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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나를 인정하는 자존감

by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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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외사촌 조카가 석사 졸업하는데 마침 대전에 있다는 이유로 잠시 짬을 내어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어려운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또 다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5년을 더 공부한다고 하니 대견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지겨운 고등학교까지의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에서 무의미한 공부가 싫어 밖으로만 나돌다 겨우 졸업을 했던 나에게는 조카의 학구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카이스트 석사를 졸업하는 외조카에게는 전혀 성격이 다른 여동생이 있다. 그날 비범한 옷차림으로 그 자리에 참석한 여동생의 손에는 탬버린을 비롯한 간단한 음악도구들이 들려있었다. 궁금해 물어보니, 조만간 홍대 근처 공연장에서 5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그룹들의 경연이 있고, 자신은 그 중 한 팀의 싱어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손재주가 좋아 스스로 디자인한 악세사리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옷을 디자인하여 유명 걸그룹에게 입히고, 그룹 멤버로 참여해 노래 경연에 참여할 정도로 노래 실력을 뽐내고 있었단 말인가?


처남댁에 의하면, 같은 배에서 나온 아이들이 다른 성격과 다른 진로를 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다름에 그동안 고충이 심했음을 말한다. 형님의 엄격한 가부장적인 룰과 특히 작은 아이의 자유분방함 속에서 심적 고통이 심했음을 토로한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통금시간을 운운하며 이미 성인이 된 아이들을 옥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 있는 외조카가 유독 대견해 보인다.


우리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 부모로서의 책임감으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는 도와주고 지원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간섭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부모의 잘못된 선입견과 참견이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아이들의 장래를 방해할 수 있다.


갓 태어났을 때 우리들은 모두 사랑으로 충만하고 자신만만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주저없이 요구하였다.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했으며, 죄책감이나 수치심, 열등감 따위 감정은 없었다. 자신이 누구보다 특별하고 멋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보내던 중 어느 순간부터 부모들은 부지불식간에 본인들이 느낀 불안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었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며 두려움을 느끼도록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신이 이미 훌륭한 존재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존엄성과 자존감은 어느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났던 그 시점, 그 무엇보다 특별나고, 이 세상 아니 우주의 중심인 나,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나의 자유의지대로 할 수 있는 때로 돌아가야 한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나의 관점과 사상, 생각을 강요할 권한과 의무가 없다.




‘나는 나를 인정해’ 어떤 일이 일어나든, 누군가 어떤 말을 던지든,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행동을 하든, 그저 가던 길을 가자. 실제로 누군가 마땅치 않은 일과 행동을 강요할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스스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건네는 말도 긍정적인 말투로 바꿀 필요가 있다. 나는 좋은 것들만 누리며 살아갈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행복한 생각만 골라서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하는 것이다. 같이 있으면 유쾌한 사람들을 만나고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을 섭취하고 내 기분이 좋아지는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나는 나를 인정해’라는 말을 통해 스스로 자존감을 키우고, 키운 자존감 속에 자신감이 생기며, 그 자신감이 다시 자존감은 키우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나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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