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인잡] 심채경 천문학자의 영상을 보고 나서
BTS RM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알쓸인잡에 심채경 천문학자가 본인의 직업과 삶을 얘기하면서 공감이 많이 가서 감상문을 남겨본다.
내가 본 영상은 '나'를 알고 사랑하는 것이 내 인생과 진로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참고로 심채경 천문학자는 20대에 대학원에서 천문학을 전공하여 네이처가 꼽은 '미래 달 탐사를 이끌 세계 과학자 5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고 한다.
그녀의 책이나 다른 영상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한 과학자들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하지 않고, 대단해지지 않을지라도 '일'자체가 '일'로 다가오지 않으면서 사회에선 중요한 일이라고 알아준다는 것.
그 일을 하는 사람, 과학자, 연구자.
내가 그 타이틀을 입고, 속했다는 것. 그 사실과 현실이 감격스러워 행복함을 느끼는 메커니즘이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감히 댈 수 없는 업적의 과학자가 말하는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녀가 말하는 것과 동일한 것을 느끼며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내가 속한 회사, 학교, 내가 하는 일은 누가 봐도 평범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
광고물을 만들면 논문을 보고, 원본과 일치하는지 확인해 주는 것.
학교에서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내 준 시험을 치고, 과제를 제출하는 것.
한 번씩 내 연구분야의 논문을 읽고 업데이트하며 새 논문을 쓰는 것.
데이터가 나오면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
이런 일을 매일 한다고 해서 10년 후 노벨상을 받지도, 인류를 위한 공헌을 하는 것도, 모르는 일이며 아주 높은 확률로 어떤 상도 못 받을 것이고, 인류 공헌은커녕 가족을 위한 공헌도 미미할 것이다.
급여를 받으며 한 달 치 생활비를 해결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빚을 갚으며 살아가는 물질적, 학술적 배경 없는 팍팍한 일개미의 모습이다.
올해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올라서 더 팍팍해진 삶과 통장 잔고를 해결하려면 급여가 올라야 하는데, 갑자기 많은 돈을 벌어오기는 힘들고, 출퇴근이 힘들더라도 이직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한다.
별 다를 거 없는 소득이 적고 집도 땅도 일궈놓은 재산이라곤 빚뿐인 일개미가 뭐 그렇게 행복하고 재미있을까.
해당 영상의 그녀가 깔끔하게 답을 알려준 것 같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쳐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배경지식으로 답을 주고, 해결이 가능한 일들이 주어지는 삶. 나의 배경지식으로 인한 문제 해결이 모두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어 해결 받은 사람들이 고마움을 느끼는 삶. 더불어 개인의 발전도 도모하고, 어찌 될 진 모르지만 지금처럼만 살 수 있게 혹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진로의 카펫 위에 선 삶.
행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의 소속, 명함, 재산, 지위로 불행을 불러올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실제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낙관적인 사람이 많다고 영상에서도 언급한다. 꼭 연구뿐만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서 학습하며 체득한 호불호 중 '호(好)'를 찾아내고 알아낸 사람이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때 행복이 기본 상태가 된다.
덧, 남편과 나는 '과학자'의 성질을 가진 직업을 가졌다. 남편은 식품공학을 전공해서 식품 개발을 했다(지금은 휴직 중). 나는 역학자(epidemiologist)이자 보건학 연구를 하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 때 내 꿈은 단 한 번도 '과학자'인 적이 없었다. 극 문과 성향인지라 물리, 화학, 생물 등에 흥미 있어야만 과학자라고 생각했지. 무언가를 연구하고 몰두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위해 탐구하는 일련의 행동을 통해 과학자가 되었다.
문과에 문예창작반을 하던 문과생이 돈 벌려고 이과인 간호학과에 갔다가 그대로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며 진정 자신의 진로를 찾았다고 행복감을 느끼는 글을 남긴다.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