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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May 19. 2024

나는 IT 천재 홍대리다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다


홍대리는 퇴근 후에 어김없이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찾는다. 막연하게만 느꼈던 IT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 겠다는 강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기왕에 할 일이라면 신나고 멋지게 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잘 알고, 잘 하는 사람은 없다. 이번 기회에 IT 천재가 되어 보는 거다. 홍대리에게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긴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보니, IT에 관한 책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그러나 막상 홍대리가 봐야할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프로그래밍(Programming)에 관한 책이거나, 전문용어가 대부분인 어려운 책 일색이다 보니, 책을 골라 읽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선 흥미를 끄는 책부터 보기로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이 눈에 띠었다. 


도대체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애플에서 왜 쫓겨났고, 애플은 왜 쫓아낸 잡스를 다시 영입했을까? 잡스는 정말 천재일까? 아이폰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관심을 갖다 보니 의문사항이 끊임없이 나왔다. 놀랍게도 2013년 말 기준으로 주가총액으로 세계 1위 기업이 된 애플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매각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정난에 빠진 애플은 마지막 희망을 스티브 잡스에 걸고 1997년 쫓아낸 지 12년만에 다시 그를 영입하였고, 잡스는 그 이후 2001년 아이팟을 시작으로 2007년 아이폰 출시와 2010년 아이패드를 세상에 내 놓으면서 일약 애플을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운 것이다. 


[잡스는 애플에 컴백한 이후 아이맥을 필두로 연달라 혁신 제품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홍대리를 더 놀라게 한 사실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꼽히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직접 만든 것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놀라운 직관과 통찰력 및 인문학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의 시너지에 대한 아이디어만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팟으로 대변되는 MP3가 이미 존재해 있었고,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도 기존에 있었으며, 아이패드 또한 테블릿 PC라 해서 세상에는 이미 존재해 있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든 것도 아닌데, 독보적인 매출을 보였다는 사실과 ‘창조’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에 존재한 것들의 융합으로도 이루어 진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팟이 나온 2001년보다 4년 먼저 MP3가 우리나라의 '디지털캐스트'라는 중소기업에서 'MP맨'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만들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팟에 밀린 것과 수많은 디지털 음원기기 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세계 최초의 MP3는 1997년 디지털캐스트에서 만들어 새한정보시스템이 판매하였다]


그러고 보니 애플 탄생의 바탕이 되었던 애플컴퓨터도 사실은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천재적인 엔지니어가 만들었고, 잡스는 단지 사업적으로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여 애플컴퓨터를 불과 몇 년만에 수십배로 키운 것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20대에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점들은 홍대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2007년 IT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은 두고 두고 홍대리의 마음을 두들겼다. 


“우리는 오늘 세 가지 혁명적인 기계를 선보일 것입니다. 하나는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커다란 화면을 가진 아이팟이고(Widescreen iPod with touch controls), 두 번째는 아주 새롭고 혁신적인 휴대폰이며(Revolutionary mobile phone), 세 번째는 인터넷을 이용해서 소통할 수 있는(Breakthrough Internet Communication) 전혀 새로운 기기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세 가지 기기는 각각 다른 기기가 아니라 하나의 기기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짧고 간결한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홍대리를 IT에 푹 빠지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홍대리는 스티브 잡스에 마음을 뺏기더니,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닥치는 데로 IT 영웅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IT 영웅들에 대해서 알아볼 뿐만아니라 HP, IBM, 인텔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IT 기업들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지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홍대리는 알아보면 알아 볼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선 IT 관련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과 빌게이츠와 저커버그를 필두로 IT 영웅들이 세상의 모든 부의 최상 위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기까지 했다.





“홍대리님, 정보전략팀에서 지내보니 어때요?” 이은미 대리가 호기심을 보인다.


“예, 이대리님. 요즘은 IT에 대해 공부하면서 흥미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어떤 점이 흥미를 느끼게 하나요?”


“우선, IT와 관련된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IT 관련 기업들 중에는 정말 대단한 업체가 많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던 IT 영웅들이 결코 전산 기술자들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중퇴하였고, 빌게이츠도 하버드에서 법학과 수학을 전공하다가 중퇴하고 일찌감치 상업적인 성공에 눈이 뜬 것이 오늘날 세계 1위의 갑부까지 되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IT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 1955 ~ 2011]


“이대리님, 더 재미있는 사실은 뭔지 아세요? 윈도즈 시리즈로 전 세계 PC의 90%이상의 운영체제(OS) 시장을 석권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은 남이 만든 운영체제를 헐 값에 사들여 IBM을 상대로 상업적인 성공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홍대리는 신이 나서 자신이 몇 날 몇 일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한 내용을 자랑스럽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IT에는 다양한 업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았어요.”“우선 정보전략팀만 해도 IT 투자에 대한 중장기 전략과 예산관리, 보안과 현업의 요구사항을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부터 다양한 프로젝트 관리까지 엔지니어적인 업무외에도 많은 일들이 수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IT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다양한 자문을 해주는 컨설턴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IT 인프라를 생산하고 제공해주는 글로벌 벤더들, 그리고 중요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해주는 엔지니어 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훌륭하네요, 홍대리님은 이미 IT에 관한 기초를 이해한 것 같아요.” “조금만 노력하면 조만간 IT 천재가 되겠어요. 호호호.” 


소문으로만 들었던 이은미대리는 노처녀로 매우 까다롭고, 가끔 히스테리도 부린다는데 홍대리한테 만은 유별나게 친절했다. 아무래도 혹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은미대리의 칭찬이 싫지는 않았다. 홍대리는 속으로 IT 천재가 되어 가는 것같아 우쭐해졌다. 

 

“홍대리, 요즘 IT에 대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IT와 관련된 산업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볼까?” 조용히 문서관리며 복사며 이것 저것 허드레 일만 시키더니 모처럼 이진구과장이 홍대리를 테스트 해본다.


“우선,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IT 강국이 맞는 걸까? 맞다면 왜 그렇지?” 


쉽지 않은 질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IT 강국이 맞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IT 강국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보급률이나 스마트폰 생산 및 사용률에 대해서는 분명히 IT 강국이 맞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IT 전반적인 산업을 감안해 볼 때 진정한 IT 강국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홍대리는 나름 소신있게 대답하였다. 


“여어, 홍대리, 제법인데. 세부적인 내용은 좀 더 논의해 봐야겠지만, 기본적인 이해는 충분히 되어 있다고. 훌륭해 홍대리” 이진구과장의 칭찬에 홍대리는 매우 고무되었다. 


“IT와 관련된 산업을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IT가 정보를 생성하고 전파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였으니까, 우선 정보를 만드는 산업에 대해 알아볼까.” 


“정보를 만드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기기들이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로는 HP, IBM, 소니 그리고 우리나라는 삼성과 LG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지.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글로벌하게 애플, 화웨이, 샤오미 등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역시 삼성을 들 수 있어. 더군다나 인터넷도 정보를 생성하는 주요 채널이 되니까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 네트워크 업체와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네이버, 다음같은 포털업체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 


[IT는 데이터를 생산, 운영, 전파하는 것까지 확대하여 ICT라 칭한다]


“다음엔 정보를 전파하는 분야를 알아볼까.” 


“정보를 전파하는 것은 통신분야가 아닐까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SK 텔레콤, LG 유플러스, KT 등이 해당될 거 같습니다.” 


“역시 홍대리는 하나를 알려주면 두 세 개는 깨치는 걸, 글로벌 업체로는 AT & T, Verizon 등이 있지.”


“아마 홍대리는 잘 모를텐데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로는 네트워크 산업이 매우 중요하지. 검색으로 유명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네트워크가 곧 컴퓨터가 된다’라는 말을 하며 앞으로 네트워크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 예견하기도 했어. 이 부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야. 어쨌든 네트워크 산업으로 유명한 회사는 시스코, 쥬니퍼 등이 있다고.” 


“다음은 정보를 저장하는 분야인데, 컴퓨터의 저장장치인 하드 디스크처럼 거대한 저장장치부터 임시저장을 관장하는 메모리 등 다양한 부품과 기계들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IBM, HP, 인텔 등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그럼 이제 IT에 관련된 산업을 다 확인해 본 건 가요?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같은 회사들은 어디에 속하나요? ”


“아주 적절한 질문이야.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산하는 주 제품인 윈도 시리즈나 MS Office 같은 경우는 컴퓨터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핵심 소프트웨어라고 하지, 또한 오라클이 생산하는 데이터베이스(DBMS)는 정보를 생성하는 데 핵심역할을 하는 컴퓨터의 언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같은 운영체제나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면 컴퓨터는 그냥 고철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IT는시대에 따라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들에 의해 발전해 왔지, 90년대까지는 IBM, HP, EMC 같은 하드웨어 업체들이 이끌어 왔고, 2000년대에는 오라클, SAP,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선도하였지만, 2010년부터 빅데이터 시장이 선풍적으로 불기 시작하면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들이 세상을 지배하였어, 하지만 이제 AI 시대잖아, 오픈AI, 딥마인드 같은 스타드업 뿐만아니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도 AI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


“여기까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뭐 느끼는 거 없어? 홍대리.”


“역시 예상한데로 정보를 생성하는 부문에서의 스마트폰같은 기기나 인터넷 통신 같은 것은 우리나라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저장장치나 운영체제 및 MS Office같은 운영 프로그램같은 소프트웨어 부문과 빅데이터, AI부문 같은 데이터 관련 분야에서는 확실히 비교 열위에 있다는 것이 맞네요.” 


“정확해, 우리나라가 손 기술이 좋아 제품을 만드는 제주는 비상한데, 혁신적인 머리를 활용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부문과 데이터를 혁신적으로 다뤄야 하는 빅데이터, AI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열등하지. 그런데 말이야. 문제는 점점 이런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우리나라가 반쪽짜리 IT 강국이 되는 거라고.”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 홍대리?” 


이진구과장과 열띤 토론을 하다보니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었다.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IT가 매우 다양하고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며 홍대리는 오늘도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 내일의 IT 천재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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