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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l 14. 2024

현장에서 직접 선진사례를 체험하다

프로젝트를 론칭하다


일행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LA를 떠나 시카고로 향했다. 시카고는 대한민국 절반 크기의 아름다운 미시간호 옆으로 윌리스타워(구 시어즈타워)를 비롯한 초고층의 마천루가 형성되어 있고, 시카고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 등 학문적으로 뛰어난 전형적인 미국의 대도시다. 


미국에서 뉴욕과 LA 다음으로 큰 도시인 시카고는 1871년 대화재가 계기가 되어 오늘날 현대 건축의 중심지가 되었다. 마천루라는 말도 시카고에서 유례되었다고 한다.      


시카고에서 홍대리 일행이 방문한 업체는 U뱅크로 온라인 뱅킹의 비중이 높은 은행으로 최근 빅데이터를 도입하여 고객의 형태 분석과 예측분석을 통해 캠페인관리, 다양한 상품 개발 등으로 순익을 300%이상 성장시켰다. 회사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담당자의 안내로 회의실에 들어간 홍대리 일행은 꼼꼼하게 준비되어 있는 모습에 놀란다.     


“우와, 회의실 자리에 각자의 직책과 이름이 적인 명패가 있는데” “우리 회사 마크가 찍힌 노트와 회의자료도 있어” 

일행은 서로 눈을 마주보며 예상치 못한 세심함에 감탄하는 분위기다. 철저한 고객분석에 따른 맞춤 서비스가 회사의 모든 업무에 자연스레 베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업담당 부사장 브라이언입니다. 저의 회사는 3년 전 빅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여 기존에 관리하지 않던 고객정보, 상권정보 및 거래 정보를 재 정의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고객과 시장에 활용함으로써 3년 만에 300% 이상의 순익 성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실시간 캠페인을 한다면 시간대별로 맞춤형 고객 캠페인이 가능해졌고, 상권정보에서 고객의 연령대와 경쟁사와 해당 상권의 시장 특성을 결합하여 해당 지역에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특화된 상태로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U뱅크의 영업담당 부사장의 회사 자랑에 고무된 영업부서의 한성한팀장이 질문을 한다.  

   

“맞춤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나 거래정보 등 데이터의 질적 양적 관리가 중요한데 어떻게 관리하셨습니까? 특히 데이터의 관리주체가 다를 경우 일관된 정보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요. U뱅크만의 독특한 방법론이 있습니까?”     


“맞습니다. 고객정보는 CRM팀에서, 상권정보와 같은 시장정보는 마케팅팀에서 그리고 고객 구매 정보는 해당 영업팀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저의도 데이터 통합과 관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 부문에서 관리되고 있던 데이터를 통합하고 활용하기 위한 조직을 전사 차원에서 별도로 구성하여 관리함으로써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정보, 시장정보 및 인터넷 정보 등을 융합하여 초개인화 마케팅에 활용한다]


“또한 기존에 데이터화하지 않은 아날로그성 신호나 비정형 데이터 등도 관리화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거침으로써 활용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습니다.”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개인정보 보호법 등 제도적인 규제나 제약으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조용히 듣고만 있던 김팀장이 물었다.     


“우리회사가 속해 있는 주는 다행히 개인정보 보호법이 없습니다. 다만, 고객이 제공한 개인정보가 악용될 경우 회사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고, 고객들로 하여금 컴프레인을 당하는 등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배제하고 패턴을 연구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고객들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사용된 정보는 폐기를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만큼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법이 없는 주가 대부분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공개적으로 오픈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악용이나 불법 사용에 대한 안정장치가 존재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대리 일행은 기 구축된 시스템을 실제로 구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 고객을 탐색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모습까지 데모로 보여줘서 기본적인 시스템 활용에 대해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 어느덧 퇴근시간인 5시가 되자 남은 일정이 일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바로 업무를 중단하고 퇴근해 버린다. 그들의 철저한 시간 엄수 정신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 날 저녁은 시카고 한인타운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았다. 미국에 온지 몇 일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얼큰한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걸 보니 식성이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음을 알게 된다.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은 아니지만 찌개와 삼겹살이 매우 반가웠고, 양주값에 버금가는 소주를 거침없이 들이켰다. 이국 땅에서 먹는 소주가 취할리 만무하다.          


[시카고의 상징 황소]


다음 목적지는 달라스에 있는 G전자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제조사를 방문하는 이유는 최근에 산업간 경계도 허물어졌지만, 이종 산업 간에도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예상치 않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잘 알려진 G전자는 산업 인터넷을 가장 많이 주창하고 있는 회사이다. 자사의 플랜트와 기기 장치에 다양한 센서와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을 적용해 고장을 예방하고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희는 산업인터넷과 IoT(Internet of Things) 기반을 토대로 산출된 데이터를 적절히 분석하여 재고관리는 물론 기계적인 장애 발생률을 현저하게 떨어뜨렸습니다. 또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 최적의 운영 환경을 구축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G전자의 담당임원이 직접 나와 설명한다.     

 

최근 글로벌 비IT 제조기업들은 이러한 산업 인터넷 개념을 적용하여 신규 가치 서비스를 발굴하는 등 공격적으로 IT에 투자하고 있다. 산업인터넷은 기기와 사람, 기기와 기계, 기기와 비즈니스 등 각 객체간 센서와 인터넷을 통해 상호 연결되고 운영되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G전자가 도입한 빅데이터는 어떤 것이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습니까?”

홍대리가 용감하게 질문한다.     


“산업인터넷은 처음에는 RFID를 기반으로 재고관리와 물류이동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였으나, 지속적인 기기 확대와 정보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구글과 협력하여 구글의 빅쿼리와 클라우드 환경을 도입하였습니다.”      

“산업인터넷으로 촉발된 데이터는 이전에는 관리되지 않던 로그 성격의 다크 데이터(Dark Data)도 있지만, 디지털화된 기기를 통해 생성되는 새로운 성격의 데이터가 더 많아져 빅데이터의 도입이 절실했습니다.”“빅쿼리를 통해 분석된 데이터는 원격화된 형태와 중앙화된 형태로 가시화하여 제공되며, 다시 기기와 사람에게 보내져서 공유되고, 사물 간 그리고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시 기기에 반영되어 많은 사고와 장애 등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G전자의 사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G전자가 도입한 산업인터넷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제공되고 기기 간 그리고 사람 간 보안이 유지된 환경에서 상호 인터페이스되는 안정적 환경이다. 이처럼 산업 인터넷과 IoT는 빅데이터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네온 페가수스는 달라스의 상징이 되어 밤하늘을 빛내고 있다]


달라스는 열정적인 도시다. 서부개척시대에서부터 석유를 채취하여 부를 축적하였으며, 증권을 비롯한 금융이 발달된 도시이기도 하다. 시내 중심지에는 달라스의 상징 네온 페가수스, 일명 플라잉 레드 호스(Flying Red Horse)는 80년 이상 도시를 지켜주고 있다. 또한, 달라스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으로 유명한 오스왈드가 저격할 때 사용한 건물로 알려진 곳이 잘 보전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마지막 방문지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나 더 떨어져 있는 에반스빌이란 시골이다. 겨우 15명만 태울 수 있는 쌍발 경비행기는 홍대리 일행을 태우고 곡예를 하고 있었다. 기류에 따라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는 흡싸 놀이동산에 있는 롤로코스터를 연상시킨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에반스빌은 조용한 시골 도시다. 이런 곳에 세계적인 금융회사의 본사건물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건물도 5층에 불과했다.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미국답게 널찍하게 그리고 높지 않게 너무도 평화로운 사무공간에 저절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마지막 벤치마킹 대상인 H카드 직원들이 예외 없이 미리 로비까지 나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분야별 부사장(우리로 따지면 팀장)격인 그들은 우리를 회의장으로 안내한다.     


“신용카드 거래는 다양한 데이터 모델이 가능합니다. 카드와 단말기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발생하고, 온. 오프라인 결제와 구매 행위에서 많은 정복 취합됩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는 고객 세분화와 고객 유지율 증대를 위한 관리뿐 아니라 위험이나 신용도 분석, 불공정 거래 추적 등 다양한 관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활용하여 불법 복제 신용카드에 관한 단속과 분실 카드와 도난 카드 이용 내역 실시간 추적 등 다양한 데이터 분석과 시나리오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카드정보와 온오프라인 정보를 융합하면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카드 영업 담당 부사장인 폴의 설명에 방대한 정보의 확보와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마케팅 부서의 김과장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마트기기와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제품이 출시되고 서비스가 제공되면 고객의 반응이 매우 즉각적입니다. 따라서 H카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실시간 대응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고객의 요구를 미리 알고 먼저 고객에게 제시하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카드 거래정보를 활용하여 사전 관심상품 리스트를 제공해서 상향판매(Up Selling)을 유도하거나, 동일 상품을 구매한 다른 사람의 구매 리스트를 제공하는 교차판매(Cross Selling), 가족간의 구매내역을 토대로 구매가능한 상품을 제시하는 가족판매(Household Selling)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이용하고 있습니다.”     


"흥미롭네요, 상향판매나 교차판매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서 알겠는데, 가족판매라는 것은 생소하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영업부서 박차장이다     


“저희들은 가족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일정부문 할인도 해주고, 포인트 활용도 연계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게 확보한 가족정보를 토대로 가족 간의 거래내역을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여 그 가족이 소비하는 패턴을 연구하고, 그 결과로 매달 필요한 물품과 흥미로운 제품들을 소개하는 서비스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정보다. 빅데이터를 잘 만 활용하면 고객들에게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상품판매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 확보부터 분석하는 방법 등 넘어야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 홍대리 일행은 이번 벤치마킹을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에 충분했다.     


[에반스빌의 목가적인 풍경]


공식적인 일정을 마친 홍대리 일행은 에반스빌의 목가적인 풍경을 만끽한다. 호수가에 놓여있는 벤취에 앉아 보기도 하고, 동네에 있는 성당에 들려 전시되어 있는 예쁜 종들을 감상도 하고, 여유롭게 들판을 거닐고 있는 양 때들도 보게 된다. 돌아갈 비행기가 걱정스럽긴 해도 그 순간에는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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