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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May 12. 2024

든든한 후원자를 얻다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다


“현, 난 요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어.”


퇴근 후에 현지와 오랜만에 까페에서 마주했다. 다양한 케익과 커피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어 아지트처럼 자주 이용하는 카페다. 


“거봐, 홍짱은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강한 사람이라 뭐든지 잘 할 수 있다니까.”


“이번 기회에 주위에 IT에 대해 잘 하는 선배나 동료가 있으면 특별 과외를 받아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아무래도 혼자 공부하는 것보단 났지 않겠어. 회사에서는 자존심 때문에 물어보기도 어려울 거고.” 


현지의 제안에 홍대리는 삼삼회계법인에서 IT 컨설팅을 하고 있는 김중희 선배를 떠올렸다. 김선배는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로 그 누구보다 편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 요즘 고민 있어? 얼굴이 밝지 않아?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 쉽게 말할 수 없는 무슨 고민이 있는 것처럼 보여.” 


홍대리의 말에 현지는 자신의 생각을 들킨 것처럼 조금은 떨리는 음성으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홍짱, 회사에서 일본 지사에 파견할 사람을 찾고 있는데 아마 내가 적임자로 낙점된 거 같아. 그래서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야”


예기치 않은 현지의 말에 홍대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실 현지는 대학 때 부전공으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어 수준도 수준급이라 당연한 기회라 생각했다. 


“얼마나 가 있어야 하는데?” 홍대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묻는다.


“3년, 일본 지사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일본어를 잘 하는 홍보 담당자가 필요했던거 같아. 그리고 난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이고.”


“사실 홍짱을 생각하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싫고 두려운데, 나에겐 또 좋은 기회이기도 해서, 가야할지 갈등이야.” 


홍대리와 현지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는 아니다. 아직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것도 아니고 결혼을 위해 프로포즈를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둘은 결혼을 한다는 암묵적인 믿음과 신뢰가 있었다.


홍대리는 속으로 갈등하기 시작했다. 군대에 가 있는 2년 동안 현지가 기다려 준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홍대리가 현지를 기다려 줘야 할 때이다. 하지만 홍대리도 이미 30대 초반으로 결혼 정년기를 넘긴 상태이고, 집에서도 독촉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다. 


“홍짱, 아직 시간은 있어. 의사결정은 1달 정도 여유가 있고, 주재원으로 파견 나가는 것이라 결정 나고 나서도 3개월은 준비하고 나가야 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그나마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어야 하나, 그 녀의 미래를 위해 가도록 허락해 줘야 하나. 이번엔 생각지도 않은 고민거리로 밤을 새야 했다.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 홍선욱이 왠 일로 나에게 연락도 하고? 무슨 고민 거리가 있니?” 


평소 동문 선배 중에서 자상하고 후배들 잘 챙겨주기로 소문난 김선배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김중희 선배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여 글로벌 회계법인인 삼삼에 들어가 2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로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잘 나가는 선배였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는 별도의 개인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선배님, 두 가지 고민이 있어 찾아 왔어요. 하나는 제 여자 친구가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받고자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제가 최근에 IT부서에 발령이 났는데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제 전공이 IT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선배님께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그래, 우선 여자 친구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 여자 친구를 사랑하니?”


“예, 선배님”


“그럼, 무조건 잡아”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을 먼 곳에 보내는 것은 곧 헤어짐을 뜻하는 거야. 더군다나 3년이란 세월인데.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아?” 김선배는 의에로 쿨하게 결론을 내렸다. 


“선배님도 미국연수를 2년간 다녀오셨잖아요?” 


“난, 결혼하고 간 거지. 보낼려면 결혼을 하고 보내거나, 아님 최소한 약혼은... 아니다 약혼도 힘들다. 보내지마.” 


김선배의 단호한 반대 표시에 내심 당황하면서도, 확실한 의견에 홍대리는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린 느낌이다. 하지만 붙잡는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붙잡는다면 무슨 수로 붙잡는다는 것인가? 일단 결론을 유보하기로 했다. 


“그럼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 알아볼까.” “홍대리 전공이 경영학이지?”


“예 선배님” 


“회사생활 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얼마나 써먹었다고 생각해?”


“글쎄요?! 많이 써 먹진 못했던 거 같아요. 회사일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 것이 많아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사회에서 일할 때 필요한 지식은 현장에서 다시 배우는 경우가 많아, 물론 학교에서 배운 것이 바탕이 되어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전문 기술을 배우는 이공계열이 아니면 대부분 회사에서 다시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해” 


“그런데 선배님, IT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 아닌가요?”


“그렇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IT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IT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매우 다양하거든, 나도 IT 관련 일을 하고 있잖아.”


“어, 그러고 보니 그렀네요. 선배님도 IT 관련 컨설팅을 하고 계시죠?” 


“일반적으로 IT 하면 프로그램을 짜는 전산 전공자만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 오히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IT 전문 회사에 아웃소싱을 주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으로 IT 부서에서 하는 일은 전략과 기획 및 프로젝트 관리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홍대리가 몸담고 있는 부서도 그렇지 않니?” 


“그런거 같아요. 제가 근무하는 정보전략팀은 전략과 기획일을 많이 하고 시스템 개발과 운영은 IT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 직원들이 와서 하고 있어요.”


“맞아, 보통 IT는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 인프라를 관리하는 부서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전체 예산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지. 특히, 홍대리가 근무하는 금융회사는 시스템을 관리 운영하는 IT의 중요도가 매우 크다고. 시스템이 중단되어 서비스를 못한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큰 피해를 입겠어?” 



“그러고 보니 매일 실시간으로 시스템을 통해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저희 회사같은 금융회사는 시스템 서비스가 안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겠어요. 증권이나 카드회사 같은 경우는 말할 것도 없구요.” 


“이제야 IT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군, 홍대리의 역할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IT부서에서 홍대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겠어. 단순히 프로그램을 짤 수 없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오히려 홍대리처럼 비 전공자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IT에서 할 일이 많을 지도 몰라, 홍대리는 기획과 전략에도 관심이 많잖아?” 


김선배의 말에 홍대리는 가벼운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지도 몰라. 그동안 해 왔던 관행을 개선하여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하여 회사에 기여할 수도 있어.”... 혼자 속으로 생각해 본다.


홍대리는 김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IT부서에서 일하게 된 것에 대해 자부심까지 느끼게 되었다. 


“선배님, 오늘 선배님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이 많습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자주 찾아 뵈어도 될까요?”


“내가 많은 시간을 내 줄 수 없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시간을 내 줄게. 그리고 수시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메일을 통하든, 전화를 하든 언제든지 연락하고.” 


“예,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홍대리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당장 IT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보전략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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