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뭉치는 마케팅 예산을, 통나무는 중요한 시장 기회를 의미한다. 통나무 밑에 아무리 많은 종이를 집어넣는다고 해도 특정한 목표 시장이 불쏘시개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면, 종이는 금방 타버리고 통나무에는 불이 붙지 않을 것이다.
태양은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태양은 매시간 수십억 킬로와트에 달하는 에너지를 지구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모자나 선크림만 있다면 몇 시간 동안이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
레이저는 약한 에너지원이다. 레이저는 몇 와트에 불과한 에너지를 응집시켜 하나의 광선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우리는 레이저로 다이아몬드에 구멍을 뚫고 암 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다.
기업이 집중할 때 똑같은 효과를 창조할 수 있다. 강력한 레이저처럼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역량을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집중이 의미하는 전부다. 기업이 집중력을 잃어버리면 힘도 잃어버린다. 너무 많은 제품과 너무 많은 시장에 에너지를 흩뿌리는 태양이 되고 만다.
2004년 당시 레고는 위기를 맞이했다. 오랜 정체기가 이어지면서 매출은 급감했다. 크누드스토르프가 CEO 자리에 올랐을 때, 핵심 제품과 핵심 고객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블록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선언했다. 레고는 브랜드의 범위를 좁히고 블록 디자인 종류를 46퍼센트나 줄였으며, 5~9세 아동에 다시 집중했다. 이듬해 매출은 12퍼센트 증가했다.
집중은 우리가 자원에 전념하도록 만든다. 메시지에 집중함으로써 목표 고객층의 불만 및 요구사항을 그들의 언어로 말하게 한다. 또한 가능성 있는 잠재고객을 구분해 판매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직원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고, 계속해서 우선 순위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돌아온 해, 바로 그동안 판매되고 있던 모든 제품라인을 재조정하여 극소수만 남기고 모두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는 차별화된 디자인에 집착했다. 애플의 모토가 '단순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당시 소비자 기술은 너무 복잡하고 사용하기 힘들고 번거로웠다. 그래서 애플은 언제나 혁신적이고 사용하기 쉬우며 소비자가 감성적인 연결고리를 느낄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착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 만들어진 제품이 '아이팟' 이었다. 당시 아이팟보다 5년 빠르게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MP3 제품들은 하나같이 복잡하고, 번거롭웠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그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서면, 시장을 리딩하게 된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단지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장과 더불어 협력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향한 지속적이고도 집단적인 발전을 일구어나간다.
최고의 기업은 아주 구체적인, 때로는 한정된 가치 제안을 한다.
그들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성과 차원에서 이야기한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탁월한 운영 방식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처리한다. 그들만의 도구와 프로세스, 기술을 통해 경쟁 업체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고 해서 언제까지 영원하다고 생각하고 고집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지금 아무리 고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고 해도 언젠가 경쟁에 직면할 것이다. 시장은 필연적으로 파이 조각을 차지하려는 모방자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뒤를 돌아보며 무리를 앞지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또한 선택과 집중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