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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Apr 28. 2024

위기를 기회로 혁신하여 금융위기를 극복하라

프롤로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오히려 위기에 봉착했다]


"언제까지 경기가 회복하기만 기다릴 겁니까?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부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여전히 경기 탓만 하실 겁니까? 말씀 좀 해 보세요."


오늘 따라 다혈질인 제대표의 언성이 대회의실 밖으로 울러 퍼진다. 이재은 비서는 깜짝 놀라 인터넷 서핑을 멈추고, 회의실 쪽으로 귀를 쫑긋 거린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경기 침체 장기화로 삼신캐피탈은 매출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그나마 이미 실행한 대출에 따른 연체가 부쩍 늘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호황이었던 부동산 경기를 바탕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등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대량으로 취급하던 게 화근이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여신전문 금융기관이란 원대한 비전를 수립하고 무리하게 매출을 증대시킬 요령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거액 여신의 비중을 늘리는 바람에 엄청난 부실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삼신캐피탈은 전자계열 자회사에서 독립하여 지난 10여 년간 계열사의 지원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 때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신상품 개발로 위기를 넘어, 성장의 기회로 삼기도 한 터였다. 덕분에 제대표는 그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장기 집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대외적인 경기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탈피하고 우리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세요." "지금 당장 전사적인 TF를 결성하여 중장기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제대표의 불호령으로 경영지원 담당 신제헌상무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신상무는 지난 금융대란 위기 때에도 '신사업개발TF'라는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리에 마무리하여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었다. 신상무는 당장 전사적 TF를 결성하기 위해 각 부문별 인재들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영업, 리스크, 전략, 인사, IT 등 전분야를 망라하여 각 분야별 1명씩 6명으로 TF(Task force Team)를 결성하였다.


홍선욱대리도 TF에 착출 되었다. 홍대리는 기업심사를 맡기 전에는 여신부서에서 개인여신과 기업심사를 취급한 경험이 있으며, 법인사업부에서도 기획업무를 하면서 신상품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법인사업부를 대표하여 참여한 것이다.



 

"반갑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회사는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시작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인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오랜 경기침체로 무역과 건설경기가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회사가 취급하고 있는 상품의 부실이 많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상무가 TF 결성 첫날, 장왕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며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직접 경영진으로부터 듣고 있으니, 홍대리의 마음도 매우 불편하고 무언가 사명감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언제까지 진행하는 것입니까?"


영업부서에서 온 박상진차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질문하였다. 사실 다른 부서에서 온 사람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성장을 주도할 신상품을 발굴해 내는 프로젝트입니다. 일단 일정은 6개월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상무가 짧고 명료하게 답한다.


"여러분들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이고 있는 핵심인재들입니다. 회사에서 기대가 큰 만큼 각오를 단단히 해 주기 바랍니다. 프로젝트 장소는 대표님실 앞에 있는 별도의 회의실로 잡았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벤치마킹을 위해 지점과 해외를 방문할 지도 모릅니다."


계속되는 신상무의 말에서 홍대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마치 내 손에 삼신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듯이, 그리고 지방 팔도에 있는 40여개의 지점을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한 층 고조되기도 하였다. 다만 프로젝트 장소가 대표님실 바로 앞이라는 것이 맘에 걸렸다.


"오늘은 첫 날이니까, 각오도 다질 겸 간단한 회식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전략부서에서 온 윤광민부장의 제언으로 부담스런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회사 근처에 있는 횟집에 들려 소주와 함께 의기투합하면서 TF 첫 날은 마무리 되었다.




TF의 이름은 '구조개혁 TF'라 정해졌다. 기존의 상품구조와 프로세스를 재조명하고 혁신적인 구조로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었으나, 민감한 시기에 정해진 이름이라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인력 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두려움의 시선을 보이기도 하였다.


"직원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게 맞지 않나요?" 인사팀에서 온 김종규과장의 의견이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신상품만 만들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이 참에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나 프로세스도 점검하여, 바꿔 보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점을 낫낫이 파헤치고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실질적인 TF 리더 역할을 하는 전략팀 윤부장의 말이다.


"문제라 하면 회사의 모든 부분을 다 봐야 합니까? 6개월 동안에 모든 분야의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방안을 찾고, 신상품까지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리스크관리팀 이용식과장이다.


"예, 전체를 다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비즈니스에 관한 부문만 볼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취급하고 있는 상품구조부터, 상품판매 채널 등 수익에 미치는 프로세스를 분석해 보고, 수익이 나지 않는 상품은 과감히 정리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 내야 합니다." 윤부장의 말이다.


"기존 상품에 대한 분석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분석하는 일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지만, 신상품 개발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홍대리도 자신의 존재를 들어 내는 발언을 한다.


"신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선진업체를 벤치마킹하거나, 필요에 의해서는 외부의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을 생각입니다." 언제 들어왔는지 신상무가 회의에 끼어 든다.


"오늘부터 바로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조를 짜서 업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일정에 마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상품과 프로세스의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도출하는 데 2개월이면 될 거 같고, 벤치마킹을 포함 신상품 개발을 하는데 3개월은 소요될 거 같습니다. 나머지 한 달은 마무리하고 보고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리더인 윤부장이 일목요연하게 일정을 정리하였다. 윤부장은 그룹의 전략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매우 영민하고 명확하였다.


현재 취급하고 있는 상품분석과 지점, 대리점 등 영업채널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부터 하기로 하였다. 상품분석은 재무부서에서 온 최필연대리와 리스크관리부서에서 온 이용식과장이 맡기로 하고, 홍대리를 비롯한 나머지 네 사람은 영업 현장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과제를 만들어 내기로 하였다.


상품분석을 위해 회사 내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와 자료가 모아지기 시작하고, 영업채널 및 프로세스에 대한 현상파악 및 문제점 도출을 위해서는 관련자에 대한 인터뷰부터 시작되었다. 홍대리는 영업채널 및 현장을 알아보기 위해 영업부서에서 온 박차장과 함께 지방에 있는 지점과 대리점 들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모든 지점과 대리점을 방문할 수 없으니 상품별로 가장 잘 하는 지점과 가장 못하는 지점을 선정하고, 대리점도 방문하는 지점과 거래하는 업체 중에서 선별하여 가는 것이 좋겠어요." 홍대리가 파트너인 박차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박차장은 지점장 경험도 있고, 영업부서에서 현장 영업의 지원전략도 수립해 본 터라 누구보다 영업현장을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잘 나가는 부산지점과 가장 못하는 춘천지점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3박 4일의 출장 일정을 잡았다. 홍대리는 모처럼의 지방 출장으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업무를 보기 위한 출장이지만 서울을 벗어난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서울역에서 박차장을 만나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얼마 만에 타보는 기차인가. 창밖으로 히들어지게 피어있던 벚꽃이 눈송이처럼 떨어지고, 이제야 봄이 깊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에 파묻혀 있다 보니 세월을 잃어버렸다. 개나리와 철쭉으로 물든 산과 보리 추수를 앞두고 있는 드넓은 평야를 보고 있으니 홍대리의 뇌리에 갖은 상념이 젖어 든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장생활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온갖 상념이 떠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어느덧 부산역에 도착하였다.


부산역에는 지점 직원들이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사장의 지시로 진행되는 전사적인 TF인데다. 혹여 있을 구조조정을 염두해 둬서 그런지, 지점 직원의 관심은 대단하였고, 그 날은 지점 직원들과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지점은 부산의 가장 번화가 중에 하나인 서면에 위치한 금융프라자 내에 있었다. 삼신캐피탈 영업은 리스와 할부 등을 취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 고객을 직접 상대로 하는 영업보다는 대부분이 대리점, 딜러 등 중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간접영업이 주였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지점의 객장에는 찾아오는 고객이 적었다.


"영업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면 이번 TF 활동을 통해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차장이 먼저 말을 꺼낸다. 인터뷰에 참석한 지점 직원들이 서로 눈치 보기에 급급하더니, 이윽고 영업을 시작한지 3년이 체 안된 신주임이 볼멘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장비를 찾는 고객도 줄고, 경쟁사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합니다. 특히, 은행계열사에 비해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 회사는 다른 서비스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무기가 없어 영업하기 힘듭니다."


"맞아요. 다른 회사는 금리 경쟁력도 있는데다 대리점에 대한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의사결정도 늦어 번번이 경쟁사에 뺏기기 일수입니다." 옆에 있던 김대리가 부추긴다.


"경쟁사인 A사는 제조사와 협력하여 무이자할부도 종종 하는데 우린 내세울 게 없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신주임이 포문을 열자 인터뷰에 참석한 지점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영업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모든 내용을 있는 사실대로 받아 들이지는 못해도, 귀 담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개선책을 찾아야 할 사항이다.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는 하나도 남김없이 녹음되고 기록되었다. 나중에 돌아가면 정리하고 분석하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영업사원들이 자주 찾아 주고 신경을 많이 써 주고 있어 특별한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삼신은 의사결정이 타사에 비해 너무 늦습니다. 신중한 판단을 하기 위해 그러신지 모르지만 가부에 대한 판단을 늦게 해 주시니, 서비스가 좀 떨어져도 다른 경쟁사에 물건을 주게 됩니다." 

다음 날 찾은 대리점주의 말이다. 부산지점과는 오랫동안 파트너로서 영업을 해서 그런지 서비스에 대한 특별한 불만은 없어 보인다. 대출 가부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고 있다는 사실은 지점에서도 들었던 내용이었다.


이틀을 부산의 지점과 대리점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마친 박차장과 홍대리는 가장 실적이 저조하다는 춘천지점이 있는 강원도로 향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탔다. 부산에서 춘천까지 가는 기차는 없었다.3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였다.


춘천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홍대리는 또 다시 상념에 빠진다. 서른을 갓 넘은 나이에 결혼도 해야 하고, 집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요즘처럼 생각이 많아지기는 처음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어렵게 회사에 취직하여, 이젠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안정적인 직업이란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춘천은 생각보다 큰 도시가 아니었다. 춘천지점은 번화가에 있긴 하였지만 부산처럼 높은 빌딩에 있는 것이 아니고 5층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도 창구에는 고객이 거의 없었다. 지점장과 영업직원들과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영업이 안돼서 그런지 모두 의욕과 열정이 식어 있었다.


"영업직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 새롭게 창업한 신생 캐피탈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더 어려워 합니다. 몇몇 직원들은 스카웃 제의로 심하게 동요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춘천지점장의 하소연이다.


춘천지점은 단순한 서비스 경쟁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최근에 강원은행이 계열사로 캐피탈사를 창업하면서, 경쟁구도가 묘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지점의 존폐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3박 4일간의 지방출장을 다녀온 홍대리와 박차장은 매우 어깨가 무거웠다.


"영업현장은 말로만 듣던 내용보다는 훨씬 더 심각해 보였습니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지역으로 다녀온 윤부장과 김과장도 마찬가지 인 듯합니다.




2개월간의 상품구조 분석과 영업채널 및 프로세스에 대한 정밀분석에서 문제점을 도출한 TF팀은 개선과제를 선정하기에 여념이 없다. 도출된 문제점을 가지고 개선과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도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업무 강도를 높일 필요가 생겼다.


"자, 다음 주부터 2주간 워크삽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장소는 서울 근교에 있는 콘도로 정했습니다. 모두 단단히 마음먹고, 이번 주말은 편히 쉬고 다음 주 월요일에 각 자 짊을 준비하여 출근하기 바랍니다." TF팀 리더 윤광민팀장의 단호한 명령이다.


경기도 양평은 유원지도 많고 유명한 카페도 많아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놀기 좋은 양평까지 가서 한적한 콘도에 처박혀 일만 할 생각하니 홍대리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과연 2주간의 작업으로 그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개선과제가 도출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일단 먹고 시작하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는데,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마당에 체력 보충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재치 넘치는 인사팀 김과장의 제의로 양평의 명물 '옥천냉면'을 먹게 되었다.


'70년 전통 옥천냉면' 황해도식 냉면이란다.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황해도식으로 재현한 냉면, 맵지 않고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대단하다. 특히, 시원한 육수는 최고다.


"이모, 완자와 편육도 주세요." 자주 먹어본 사람처럼 박상진차장이 자연스레 주문한다. "순고기를 갈아서 만든 완자는 두툼하여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편육은 암퇘지 삼겹살을 삶아서 기름을 쪽 뺏기 때문에 깔끔하고 단백합니다." 마치 주인인양 연신 홍보하는 박차장이 신기해 보였다.




그 동안 분석한 자료를 통해 상품별 손익을 검토하고, 경쟁사의 동일상품에 대한 비교 분석도 이루어졌다. 일부 상품은 경쟁 우위에 있었지만, 일부 상품은 손익이 마이너스 되는 것도 있고, 수익이 현저하게 저조한 상품도 있었다. 곧 이어 영업 현장에서 인터뷰를 통해 취합한 불만 사항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품이 문제였다. 모기업인 삼신전자에 의존하다 보니 주력 상품은 매출량에 비해 이윤이 적고, 다른 상품은 경쟁력이 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자생력도 결여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선박리스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같은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대형 상품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또한, 경쟁업체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특히 은행계열 여신금융사들은 낮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해 금리 경쟁력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점에서 불만을 표현한 것처럼 비교우위가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사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신상품”


“맞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비슷한 상품으로는 경쟁력이 약합니다.”


“저는 상품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봅니다. 예를 들어 타 경쟁사에 비해 스피드하게 하는 겁니다. 프로세스를 정비하여 심사기간을 줄이고 서류 간소화를 하는 겁니다.”


모두들 경쟁적으로 의견을 말하다보니 2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좋습니다. 그럼 신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해 보면 되겠네요.” 열심히 듣고만 있던 윤부장이 리더로서 마무리를 한다.


2주간의 콘도 생활은 그동안 본사와 지점 직원들로부터 획득한 정보와 TF 멤버들의 자체적인 분석내용을 정리하여, 신상품개발과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서비스 질향상이라는 결론을 만들어 내기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하지만, 어떻게 경쟁사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획기적인 신상품을 만들어 낸단 말인가? 신상품을 만들어 낸다 해도, 요즘은 수개월내에 경쟁사들이 바로 따라하기 때문에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상품이 필요했다.


결국, 짧은 기간에 TF인원만 가지고는 획기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3개월에 걸친 TF활동으로 다양한 분석과정을 통해 수익이 나지 않은 상품은 과감히 판매를 중단하고, 회사의 미래를 책임 질 신상품의 개발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의 방향성은 명확히 하였다.


“실망스럽군요. 그동안 회사 이익에 도움이 안되는 상품을 취급한 것도 그렇고, 기대했던 신상품 개발을 금방 만들 수 없다니,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중간보고 자리에서 매우 실망스런 표정으로 제진혁대표가 신상무를 비롯한 임원들을 보고 물었다.


“외부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내부에서 보는 것보다 외부에서 보는 것이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영업담당인 강상무의 말이다.


“맞습니다. 최근엔 경영환경이나 기술발전이 빛과 같은 속도로 변하고 있고, 소비자의 관심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마케팅부서의 조부장이다.


“최근의 기술 트렌드로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폭발적이고, 인터넷 거래나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소셜미디어에 의한 데이터의 엄청난 증가로 AI와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입니다. 어쩌면 최근의 기술적인 트렌드를 잘 활용한다면 타 경쟁사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획기적인 상품 개발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경영혁신과 IT를 담당하고 있는 유한준상무가 매우 의욕적으로 말한다.


“좋습니다. 그럼 유한준상무가 책임을 지고 전사TF를 다시 결성하시오. 그리고 이번엔 외부 전문가도 최대한 활용하여 경쟁사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상품과 프로세스 개선을 해 보시오. 나를 비롯하여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소. 유상무 손에 회사의 미래가 걸려있으니 명심하시고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제대표의 단호한 결론을 마지막으로 보고는 끝이 났다.


이렇게 해서 6개월 예정으로 시작한 ‘구조개혁 TF’는 3개월만에 분석과정을 통한 방향성 제시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며 마무리 되었다. 다만 그 이후로 TF 인원들은 수익이 나지 않은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문제점으로 도출된 심사 프로세스의 지연에 따른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관련부서와 협의하여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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