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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May 05. 2024

IT 새내기로 거듭나기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다

  


"정보전략팀이 뭐야? 왜 내가 IT부서로 가야해? 지금까지 입사이래로 5년 동안 전공을 살려 입사 동기들이 부러워하는 투융자부와 자산운용부에서 금융전문가로 잘 성장하고 있는 날 왜 정보전략팀으로 발령낸 거야?" 


그동안 입사이후로 짧은 기간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던 홍선욱대리로서는 난감한 사항이다. 정보전략팀은 IT부서로 IT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팀 아닌가? IT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프로그램은 개발도 운영도 해본 적이 없는 홍대리로서는 황당한 사건이었다. 


“홍짱! 뭐가 그리 두려워? 뭐든지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꼈잖아. 그리고 요즘 세상에 IT를 모르면 문맹아닌가? 이번 기회에 휴대폰부터 바꿔. 아직까지도 3G폰을 쓰는 사람이 어디있냐?” 


홍대리의 여자 친구인 백현지과장이다. 백과장은 L전자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고, 홍대리하고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한 살 위의 연상이다. 


홍대리가 대학 3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을 하고 있을 때다. 동아리에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설악산과 동해안으로 2박 3일의 여행을 갈 때, 홍대리도 추억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같이 동행하였다. 설악산을 일주하고 동해안 하조대에 다다른 동호회 회원들은 군대를 앞두고 있는 홍대리를 골탕먹이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백사장에서 장난을 치면서 바닷가로 유인하더니 홍대리를 바다속에 밀어버렸다. 순간 깜짝 놀란 홍대리가 얼떨결에 옆에 서있던 현지를 붙잡고 같이 물에 빠져버렸다. 그 둘은 생쥐 꼴이 되어 숙소 근처에 지퍼논 모닥불에 나란히 앉았다. 옷을 말린다는 핑계 삼아 모닥불을 마주하고 밤새 이야기 나눈 것이 두 사람을 연인관계로 만들었다. 


홍대리는 신세대인 반면에 고집이 있는 친구다. 스마트폰에 모든 정신을 뺏기고 사는 현대인들의 정신이탈에 일침을 가하며, 스마트폰을 결단코 사양해 왔다. 또한 처음으로 만들었던 휴대폰에 정이 들어 있던 터에 아직도 3G폰을 고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고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 홍대리가 생뚱맞게도 IT부서에 발령이 난 것이다. 그것도 정규 인사시즌도 아니다. 알고 보니 경영혁신과 IT를 담당하는 유한준상무가 특별히 요청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인력이 부족한 정보전략팀에 홍대리를 배치한 것이었다.


홍대리가 아무리 새로운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젊은 혈기와 열정 하나로 마구 들이대는 성격이라도 IT는 정말 생소하였다. 이번에는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아무래도 이상해, 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팀장님이 보기엔 가시같은 존재였나 봐, 하긴 일할 때는 소신 발언을 하다보니 못 마땅했을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날 이렇게 버릴 수 있냐고?” 


“이봐 홍짱, 왜 부정적으로만 생각해 홍짱은 버린게 아니고 타부서에서 스카웃 해간 거라고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능력이 없으면 그 부서에서 데려 갔겠어?” 


“하지만 난 IT는 생소해. 난 프로그램도 모르고 배울 생각도 없다고.” 


“요즘은 인문학만큼이나 IT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해, 우리나라가 왜 IT 강국이겠어?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부자들은 다 IT하는 사람들이잖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도 그렇고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도 그렇지. 그리고 혁신하면 스티브 잡스잖아. 그 사람도 IT하는 사람이었잖아.” 


현지의 말을 듣고 있으니, 그럴 듯 했다.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 참에 IT에 대해 배워봐 하는 용감한 생각도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발령받은 홍선욱대리입니다.”


다음날 정보전략팀으로 출근한 홍대리는 팀장인 김정수부장에게 전입신고를 하고 있었다.


“반갑다. 홍대리, 일을 잘 한다며. 특별히 유상무님이 자네를 천거하여 모셨으니, 기대가 크네. 앞으로 잘해 보세. 궁금한 거 있나?”


“예 팀장님, 저는 IT에 대해 하나도 모릅니다. 이 분야에서는 경험도 없고, 배운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잘 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가벼운 미소를 짓는 김부장은 “이 부서에서 IT를 전공한 사람은 나를 비롯해 보안을 담당하는 이은미대리 뿐이라네. 장종배차장도 심리학을 전공했고, 이진구과장도 수학을 전공 했네, 자네는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네, IT에서 하는 일은 의예로 광범위하네. 당분간 이진구과장이 자네를 기초부터 가르쳐줄 걸세 잘 배우길 바라네. 이과장 홍대리를 잘 부탁해~~” 


김팀장의 친절한 답변에 홍대리는 내심 안심하는 분위기다. 


“이과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과장님만 사람인가? 저에게도 배울게 많을 거예요, 홍대리님 반갑습니다. 이은미대리입니다.”


옆자리에 있던 이은미대리가 먼저 손을 내민다. 역시 듣던대로 이은미대리는 똑부러지고, 선머슴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예예, 이대리님.. 잘 부탁드립니다~” 


홍대리는 새로 발령받은 정보전략팀 팀원들이 서로 가르쳐 주겠다는 말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홍대리, IT는 처음이라 했지?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 하는데 IT 강국이 맞다고 생각하나? IT의 정의는 뭐라 생각하는가? IT가 하는 일은 어떤 일들이 있다고 생각하지? 


첫 만남부터 이진구과장은 홍대리에게 질문을 쏟아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는 질문에 아차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미리 공부하고 올 걸'하며 잠시 후회도 했다.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어. 내일까지 알아보고 다시 이야기 하지. 이상” 


방심하는 사이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믿었던 선배한테 처음부터 호되게 신고식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첫날이라고 팀에서 환영식을 해줬다. 평소에 술자리를 좋아하는 김팀장을 비롯해 팀원 전체가 회사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으로 갔다. 체질적으로 술을 못먹는 홍대리는 술자리가 제일 괴롭다. 그러나 조직생활은 싫다고 마다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팀원들이 한잔씩 따라주는 소주를 받아먹다 보니 어느새 정신을 놓았다. 술만 먹으면 자는 버릇이 있는 홍대리는 그대로 머리를 탁자에 박고 잠이 든다. 


“이봐 홍대리 일어나 이제 가야지. 집이 어디야? 내가 택시 잡아줄게” 


이과장이 사수라고 챙겨준다. 술이 취했지만 그 순간 정신이 번쩍든다.


“예, 예, 제가 알아서 갈께요. 죄송합니다.” 


그 와중에도 정신을 가다듬는 홍대리, 순간 오늘 이과장이 내준 숙제가 머리를 스친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홍대리는 취한 상태에서도 숙제를 떠올린거다. 직장생활 5년차에 터득한 생존본능이라고 할까. 그 길로 집근처 서점에 들려 IT 관련 입문서를 찾아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 



새벽 2시가 넘었다. 대단한 정신력이다. 술 깨는 약이란 약은 모두 먹고 4시간째 IT에 대한 개념을 공부하기에 여념이 없다. 


IT에 대한 정의부터 IT와 관련된 회사들 그리고 IT와 관련된 업무에 대해 하나씩 공부해 가는데 용어가 너무 낯설고 어렵다. 특히,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용어는 도대체 모르겠다. 다행히 IT용어 중에는 익숙하게 들었던 용어들도 있어 그나마 흥미를 잃지 않았다.


평소에 신문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공부를 한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었다. 


거의 뜬 눈으로 새다시피 한 홍대리는 벌건 눈을 앞세워 일찍 회사에 출근하였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평소와 같이 그룹에서 운영하는 헬스클럽을 찾았다. 홍대리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평소에 간이 좋지 않은 홍대리는 담당의사의 건의에 따라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한지가 벌써 3년이 넘었다. 아무리 늦게 퇴근하는 날이라도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7시까지 출근하고, 1시간 운동 후 남들보다 일찍 사무실에 나와 그 날 해야 할 일을 준비하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홍대리, IT에 대해 알아봤어?” “IT의 정의에 대해 말해봐.” 


아침 회의를 마치자 마자 이진구과장은 홍대리를 괴롭힌다.


“예, IT는 Information Technology, 즉 정보기술이란 뜻으로 정보를 다루는 기술 또는 정보와 관련된 사업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 개발, 저장, 처리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지칭합니다.”


홍대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제 공부한 내용을 힘차게 말했다. 


“좋아. 잘 설명했어. 최근에는 통신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통신기술을 포함하여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


이과장은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만족해 했다. 


“그럼 정보는 무얼 의미하지?” 


“정보는 ~ !” 잠깐 머뭇거리다. 다시 말을 잇는 홍대리 “정보는 데이터의 결합과 분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태에 대한 정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는 잡음이 배제된 메시지 신호를 의미하기도.... ”


“그만, 홍대리 됐어.” 말 중간에 이과장이 말을 짜른다. 


“교과서적인 설명말고 쉽게 설명해야지” “IT에서 말하는 정보란 개인이나 조직이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의미 있고 유용한 형태로 처리된 데이터를 말하지” “즉, 사용자에게 실제로 가치가 있거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정보가 되므로, 이미 알고 있을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정보라 볼 수 없지.” 


홍대리는 어제 책에서 본 내용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이과장이 새삼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홍대리 데이터와 정보 그리고 지식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겠어?” 


이어지는 질문에 홍대리는 어제 본 책에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정보의 근간은 데이터이고, 정보를 활용하면 지식 창출의 기반이 되며, 지식은 축적된 정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 지식은 데이터와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포함한 개념으로 가공 처리된 정보를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저장된 상태라 볼 수 있지. 다시 말해, 센서나 사람으로부터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데이터라고 한다면, 본인에게 관심이 있거나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정보라 할 수 있으며, 정보를 서로 연결하여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정제된 정보를 지식이라 하지.”


이과장의 거침없는 설명에 홍대리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사수로서의 아우라가 보인다고 할까. 



“정보든 지식이든 근간에는 데이터가 있는데, 문자, 이미지, 음성 등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데이터는 요즘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웤의 활성화로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와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 내고, 활용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이 되고 있다.” 


“홍대리, 우린 앞으로 이런 데이터 중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홍대리가 우리 팀에 오게 된 배경이다.” 


홍대리는 이제야 자기가 정보전략팀에 발령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난 ‘구조개혁TF'를 돌이켜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 때 경영혁신담당 유한준 상무가 제안한 말이 떠올랐다. 


“최근의 기술 트렌드로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폭발적이고, 인터넷 거래나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소셜미디어에 의한 데이터의 엄청난 증가로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입니다. 어쩌면 최근의 기술적인 트렌드를 잘 활용한다면 타 경쟁사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획기적인 상품 개발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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