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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Oct 09. 2019

HSK 중국어 능력 검정 시험 4급

중국어 쌩초보에서 HSK 4급 합격까지

*HSK는 한어 수평 고시; 중국어계의 토익 같은 존재. 1급부터 6급이 있고 만점 300점에서 180점을 넘기면 합격이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회사나 학교가 있어 가급적 240점 이상의 고득점을 노린다.


- 4급은 중국어 회화 기본보다 조금 위의 수준

- 5급은 토익으로 치면 800점 정도, 업무적 중국어를 다루는 정도의 수준을 요구

- 6급은 대학 논술고사 수준의 지문과 어휘력을 요구


중국에 살면서 나에게 필요한 언어는 중국어였다. 아무리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한국 마트를 가더라도 모든 매장 직원이 한국어를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집 안에만 감금해서 살 게 아니라면 중국어는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필수 과제였다.


집에서 가까운 학원에 등록하고 격일반으로 하루 1시간 반 정도 수업을 들었다. 중국어를 많이 쓰는 환경은 아니었고 가정주부가 밖에 나가 중국어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이대로 늘긴 할까, 의구심이 늘어만 가는 시간이었다.


내년에 중국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 최소 자격조건인 HSK(한어 수평 고시; 중국어 능력 검정 공인 시험) 5급 210점 이상을 받아야 했다. 2019년 안에 그 목표를 이루고 싶었고, 첫 단추로 4급을 보자고 생각했다. 해서, 중국어를 배워본 적 없고, 니하오의 성조도 몰랐던 주부가 2개월의 쌩 기초 학원 수강이 끝나고 나서 개인과외로 한족 선생님께 HSK 4급을 준비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금은 계획이 수정되어 중국에 있는 학교는 진학하지 않지만 기왕 공부한 거 5급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12월에 시험 칠 예정)


과외는 2월 중순부터 했고, 시험은 4월 중순이었다. 본격적으로 시험을 위한 준비는 3월 초부터 시작했다. 평일 매일 한 시간씩 한 달 동안 과외를 받았고, 책을 샀으나 듣기 파일이 없어서 환불받고 'HSK online'이라는 무료 어플을 다운로드하여서 준비했다. 단어집과 모의고사 10세트는 무료인데 추가로 나오는 문제들을 더 풀고 싶으면 결제하고 사면된다. 4급은 과외를 받고 있어서 무료 모의고사 10세트만 풀고 시험 봤다.


시험은 IBT(컴퓨터) 방식으로 신청했고, 종이가 아닌 모니터로 푸는 연습은 이미 아이패드로 모의고사를 풀고 있었기 때문에 됐고, 타자 치는 방법은 과외선생님과 위챗 주고받으면서 연습했다.


공부방법은 하루에 정해 놓은 단어를 외웠는데 단어집은 1 챕터에 10-12개 정도 되었다. 이걸 두세 챕터씩 보고 외웠던 것 같다. 어플로 음성 듣고 예문 듣고 연습장에 적어가면서 다음에 봤을 때 비슷하게라도 찍을 수 있게 공부했다. 그 외에도 과외하면서 알게 된 단어도 따로 정리해서 한 번씩 복습하면서 외웠다.


4급은 전체 시험시간이 2시간으로 그리 길지 않다. 고로 모의고사 풀 시간도 꽤 있다는 의미였다. 모의고사 1세트를 풀고 나서 틀린 문제들 정독하면 3-4일 걸렸다. 일주일에 2세트씩 풀었던 것 같다. 처음엔 오래 걸려도 오답 노트했는데 시간이 촉박해질수록 오답노트 대신에 단어 외우는 거에 집중했고, 틀린 문제를 두 번 이상 보는 것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때 오답노트 잘해 놓을걸, 하는 후회는 있다.


사실, 나는 타고난 게으름뱅이에 의지박약이라서 열심히만 했다면 하루는 모의고사 한 세트 풀고 하루는 오답노트 정리하고 그렇게 일주일 지나서 오답노트 1 회독하고 문제 또 풀고 했으면 모의고사 다 풀고 여유 있게 단어 다 외우고 시험장에 들어갔겠지만 절대 그렇게 할 리가 없었다.


모든 공은 공부할 수밖에 없게 매일 테스트 쳐주신 과외선생님과 한결같은 잔소리로 채찍질 해준 나의 남편에게 돌립니다.


그럼에도 저만큼만 해도 된다고 자부할  있는 것은 고득점으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뒤에서 나와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끝까지 읽어보시길.


마지막 남은 일주일은 이대로 돈을 날리는 게 아까워서 남은 모의고사(무려 7세트;;)를 풀어 재꼈다. 그마저도 다 못 풀고 5세트만 더 풀고 시험날이 되었다.


대망의 시험 당일은 토요일이었다. 남편이 마침 쉬는 날이라 손수 데려다주시고 차 안에서 폰 게임하면서 기다렸고, 나는 시험 시간이 되어 입장할 때까지 안 외워지는 단어들을 붙잡고 있었다.


준비물은 미리 출력해 간 수험표와 신분증(여권)이었고, 달달 외울 단어집이었다. 시험장에는 중고등학생들이 6급을 치러왔고(특례를 위한 고득점을 받으려고 여러 번 친다고 함) 유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인들도 몇몇 보였다. 훨씬 나이 많은 중년 남성도 1분 계셨다. 시험장은 4/5/6급 수험생들이 섞여서 시험을 쳤고 완벽히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시험 안내를 들었다. 겨우 알아들은 건, 문제가 있으면 손을 들어라, 와 시험이 끝난 사람은 손을 들고나가시오,였다.


시험 내용은 정말 깜짝 놀랐다.

독해와 듣기 문제 중에 모의고사와 거의 똑같은 문제가 몇 개나 출제되었던 것이다. HSK 시험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시험 유형만 파악하고 들어간 거라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말이다.


사실, 그렇게 깜짝 놀랄만한 일이 아닌 게, 주제가 4급 수준에 맞춰서 교과서적인 내용들만 있기 때문에 문제의 범위가 거기서 거기다. 4급에 주어지는 단어가 600개라고 한다. 그 안에서 주어지는 내용들은 내가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봤던 내용들이었다. 환경오염, 자기 계발, 인간관계, 지식정보화시대, 예의와 범절 같은 내용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단어 몇 개를 알기만 하면 무슨 내용인지 쉽게 감이 잡힌다.



각 부분별로 정답을 찍어내는 방법이 있는데 확실하게 잘 모르겠다 싶으면 사용하기에 좋다. 먼저 듣기에서 4지선다형 문제를 먼저 보자. 크게 좋다/안 좋다, 긍정/부정 등으로 답이 나뉜다. 이때 남/녀의 대화 혹은 한 명의 독백을 들을 때 보기 안에 있는 답이 명확하게 들리는 게 정답이다.


예를 들면, 정답 보기가,

1번. 눈병 생김

2번. 감기 걸림

3번. 목이 아픔

4번. 피를 흘림


이라고 했을 때 어떤 듣기가 나올지 감이 잡힌다. 분명 누가 아프다고 할 것이다. 대화가 시작되면 남/녀 중 한 명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그때! 누가 앓는 소리를 하면서 '눈. 이. 아. 파.'라는 단어가 들리면 해당 보기를 선택하면 된다. 단어 공부만 했다면 충분히 맞힐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물론, 고득점을 가려내기 위한 방해공작이 있어 더 열심히 공부했다면 만점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다음 독해도 마찬가지이다. 주제를 고르는 문제라 하면, 먼저 문제 보기를 보라. 그리고 지문에서 첫 문장을 읽고 무슨 주제의 내용인지 확인한다. 마찬가지로 보기의 내용이 다음과 같이 있다고 한다면 첫 문장은 환경과 관련된 내용이 나올 것이다.


1번. 환경오염

2번. 동물보호

3번. 자동차 사용

4번. 자원 절약


그리고 중간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주요 단어들을 골라 읽다 보면 반복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환경오염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오염된 환경 속에서 살 수 없다. 환경을 보호해야 인민들이 살기 좋다.'

혼란을 주기 위해 '자동차도 많이 타서 환경이 오염된다.'는 글도 있지만 전체 맥락에서 오염만 3번 이상 나오는데 어찌 1번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망의 쓰기는 과외를 받기는 했지만 제일 자신이 없었던 부분이었다. 오히려 마지막 부분인 작문은 문제가 많지 않아서 그냥 버린다고 생각했고, 1-2 부분은 모의고사 풀 때 제일 많이 틀린 부분이라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문법적인 기초가 없이 한 달 만에 벼락치기로 한 공부라 기초가 없었기 때문이다ㅠㅠ


특히, 문장의 단어들을 섞어서 순서를 맞추는 부분에서 모의고사 0점을 맞은 적이 있을 정도로 문장 구조를 하나도 모르는 수준이었다(흐엉). 다행히도 몇 개는 모의고사에서 풀었던 유형의 문제가 나왔고, 마지막 작문은 생각나는 대로 간단하게 적었다. 그나마 모르는 단어들이 아니라서 적기라도 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당연히 합격이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언제 결과가 뜨는지도 몰랐다가 주변에서 이때쯤 나오지 않았겠니, 해서 봤더니 웬걸, 249점으로 만점에서 50점 남겨두고 합격했다. 이때의 자신감이 중국어를 하는데에 도움이 조금 되어서 그 뒤로는 거의 손 놓다시피 했는데도 제법 알아듣고 기본 회화는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비즈니스나 공부가 아닌 상태로 중국에 들어와서 배운 것치곤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되어 낮은 급수지만 굉장히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제 12월에 있는 5급 준비는 또 어떡하나, 조금 막막하지만 말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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