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
넷플릭스 다큐는 질 높은 영상과 연출로 책을 읽는 것과 유사한 생각할 거리를 줄 때가 많다.
지난주에는 황우석 박사의 현재와 과거를 다룬 [킹오브클론]을 보았고, 이번주는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오바마가 총괄한 "일"에 대한 다큐를 봤다.
전임 대통령이란 사람이 불쑥 나와서 인터뷰와 내레이션을 하는 장면이 평범한 일상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편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다큐' 아닌 드라마 느낌이 들었지만 직접 나와서 하는 이야기들이 본래의 주제를 드러내기도 해서 나쁘진 않았다.
시작은 서비스 종사자부터 해서 마지막 CEO까지 일하는 삶을 조명한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엔 몰랐지만 4화까지 보면 각 분야별로 회사를 하나씩 섭외해서 모든 계층별 직업인을 한 명씩 따라가며 찍은 것이라는 점이다.
뉴욕의 유명호텔, 미시시피 주의 홈케어 기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회사, 이 세 곳을 사전에 섭외해서 서비스 직군, 중간관리자, 최고관리자, CEO 순으로 시리즈 촬영을 했다.
내가 미국에 살아본 적이 없지만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공감과 이해가 쉬웠다. 일에 대해 동일한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먹고사니즘이 인간의 시급한 문제라 그런 듯하다.
특히, 자신의 연봉을 시원하게 오픈할 때 달러가 바로 계산되지는 않았으나 그 느낌이 우리가 말하는 3000만 원, 1억, 이런 느낌과 동일했다.
서민 입장에서 4만 달러 정도 되면 일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 없이 잘 번다고 할 수 있고, 전문직에 진입하면 15만 달러 이상이고, CEO의 보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그 수준이라고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모든 내용이 의미 있고 흥미로웠으나 아무래도 나와 가장 비슷한 처지(?)인 직급의 사람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3화의 '꿈의 직업'은 사실상, 자신의 경력이나 직무 능력을 인정받아 준전문직에 가까운 상태로 전문직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본 다큐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의사', '간호사', '변호사', '회계사'가 나오지 않는다. 이미 직업에 대해 논할 때 너무도 많이 회자되는 영역이기에 굳이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이들과 비슷한 영역의 직무와 직급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방식으로 일을 대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예상한 대로 일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러한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와 지식을 공유하며 살고 있고, 앞으로의 삶에도 이러한 일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할 것이라는 점이 그들이 '꿈의 직업'을 가졌다고 한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연봉과 집의 상태, 외적인 취미활동 영위가 딸려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이전화인 '중간관리자'에 가까운 연봉과 직급이 현재의 나라면, '꿈의 직업'의 사람들이 향후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이며 돈이나 집 같은 외적인 것을 제외한 현재의 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생활하는 것과 말하는 것에서 공감이 많이 됐고, 마지막 부분의 오바마의 인터뷰는 기억에 남는다.
[오로라]라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회사의 엔지니어 총괄로 있는 한 인도계 사람의 집으로 오바마가 초대되어 집 옥상에서 조촐한 파티를 한다. 이때 오바마는, "이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는 삶이군요!" 한다. 엔지니어가 가진 기술과 학력, 그리고 화려한 경력은 그의 사회 초년생에 이룬 고생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한때 나도 진로를 선택해야 하며 이직의 기로에 앞선 순간마다 든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매일 먹어야 할 식량을 제때 구하지 못할까, 양육비가 없어서 양육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처지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들과 같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아이가 아프거나 희귀병에 걸려 모든 재산을 다 바쳐도 치료가 불투명하다면 내겐 가장 큰 고민이자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재산이 훨씬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고민할 겨를이 없으며 환경이 당연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이끌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에겐 각자 처한 상황이 있고, 그 상황이 직업과 직급에 따라 나뉠 수 있다는 것을 흡입력 있게 보여주고 있었다.
꼭 '꿈의 직업' 사람들만이 성공과 인생의 올바른 지표라고 할 순 없다. 1화의 '서비스 직종'을 보면서 오랜 기간 체득한 자신의 일에서의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도 있었고, 초기 진입자들의 생생한 초심도 느낄 수 있다.
공통으로 여기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가족이 있으며 양육할 누군가가 있었다. 급여의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의 일로 번 돈은 그들의 가족을 부양하는 데 공헌했다.
그 작은 발걸음들과 마음가짐을 배워야 한다. 처음엔 순수한 마음과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해서 하다가 일을 하면서 생긴 자기 주도적인 생각으로 삶을 그려나가려고 할 때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배워야 할지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육체노동을 하는 삶이던, 지식이나 라이선스를 갖고 일하는 삶이던, 지속하거나 바꾸거나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결정이 있어야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
돈이 우선이면 돈을 합법적으로 가장 많이 불릴 수 있는 일이나 방법을 선택하면 되고,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를 실현하는 일을 선택하면 된다.
당연히 그 중간에서 타협해야 할 수도 있다. 나처럼.
지금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하자. 핵심은 '선택'이다. 내가 생각해서 선택한다면 후회도 희열도 모두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