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옥 Jun 02. 2024

공정한 평가가 중요해

우수한 컨설팅펌을 유치하라


“홍대리 오늘 저녁 약속있어?” 


H사에 다니는 선배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 선배인데 통 연락이 없다가 3년 가까이 되어 연락이 온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통 연락이 없다가 만나자고 해 의아해 하며 저녁 약속 장소에 나갔다. 


“선배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어이, 홍선욱 이거 얼마만이야?”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조금은 과장된 듯한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그 옆에는 처음 보는 낯선 사람도 같이 있었다. 


“홍대리, 인사하지 같이 일하고 있는 전홍배 컨설턴트야”


“아 예, 처음 뵙겠습니다. 홍선욱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전홍배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선배도 그렇고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도 여간 불편한 자리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이번에 하기로 한 프로젝트를 위해 제안을 준비하는 H사의 핵심 컨설턴트였다. 


“홍대리,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 H사가 같이 일할 수 있게 도와줘” “이번에 우리회사가 따기만 하면 홍대리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게”


"선배님, 제가 특별히 도와 드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제안서를 쓰시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씀 정도는 드릴 수 있어요“


선배의 예기치 못한 제의에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평정심을 찾고 원칙적인 말만 하였다.

홍대리는 술 한잔하자는 선배의 제의를 거절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있는 일이다. 특별한 제안을 한 것도 아니고, 홍대리가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없지만 마치 검은 거래를 제안 받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불쾌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매사에 조심스러워 졌다. 또한, IT는 비교적 큰 금액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업체들과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크고 작은 유혹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서 잘못된 결과를 낼 수도 있는 일이다. 


어느덧 제안서 제출 마지막 날이 되었다. 제안에 참가한 업체들은 마지막 날 마감시간에 가까워 지면서 밤샘작업하며 정성스레 만든 제안서를 들고 하나 둘씩 들어왔다. 제안서와 CD 및 제안가격이 들어있는 봉투를 밀봉하여 들고 오는 모습이 홍대리에게는 마냥 신기해 보였다.


제안가격이 적힌 봉투는 밀봉 된 체 김팀장에 의해 금고에 보관되었다. 제안가격은 평가항목에서 비중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업체 선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모든 제안서가 도착하면 제안에 참여한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 발표회를 갖는다. 이 또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 신중하고 공평하게 배정해야 한다. 의에로 제안 발표에 따라 선정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최초에 제안요청서를 수령해 간 5개의 업체 중에 최종 제안에 참여한 업체는 4개이다. 한 곳은 여러 가지 정황을 파악하고 제안 경쟁에서 일지감치 포기를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제안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칫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정되지 않으면 그 또한 의미 없는 비용이 된다. 


제안서를 제출한 4개 업체들의 제안발표회 일정이 잡히고, 그에 따른 참석자와 평가단이 결성되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객관적이고 수치 가능한 항목으로 평가항목을 구성하였으며, 평가에 참여하는 사람도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별로 베터랑들이 뽑혔다.


홍대리는 아직 평가에 참여할 역량이 안된다. 하지만, 제안서를 꼼꼼히 훑어 보았고, 제안업체에 대한 재무상태 등 다양한 경영지표와 그동안 수행한 타 프로젝트의 성과도 유심히 보았다. 나중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P컨설팅펌의 이동희 본부장입니다. 우선 제안 발표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컨설팅이 처음으로 제안 발표를 하였고, 본부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PM(Project Manager) 내정자가 준비된 자료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한다. 1시간 정도의 발표와 30분의 질의응답이 주어진다. 


“빅데이터를 통해 신상품도 만들고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운영하고 있는 DW(Data Warehouse)나 BI(Business Intelligence)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PM의 제안발표가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진구과장이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데이터웨어하우스(DW)는 과거의 데이터들을 한 곳에 집적해서 롤레이트(Roll Rate), 빈티지(Vintage), 시계열분석 등 다차원분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데이터 창고를 의미하고, BI는 EIS(Executive Information System)등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되는 데 둘 다 회사가 보유한 자료에 한정되어 있고, 과거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빅데이터 분석은 시스템 로그, 홈페이지 접속 로그 등 그동안 관리되지 않은 데이터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발생된 데이터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살아있는 데이터 들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 인사이트(Insight)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어렵네요, 엄청난 데이터를 다뤄야 하고, 그것도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한다면 구축하는데도 만만치 않고, 운영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기대효과 보다 투입비용이 많이 들어 비효율적으로 되지 않겠습니까?”


재무담당 송상무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질문한다. 


“맞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기에 투자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는 회사 내에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글로벌 업체에서 이미 만들어 활용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바탕으로 삼신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또한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여 한정된 목적으로만 활용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를 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이다 보니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하고 있었다. 


“원천적인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도대체 빅데이터가 뭡니까?”


시큰둥한 표정으로 조용히 듣고만 있던 한성한 리스팀장이 질문한다. 



“빅데이터에 대한 개념은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말대로 사이즈가 큰 데이터만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IT 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소비하는 패턴이 바뀌면서 엄청난 규모의 글로벌 웹서비스가 하나 둘 등장하며 급기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상상하지도 못했던 서비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저장, 축적,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이 출현하였습니다. 이런 대량의 정형, 비정형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여 비즈니스 통찰력을 찾아내는 것을 빅데이터라 합니다” 


“쉽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빅데이터를 통해 신상품을 만들고, 리스크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겁니까?” 영업담당 강상무가 묻는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고객의 온,오프라인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거나, 기존 충성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고, 거래데이터의 마이닝과 시스템의 로그 데이터를 통해 악의적 부정과 인터넷 범죄자들을 찾아낼 수 있으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짤 때 다양한 데이터와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같이 찾고 만들어가야할 과제라고 봅니다.” 


열띤 토론을 하는 중에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다 되 버렸다. 현실적으로 대표를 비롯해 모든 임직원들의 절실함이 있어서 그런지 관심이 매우 높았다.


평가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발표 내내 평가지표에 따라 나름대로 공정한 평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P컨설팅을 시작으로 이틀에 걸쳐 K컨설팅, M사와 I사까지 제안설명회가 있었다. 나머지 업체들의 설명회는 P컨설팅사와 대등소이하였다. 다만 업체들이 제시한 방법론에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그 방법론이란 것도 결국 프로젝트 초기에 분석단계를 거치면서 변경될 소지가 농후하였기에 특별한 차이는 없었다. 


이제 평가를 해야 한다. 업체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엔 프로젝트의 종류와 주관하는 회사의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주요 평가항목은 큰 차이가 없다. 즉 업체평가 항목엔 재무상태와 프로젝트 수행경험이 들어가고, 제안서와 제안발표회에서 제시한 방법론, 비즈니스 이해도, 요구사항 수행가능성 등을 평가하며, PM의 자격을 평가항목에 넣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PM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하다.


마지막 주요항목으로는 제시한 가격이 들어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이 당락을 결정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평가에서 프로젝트 방법론이나 수행경험 등 보편적인 평가에서 엇비슷하게 나올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장차장, 무슨 평가를 이따위로 하나?” 아침부터 김팀장이 장종배차장을 불러 세워놓고 야단치고 있다.


“P사와 무슨 감정있나? 평가는 객관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수준에서 주관적으로 하되 공정하게 평가해 줘야지. 이런식으로 특정 회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점수를 주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어?” 


사실은 이랬다. 평가에 참여한 10명의 평가단 중 장차장은 유별나게 특정회사를 폄하하는 점수를 부여한 것이다. 이유는 알아봐야겠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평가점수 중 가장 높게 평가한 것과 가장 낮게 평가한 것은 점수 집계에서 제외한다. 또한 이번에 참여한 업체는 다들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업체들로 평가점수가 변별력을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엇비슷했기 때문에 특정 업체를 지나치게 높게 주거나 낮게 주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 들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전 06화 IT나 사랑이나 전략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