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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May 26. 2024

IT나 사랑이나 전략이 필요해

우수한 컨설팅펌을 유치하라

 

"이과장 어떻게 된거야? 왜 갑자기 시스템이 중단된 거냐고? 빨리 원인파악하고 정상화시켜. 아니 먼저 장애에 대한 전사 공지부터 띠워.“     


출근하자마자 부서가 시스템 장애로 불난 집처럼 어수선하다. 오늘따라 성격이 급한 김팀장의 언성이 높아지고, 맥박은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이진구과장은 장애에 대한 공지와 보고 준비로 정신이 없고,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장종배차장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기 시작했다.


홍대리를 비롯한 정보전략팀 담당자들은 현업으로부터 오는 불만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도대체 원인이 뭐야? 장차장 어떻게 된거야? 금융회사에서 1시간 이상 장애가 발생하면 피해가 얼마나 큰지 몰라?  그나마 마감이 몰리는 월말이 아니라 다행이지. 빨리 원인 파악해서 보고해.”     


다행히 모든 채널을 가동한 덕분에 2시간 남짓 걸려 시스템은 정상화 되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스템 책임자들과 인프라 책임자 및 서비스업체에서 온 사람들이 미팅을 가졌다. 보통 시스템 장애가 발생되면 간단하게 파악되는 경우도 있지만, 몇 일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장애는 시스템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IT부서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제일 곤욕스러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평상시에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는 IT부서의 존재감이 약해져 있다가도 장애만 발생되면 온갖 욕을 얻어 먹는 부서임에 틀림없다.


홍대리도 현업에 있을 때는 장애가 날 때마다 IT부서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예기치 못한 장애나 천재지변에 의한 사태를 대비하여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 Continuity Planning)을 반드시 수립해 두어야 한다.     


“원인 파악이 되었습니다. 팀장님. 정보계 시스템에 붙어 있던 디스크가 풀(Full)이 나서 행(Hang)이 걸리는 바람에 운영계 시스템까지 영향을 미쳤던 거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 세밀하게 조사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뭐야?  정보계 디스크가 풀이 났다고?   장차장, 당신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도대체 디스크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풀이 날 정도로 몰랐단 말이야?  


데이터 량의 증가를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계획을 세워 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경우는 예상치 못한 대량의 데이터가 회계시스템에서 넘어 오는 바람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타 시스템에서 넘어오는 데이터 량도 미리 예측을 했어야 하지.”     


김팀장의 불호령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곤욕스러워 하는 장차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회계부서에서 최근에 결산기준을 IFRS 기준에 따라 변경하는 작업을 하면서 전날 밤 대량의 데이터를 테스트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처음 해보는 테스트이고, 예상치 못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다.     


어쨌든 일련의 디스크 장애사건은 큰 홍역을 치르고 일단락 되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량의 증가 추이를 보며 디스크 수요를 예측하고, 사전에 충분히 디스크를 확보해 놓는 것이 인프라 담당자의 책임이다. 그래서 IT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여 사전에 대비한다. 장애에 대한 휴우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품 수급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IT부서에서 연간 투자하는 금액은 회사 전체 예산의 10%를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50%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2024년 IT 투자 분야 예상 / ITWorld 제공]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시작된 회사의 매출액 감소 및 수익감소와 부실 증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프로젝트가 제대표의 지시로 정보전략팀에서 시동을 걸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홍대리가 활약할 시간이 온 것이다.     


매출증대와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신상품을 만들고, 리스크 관리를 통해 부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빅데이터에서 찾겠다는 발상은 좋았으나, 회사 내에서는 해 본 사람이 없고, 시장에서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누구랑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졌다.


다행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P사와 K사 같은 세계적인 컨설팀 펌들과 M사, H사, I사 같은 글로벌 IT 회사들이 구축한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그들을 상대로 제안요청서(RFP : Request for Proposal)를 배포하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홍대리, 외부 업체들과 프로젝트를 해 보는 것이 처음이지?”  


“예, 이과장님”


“자체 인력으로 수행하기 힘들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서 하는 경우가 있지. 그 경우에는 같이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해 특히,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의 요구사항이 명확해야 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가장 잘 제시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이지.”


“그래서 첫 번째 관문이 프로젝트 메인 파트너를 선정하는 제안요청서(RFP)를 제대로 만드는 거야. 이번에 하는 프로젝트는 전사적인 과제임에 따라 현업의 요구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의사도 충실히 반영되어야 해.”     


그렇게 해서 업체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 작성을 위해 현업을 포함한 소규모의 TF가 결성되었다. 공교롭게도 몇 달 전에 했던 ‘구조개혁TF'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어허 홍대리, 새로운 부서에 가더니 많이 유식해져 보이는데 잘 지내고 있지?”


제일 먼저 인사팀의 김종규과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셨어요? 과장님, 오랜만에 뵈니 반갑네요.” “덕분에 새로운 곳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정보전략팀에서 알아서 하면 되지, 왜 또 사람들을 불러 모은거야? 일도 많아 죽겠는데.”   개인영업팀의 박상진차장이 투덜거리며 들어온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상품개발과 부실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합니다. 우선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을 이끌어 갈 외부 전문업체를 선정해야 합니다. 업체를 잘 선정하기 위해서는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요구사항을 충분하고 명확하게 제시해 줘야 하고, 평가도 여러분이 공명정대하게 해줘야 합니다. 여러분은 부서 대표이면서 곧 회사 대표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김정수부장이 TF 팀장으로써 업체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영업, 전략, 리스크 등 핵심부서에서 온 멤버들은 곧바로 요구사항과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기술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하는 목적과 요구사항을 제안요청서(RFP)에 담으면, 요청서를 받은 전문 컨설팅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최적의 솔루션과 방법론을 가지고 프로젝트 참여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TF 멤버들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인터뷰도 가졌다. 실무 담당자들의 요구사항도 중요하지만, 최고 경영진들의 비전과 전략방향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TF 멤버들이 풀타임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제안요청서에는 프로젝트 목적과 기대효과, 요구사항들이 세부적으로 기술되고, 회사의 현황과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 및 예상 구축기간 등이 담겨있다.     


완성된 제안요청서는 유한준 상무의 승인을 받아,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요청서 설명회 초대 메일을 보냈다. 통상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다. 설명회를 통해 명확한 목적과 요구사항이 전달되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궁금한 사항도 확인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다행히 5개 업체 모두 참석하였다.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RFP 설명회가 끝나고, 그 자리에서 제안요청서가 전달되었다.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2주간을 주었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었으나. 삼신캐피탈의 회사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이런 경우 제안요청서를 받은 업체들은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제안 일정에 대한 압박으로 곤욕스러워 한다. 통상 밤을 새거나,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발생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모처럼 시간이 되어 현지와 함께 홍대리는 영화도 보고, 맛있는 식사도 하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홍짱, 새로운 일은 할 만해?”


“응, 생각보다 재미있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특히, IT에 관련된 일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 같아 너무 기뻐.”


“역시 홍짱은 기대 이상이라니까” “잘할 거라 믿었어. 그런데 내가 일본가는거 생각해 봤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홍대리의 마음이 덜컹 내려 앉았다. 어떻게 말하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홍대리는 말을 꺼냈다.     



[AI는 한국하면 한복을 연상하나보다 / Dall-E 제공]


“저기 현, 난 말이야  자기가 일본에 가서 경험도 쌓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내 옆에 남아 줬으면 좋겠어.”


어렵게 말을 꺼낸 홍대리의 얼굴을 뻔히 보고 있던 현지는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는 듯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좀 긴 침묵이 흘렀다.     


“1년 정도는 어떻게 기다려 보겠는데, 3년은 너무 길어.”   “집에서도 빨리 결혼할 사람 안 데려 온다고 뭐라 하시고”


이어지는 홍대리의 말에 듣고만 있던 현지가 입을 열었다.  

   

“홍짱, 날 못 믿어서 그래?   나도 자기랑 떨어져 있는 건 싫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그리고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더욱더 가기 힘들잖아. 홍짱 날 믿고 보내 주면 안돼?”     


이번엔 홍대리의 침묵이 길어졌다. 턱에 양손을 괴고 곰곰이 생각을 하며 고뇌하는 홍대리에게 현지의 말이 이어졌다.     


“일본 주재원 생활에서 돌아오면 우리 결혼하자. 그러면 되잖아 ”     


결혼하자는 현지의 소리에 솔깃해진 홍대리지만, 한편으론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기다리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 백현지과장은 주재원으로 가고 싶어 하고, 홍대리는 보내고 싶지 않은 묘한 갈등구조가 만들어진 바람에 모처럼의 데이트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그럼 우리 약혼이라도 할까?” 안 보내면 안 될 것같은 분위기에서 궁여지책으로 홍대리가 내놓은 의견이다.


“약혼?!  글쎄 그런 걸 꼭 해야 하나?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약혼을 해? 양쪽 부모님께 인사도 들어야 하고, 또 이런 저런 준비도 해야 하는데 만약 가게 되면 주재원 준비도 만만치 않거든”   

  

오늘따라 현지가 밉상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꼭 주재원에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보였기 때문에 홍대리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김중희 선배의 말대로라면 무조건 붙잡아야 할 사항이지만, 홍대리에게는 뾰족한 방안이 없었다.


어쨌든 오늘은 작전상 후퇴를 해야 한다. 다음 기회를 봐야한다. 홍대리는 다음 만날 때는 좀 더 확실한 이유를 되고 붙잡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일이든 사랑이든 전략이 중요함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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