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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의 탁월한 국수 체험

소소한 행복

by 이상옥
행주산성01-1.jpg [행주산성에 내려다 본 석양의 행주대교]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이 왜군을 대파한 곳으로 유명한 행주산성은 흙을 이용해 만든 토축산성으로도 유명하다. 진주대첩, 한산도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 3대 대첩 중에 하나로 유명한 행주산성에는 많은 먹거리 문화로도 유명하다. 덕양산이라는 산세도 좋지만, 토양이 좋아서 그런지, 주변의 다양한 먹거리는 이미 미식가들뿐만 아니라, 자전거 동호회, 일반인들 사이에도 유명하다. 매일 제안작업으로 바쁜 와중에 가양동에서 회의를 마치고 종로로 복귀하는 중 동료들과 점심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암동과 행주산성의 선택지에서 중지를 모아 행주산성의 국수 성지를 택했다.


%EA%B5%AD%EC%88%9807.jpg?type=w773 [국수의 양에 감탄하다 / 행주산성 원조국수집]


행주산성의 국수는 특히 유명하다. 원조국수집에서 파는 잔치국수는 감칠맛나는 맛은 둘째고, 우선 양이 장난아니다. 기본을 시키나, 곱으로 시키나, 똑같은 금액이니, 많은 사람들이 양많이(곱)을 시켜, 나도 덩달아 양많이로 시켰다. 그러나, 국수대아를 받아본 순간 아차 싶었다. 국수그릇이 아니라 거의 대아 수준의 그릇에 담긴 국수의 양을 보니, 그야말로 허걱이다. 사진으로는 실감이 가지 않겠지만, 정말 많다. 배도 고프고, 다 먹을 자신이 있었으나, 꾸역꾸역 먹어도 많은 양을 남기고 말았다. 양적게(보통)으로 시켜 먹어도 충분하니, 웬만하면 그냥 양적게가 나을거 같다.


%EA%B5%AD%EC%88%9808.jpg?type=w773 [작은 구멍가게에서 시작한 국수집은 주변을 국수 성지로 만들었다]

당초 이 국수집은 작은 동네 구멍가게였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중 지나가는 당골 손님들의 요청으로 가게에서 팔던 국수로 하나 둘 말아줬는데, 그 국수를 먹던 손님들이 국수 장사를 권해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국수집이 되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붐볐고, 주변의 교통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번창한 가게는 주변의 건물을 하나 둘, 국수가게로 확장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허름하지만, 국수집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회전율도 높았다. 특히, 그 집의 김치는 최고의 감칠맛을 내니, 가볍게 식사로 때우기엔 안성마춤이다. 행주산성을 거쳐가는 자건거 타는 사람들이 왜 이곳을 자주 찾는지 알수 있을 것 같다.


%EA%B5%AD%EC%88%9805.jpg?type=w773 [뚝배기에 끓여나오는 어탕국수의 맛은 과연 천하 일품이다]

행주산성에서 원조 잔치국수의 맛을 봤으니, 이제 가양동 쪽에서 회의가 있는 날이면, 어차피 지나가는 길에 행주산성 국수거리를 찾게 되었다.


행주산성에서 자랑하는 또 하나의 국수는 '어탕국수'다. 이 집 또한 문전성시를 누리고 있었으며, 평일에도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긴 기다림은 기본이다. 뚝배기에 자글자글 끓여나오는 어탕국수의 맛은 오묘함 그 자체다. 잡어를 갈아 만든 국물에 말아준 국수의 맛이라, 당연히, 평상시 회먹고 난 후 먹던 매운탕 맛이라 생각했는데, 그 맛하곤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오묘한 맛이다. 마치 옛날에 개울가에서 먹던 붕어탕에 가깝다. 강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적당히 매콤하고 시원한 맛이 속을 달래지고, 개운해지게 만든다. 술먹은 후 해장으로 먹으면 최고의 속풀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A%B5%AD%EC%88%9803.jpg?type=w773 [평일인데도 주차하는데만 대량 30분은 족히 걸렸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어탕국수를 먹기 위해서는 주차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고, 줄서서 기다려야 함을 견뎌야 한다. 소소한 불친절은 당연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그 많은 불편함에도 맛을 본 후로는 그 또한 즐거운 과정으로 본다.


%EA%B5%AD%EC%88%9806.jpg?type=w773 [어탕국수집 입구는 옆으로 허름하고 작게 놓여 있다]

어탕국수를 먹으러 들어가는 입구는 옆으로 허름하게 놓여있다. 작은 입구를 통과한 후에도 한 참을 기다려야 얼큰한 어탕국수를 맛볼 수 있다. 안의 풍경은 개인정보 보안상 찍을 수 없지만, 빈자리 없는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땀을 흘려가며 국수를 먹는 모습이다. 밥은 꽁짜이고, 가게 안에서는 '코푸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써 있다. 나는 그 우스꽝스런 문구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열심히 먹으면서 자연스레 콧물이 나옴을 알게 되며 이해하게 되었다. 포장도 된다고 하니 다음엔 포장도 고려해 볼만하다. 물론 집에서 해 먹는 맛은 장담할 수 없다.


%EA%B5%AD%EC%88%9802.jpg?type=w773 [2층 계단으로 이어지는 카페]

땀을 뻘뻘 흘려가며, 더운 날씨에 열씸으로 어탕국수를 먹었으니, 더워진 몸을 식혀 줄 필요가 있다. 근처 카페를 찾아 위층으로 난 계단을 오르니, 아담한 공간에 클래식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한 쪽에는 오래된 턴테이블과 스피커를 통해 추억의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EA%B5%AD%EC%88%9801.jpg?type=w773 [품직한 옛날 팥빙수는 추억을 소환한다]


얼큰한 어탕국수도 먹었고, 클래식한 카페에 왔으니, 옛날 팥빙수로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이다. 어름을 잘게 가른 빙수 위에 달달한 팥과 인절미 가루,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입맛에 오래토록 기억되어있던 팥빙수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행주산성이 선물하는 먹거리 문화, 그 중에도 탁월한 국수의 세계, 다음에 올 때는 어떤 맛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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