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의 차이
우리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있다면 어느정도인가? 자유의지란 내가 생각한대로 내가 마음먹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행할 수 있는 의지를 말한다. 사전적으로는 '개인의 성향을 따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을 지칭한다.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합리적인 인간이 자신의 행동을 여러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인간은 영장류의 지존으로,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한 것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놓여있는 처지가 그렇고, 주변의 환경이 내 생각, 내 의지대로 표현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의식의 세계보다, 무의식의 세계가 더 많아지고, 어느 순간 무의식에 의해 삶은 정복되고 만다.
시간은 그 무엇도 내버려두지 않는다. 시간을 무한정 견디며 이기는 것은 없다. 시간은 나이들게 하고, 무성했던 나뭇잎을 떨어뜨리며, 영원을 약속한 사랑을 떠나게 한다. 시간은 투철한 신념으로 강철같은 의지를 불사르던 청춘을 빛바래게 하고, 강렬한 의지로 생기발랄했던 철학적 자아를 혼돈과 무기력에 빠뜨린다.
나를 비롯한 누구도 이런 시간을 거슬러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집단을 이루며 때로는 협력하고, 경쟁하며, 의지하고 살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친한 동료들과 이별하고, 함께 뜻을 모았던 동지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사람은 변한다.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좋은 쪽으로 변하던, 안 좋은 쪽으로 변화하든 변화는 필연적이다. 주변의 환경이 그냥 놔두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람도 자연스럽게 혹은 피치못한 환경의 영향으로 변한다. 이런 변화를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도 의미가 없다. 누가 그 기준을 정할 것인가?
사람은 대부분 무의식에 의해서 행동한다고 한다. 학자들에 따라 80%에서 95%에 달한다. 반면 자유의지를 말할 수 있는 의식적인 행동은 5%에서 20%에 불과하다. 생존본능을 좌우하는 도파민에 의한 무의식적 행동이 대부분인 것이다. 생각을 통해 행동하는 의식적 행위조차 자유의지에 따라 표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으로 보인다.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고, 심지어 인간을 파멸시킬지도 모른다고 겁을 준다. 인간의 뇌가 기계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 그런 세상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기계의 하드웨어에 속하는 몸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소프트웨어에 속하는 인간의 뇌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점점 발전하고는 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이 또한 퇴화하기 시작해,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마저 상실하기 시작하고, 신규 데이터의 유입은 점점 줄어든다.
인간의 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결단보다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을 쫓아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다 오로지 생존에만 집착하여 자기방어적인 행동만 취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혈기왕성한 젊었을 때 했던 행동이나 말들을 부정하고, 다른 말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수도 없이 경험한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심한 경우를 보게 된다. 과거에 민주와 민중을 위해 투쟁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극보수주의가 되어 그들이 편들었던 사람들을 오히려 공격하거나,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처참한 생활을 대변하며 투쟁하던 사람이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고 무시하는 경우를 보며 우리는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측면에서 자유의지는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어색하다. 나 자신을 돌아봐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높은 이상과 패기는 점점 사라지고, 삶의 본질을 찾아 자유의지를 불싸르던 용기는 삶의 무게라는 쓰나미에 부딪혀, 흔들리고 부서져 퇴화되고 있다.
인간의 자아는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는 것 같다. 삶을 통틀어 처음 가졌던 의지를 끝까지 견지하거나, 지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는 동안 언제 어떤 선택의 순간이 닥칠지 모른다. 내안의 틀 밖으로 나와 최고의 선택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트렌드, 다양한 분야,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에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럴려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나의 자유의지도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