문을 통해 공식 통보하고, 프로젝트 범위, 가격 등 정식 계약 때까지 추가적인 협상이 이루어진다. 제안한 내용이 '제안요청서'에 요구한 내용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는지, 같은 사항이라도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이 있는지, 혹시 수행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어 협상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를 따져보는 시간이다. 이런 절차를 '기술협상' 이란 용어로 통용되고 있었다. 대부분 극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선협상대상 업체로 선정되면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 적이다.
K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쟁에서 떨어진 H사의 부대표가 제대표를 항의 방문한 것이다.
“대표님, 억울합니다. 저의 H사가 모든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떨어진 것은 사적인 평가가 감안되어 불공정하게 평가받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김팀장의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평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황당한 일이다. 홍대리는 더더욱 가슴이 뛰었다. 일전에 선배를 통해 위험한 거래를 제시한 회사이기도 하였다. 그 때 무리한 선배의 요구를 받아 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오싹한 기운이 감돌았다.
김팀장이 평소에 K사와 친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평가를 김팀장 혼자한 것이 아니다. 김팀장도 10명의 평가자 중의 하나에 불과 했으며, 심지어는 김팀장 조차 평가에서는 K사 보다 P에 더 후하게 주었다. 아마도 경쟁에서 패하게 된 H사의 영업대표가 패하게된 핑계를 김팀장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런 황당한 경우를 만든 것이다.
다행스럽게 유한준상무의 김팀장에 대한 신뢰는 컸다. 제대표가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진위를 파악하였고, 항의하러 온 H사만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이었지만, 거액이 투자되는 IT 프로젝트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제안에 참여하는 자체만으로도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알았다. 수백억 혹은 수천억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는 수십명의 인원이 1년 가까이 제안준비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홍대리에게는 IT 세계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계약당사자가된 K사와의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우선 PM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프로젝트에서 PM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PM을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 내정된 L부장은 실무 경험은 풍부하나, 리더십을 발휘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프로젝트의 성격상 다양한 이해당사자간 의견 조율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에 따라 좀 더 연륜이 있고, 협상력이 뛰어난 PM이 투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적절한 인물을 파악하여 후보자를 다시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팀장의 완곡한 부탁을 받은 K사의 담당 임원은 곧바로 수용의사를 표명했다.
“세부적인 범위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PI(Process Innovation) 과정을 거치면서 확정했으면 합니다. 제안요청서(RFP : Request For Proposal) 에 나와 있는 요구사항으로 대략적인 범위가 정해지긴 했지만, PI를 하면서 각 비즈니스 단위별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후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린다면 그에 맞는 솔루션과 방법론도 정해지고, 세부요건도 정리되며 투입인력도 산정될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PI단계까지만 계약을 체결하고, 그 후의 계약은 PI과정이 끝나고 구체적인 솔루션과 범위가 확정된 후에 계약을 맺도록 합시다.”
전체적인 프로젝트는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인데다 투입인원과 비용이 많이 들어감에 따라 본격적인 프로젝트 전에 실시하는 PI과정은 매우 중요한 단계로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