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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n 23. 2024

홍대리 프로세스를 혁신하라

프로젝트를 론칭하다

     

삼신캐피탈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기업 경영에 새로운 통찰력을 얻어서 이 통찰력을 바로 실행하는 기업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 즉 데이터를 단순히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실행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금융위기에서 오는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여 위험을 피하자는 데 있다.     


따라서, 각 비즈니스 단위별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채 감춰진 데이터(Dark Data)를 분석 범주 내에 포함하여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경영에 있어서 위험과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도 하다.     


또한, 데이터는 더 이상 IT의 전유물이 아니다. 비즈니스 담당자인 현업들도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여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리포트만 해도 다차원 분석 그래프에서 동적이고 다양한 모션 차트와 3D까지 적용된 실제와 같은 데이터 표현방식들이 등장하면서 좀 더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정보전략팀에서 주관하지만 현업 중심의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는 각 비즈니스 단위별로 오너쉽 제도를 적용하여 각자 목표관리를 할 필요가 있겠어요”


월간회의를 통해 유한준 상무가 김정수팀장에게 주문한다.     


“신상품 개발은 영업과 마케팅에 할당을 하고, 리스크관리는 심사, 리스크기획, 사후관리에 할당하여 전사차원에서 목표관리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타 부서들은 내부통제와 프로세스 개선차원에서 본부별 과제로 적용하고요”


이 문제에 대해서 김정수 팀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따라서 제대표님께서 진두지휘를 하여 각 본부장들에게 각자 책임질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리면 인력 투입이나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문제가 상당부문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상무의 발의로 제대표는 임원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현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전사적인 과제인 만큼 각 비즈니스 분야별로 목표를 할당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알아서 하세요.”    

 

제대표의 의지는 강력했다. 적극적인 인원참여를 떠나 각 분야별로 목표를 주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말에 모든 경영진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현업에서 참여하는 인력의 구성이 달라졌다. 기존에 참여하기로 한 인력 중엔 부서에서 잉여인력으로 내놓은 사람도 있었으나, 이번엔 최정예 멤버로 교체되는 부서도 있었다. 


또한, 특별 품의를 받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멤버들에겐 인사고과에서 예외 등급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런 제도적 장치를 통해 프로젝트 TF 멤버들의 사기를 올려 줄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1년 동안은 밤낮을 잊고,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는 날들이 다반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프로젝트의 론칭에 앞서 PI(Process Innovation) 과정이 시작되었다. PI는 말 그대로 기존의 프로세스를 분석하여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파악하고, 선진 업체들의 BP(Best Practice) 사례를 연구하여 회사에 최적화 시키는 과정이다.      


삼신은 3개의 분야로 나누어 K컨설팅 펌과 정보전략팀 그리고 현업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TF를 세분화 하였다. 우선 마케팅팀과 영업팀이 포함된 영업본부는 신상품 개발이란 미션을 부여 받았고, 리스크기획팀과 채권관리팀이 중심된 리스크관리본부는 영업부실을 최소화하고 금융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목표가 주어졌으며, 재무, 회계, 고객지원팀 등 후선부서들은 경영관리본부에 속해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고, 업무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피드 경영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홍대리는 신상품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일은 싶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할지 모른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홍대리는 바쁜 와중에도 현지를 가급적 자주 만난다. 이제 그 녀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평소보다 자주 보게 만든다.     


“이 세상에 없는 상품을 창조하는 일은 결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아”


“스티브 잡스가 창조의 아이콘이긴 하지만 그도 전혀 없던 제품을 만든 것은 아니잖아,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잖아.”  현지가 맞짱구 쳐준다.     


“그러게, 아이폰도 어떻게 보면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상품을 조합해서 전혀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잖아.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 감각이 돋보였던 것이지”


홍대리도 아이폰이 만들어진 과정을 익히 학습했던 터다.     


“우선 잘 나가는 회사들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는 것부터 해봐, 그리고 국내 업체만 보지 말고 해외업체들도 찾아 보고”  현지는 대기업 홍보팀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다보니 글로벌한 사상이 베어 있었다.     


“좋은 생각이야. 해외 선진업체들 중에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겠어”  “현지야 고맙다. 주재원 파견 교육은 잘 되고 있는 거지?”     


“응, 일본어 공부는 기존에 하던 거라 학원다니며 배우는 것으로 문제 없는데, 일본인들의 문화 습관과 비즈니스 관행 등 배울게 많아. 특히 숙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야”     


벌써 숙소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니, 홍대리에게는 현지의 일본행이 현실적으로 닥쳐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지, 언약식을 어떻게 준비할지 걱정반 기대반 심경이 복잡해졌다.   



현지와 나란히 앉아 있는 남산 공원 벤치 건너편엔 어느 중년의 샐러리맨이 비닐봉지에 한가득 체리를 사들고 와서, 멍한 시선을 지는 노을에 고정한 체 연신 체리를 탐하고 있었다. 그의 봉지에 가득 담긴 체리는 어느새 반이 비었고, 그만큼 그의 발밑엔 체리씨로 차곡차곡 탑을 쌓고 있었다. 멀쩡한 중년의 샐러리맨이 집으로 귀가하거나 술집에서 회식에 참석하여 의미없는 대화들을 늘어 놓아야 할 시간에 왜 남산 벤치에 앉아 고독을 씹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홍대리에게는 일전의 출장길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인생에 대한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고, 현지와 이별을 앞두고 있는 허전한 마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각 분야별로 현재의 프로세스를 분석하기 위한 작업으로 프로세스 맵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정의하고, 업무별 프로세스를 도식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과거에 만들어진 업무 흐름도가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없거나, 있다 해도 오래되어 그동안 변경된 프로세스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또한 업무 흐름도를 그리는 작업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분야별 현업이 직접 일일이 그려 나갔고,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TF에 참여한 현업 대표뿐만 아니라 업무 담당자들도 파트타임으로 참여하였다.     


약 한 달에 걸쳐 업무 프로세스가 그려지며, 각 프로세스간 비효율적인 부문도 노출되고, 불필요한 업무도 들어났다. 특히 신상품을 만드는 과정은 기획 단계부터 실제로 상품 출시까지 평균 두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들어나, 경쟁이 치열한 금융환경에서 시장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렇게 나온 상품도 제대로된 재무적 분석이 수반되지 않아 수익성 분석도 엉망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리스크 관리에도 허점 투성이었다. 최초의 부실 발생 시점부터 채권관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과정 상의 권한과 책임도 불투명하였다. 


이뿐만 아니었다, 고객에 대한 정의부터 고객관리에 대한 오너쉽도 명확하지 않아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신규고객에 관한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 직원이 나서서 프로세스를 세심하게 뜯어 보기 전까지는 이런 문제점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속속 들어나니 모두들 난감해 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업무 효율을 최상으로 올릴 수 있는 혁신적인 프로세스 개선이 가능할 것인가이다.     



“큰 문제입니다. 생각보다 개선해야할 프로세스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최적의 프로세스를 그릴 수 있을까요?”


중간 보고를 받은 유한준 상무가 걱정어린 시선으로 김정수 팀장과 편용범 PM을 바라보고 있다.


편용범 PM은 프로젝트 주사업체인 K컨설팅 펌에서 새로 추천한 임원급 컨설턴트였다. 미국에서 MBA를 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한 베터랑이었다.    

 

“기존 프로세스의 분석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들어났지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설사 심각하다 해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도입한다면 그 성과는 더욱더 커질테니 오히려 좋은 기회라 생각됩니다.”


편PM의 말에 유상무는 걱정이 조금 누그러 졌다.     


“그렇다면 편이사님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희들이 참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염려마십시오. 우선 국내의 선진업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이미 적용하여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업체들을 접촉하여 BP 사례를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미국의 컨설팅 펌과 연계하여 벤치마킹할 대상업체를 선정 중에 있습니다.”     


“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혁신적인 프로세스가 도입되었으면 합니다. 편이사만 믿겠습니다. 김팀장도 현업들과 잘 협조하여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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