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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Dec 16. 2019

HSK 5급 후기

HSK 4급 취득 후, 1 달이면 가능해요 (단, 고득점은 보장 안됨)

1. 배경지식

HSK 4급 합격 소식을 듣고, 바로 5급 시험을 등록했다.

HSK가 무엇인지, 각 급수별 난이도와 4급 합격수기는 이전 글을 참조
HSK 4급 후기

5급은 4급(중국어 초급)과 6급(고급;HSK는 6급이 최고 급수) 사이라서 어른이나 아이들이 중국어 입문을 하고 나서 실력을 확인해 보는 4급도 아니고, 고등학력 기관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검정이 되는 6급도 아니고(그러나, 학교나 기관에 따라 5급을 기본 수준으로 요구하는 곳도 많음), 해서 가까이에서 5급 시험장과 시험일이 원하는 장소와 날짜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버스로 2시간 떨어진 곳으로 가서 봤다. 남편이 마침 당직인 주말이라 오후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출발해 시험을 치고 왔다.


2019년 12월 16일 결과 발표를 보고, 합격은 거뒀으나 고득점은 아니었기에 반성과 같은 합격수기를 남긴다.

**저처럼 공부하지 마세요**


2. 시험 등록

HSK 시험은 지필고사와 컴퓨터 고사가 있고, 컴퓨터 고사 시험비용은 중국 위안화로 550원(한화로 92,000원)이며 지필고사에 비해 좀 더 비싸다. 모든 시험은 1회에 한해(시험장소는 변경 불가) 연기가 가능하다. 수험표는 시험 일주일 전에 홈페이지에서 출력할 수 있다.

시험 당일 준비물은 출력한 수험표개인 여권을 지참한다. 개인 일정상, 한국에 한 달 이상 머물러야 했기에 기존에 등록해 놓은 10월에 시험을 못 치게 돼서 시험일을 12월로 미뤘다.


2. 공부방법

4급을 치고, 중국어 과외를 멈췄다. 과외선생님이 취업과 동시에 우리는 여름이 들어오는 입구에서 작별을 고하게 돼서 그랬다. 중국어 과외는 그 이후로 더 받지 않았고 대신, 4급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마법 같은 어플을 계속 이용해서 '독학'으로 5급 시험을 쳐보기로 했다. 어플 이름은 [HSK online]이다.

(이후, 독학은 온전히 저 어플로만 했기에 어플 광고 같은 후기 글 같으나 광고는 전혀 아니며-광고주님은 중국인, 이 글을 볼 리가 없음-결과적으로 책 안 사고, 돈 안 쓴 5급 합격 수기임)


1단계 (강 건너 불구경)

시험 4개월 전 : '자, 중국어를 너무 손 놓았으니 시험을 위해 단어 공부를 해 볼까? 단어가 헷갈리는 게 많네? 4급 단어를 다시 볼까?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그럼 맛보기로 문제 좀 볼까? 다 틀렸네......'

저러한 상태로 문제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해서 기출문제를 펼쳐보았는데 이건 뭐, 난장판이다.

듣기 (35분)  - 1 부분(20개) : 짧은 대화(3 문장 정도)를 듣고 답하기                       
                       2 부분(25개) : 긴 대화(4 문장 이상)를 듣고 답하기 + 긴 문장(화자는 한 명)을 듣고 답하기

독해 (45분)  - 1 부분(15개) : 5문 제당 하나의 장문이 나오고, 문장 안에 빈칸을 둔 다음 고르는 유형
                       2 부분(10개) : 짧은 문장(3줄) 독해 후, 내용 질문 답하기
                       3 부분(20개) : 긴 문장(5-10줄)

작문 (40분)  - 1 부분(8개) : 단어로 문장 순서 배열하기                       
                       2 부분(2개) : 단어 제시 1문제, 사진 제시 1문제 각 문제당 80자 이상 작성해야 함

세 가지 항목의 다음과 같은 유형의 문제들이 나온다. 4급과 비슷한 형태지만 지문의 내용이 길어지고, 어휘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4급에서 듣기 문제가 "안녕, 오늘 날씨 어때?" "좋아, 아주 좋아." 수준이라면, 5급은 "리 선생, 오늘 기온이 어떤가?" "오늘 기온은 14도로 어제보다 1도 올라갔네요. 날이 갈수록 따뜻해지는 거 같아요."가 된다. 문제의 답 또한 4급보다 길어지고, 어려운 단어로 나온다.

중국에서 일상생활할 때 5급 단어를 공부하면 어지간한 간판, 식당 메뉴, 안내문의 중요한 내용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긴 한다. 그러나 문장 구사력이 높아져서 말을 문장으로 술술 말하는 경지에 이르려면 일상 회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4급 단어조차 기억이 안 나니 이를 응용해서 나오는 5급 단어들은 당연히 외워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단어를 다 익히고 나서 문제를 풀 생각으로 단어 암기를 시작했는데 중국어 공부만 하고 있던 처지가 아니라서 매일 20개씩 외우겠다는 다짐이 흐려지며 단어는 다시 뒤죽박죽이 되었다.


4급 수준보다 퇴보한 채로 시험 2달 전이 되고,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나는 단어를 외워야 문제가 보이지, 하며 기출문제와 모의고사를 등한시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2단계 (문제 풀이 시작)

시험 한 달 전 : 단어를 눈에는 발랐는데 왜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단어로 보이는 걸까(그거야 공부를 제대로 안 했으니까), 고민을 하지만 아무리 연습문제를 풀어봐도 어휘가 부족하니 문제가 안 풀린다, 아니, 못 풀겠다. 어리석게 단어를 붙잡고 또 붙잡다가 0점을 받더라도 기출문제를 보면서 문제 유형을 익혀야 되겠다, 싶어 기출문제 풀이로 넘어갔다.


기출문제를 완전히 1회 차를 다 풀고 나면 어마어마한 양의 오답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걸 꾹 참고, 오답풀이를 읽어가면서 모르는 문장 구조와 단어를 외우다 보면 문제에 대한 '감'은 다 익힌 셈이다. 그걸 반복적으로 축적해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상식 퀴즈 같은 독해 문제들을 깨우치다 보면 단어만 붙들고 외운 것보단 훨씬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듣기는 대화 위주의 대화는 그래도 일상적인 일들이라 듣다 보면 내용이 한정적이라서 감이 쉽게 오는데 마지막 유형의 긴 문장 혼자 말하기 문제는 정말 답이 없다. 내 방법은 시험이 시작할 때 빨리 문제의 보기를 읽고 듣기를 하면서 문제 순서대로 답이 들리면 체크하고 넘어가는 식이었다.


복불복인 게 어떤 문장은 완전 초반에 답이 쭈르륵 나와있는 반면에 다른 문장은 훼이크 문장이라 답이랑 전혀 상관없는 지문일 경우가 있다. 이것 또한 반복해서 듣고 오답풀이 지문 보면서 여기서 딱 답을 건져 올리고 저기서 딱 건져 올리는 낚시질을 배워야 한다.


알려준 어플엔 <기출문제> 항목과 <모의고사> 항목이 있다. 친구에게 어플 공유 톡이나 챗을 날리면 <기출문제>는 결제 없이 볼 수 있고, 문제풀이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어를 해석해서 한국어로도 보이니 문제 풀고 보기에는 편하다. 지난 4급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모의고사>까지 보기 위해서 결제를 했다. 하지만 문제를 보고 나니 이 어플은 결제를 안 했을 때 만족도가 높은 어플이었다.


왜냐면, <기출문제>만 풀어도 충분히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데 <모의고사>를 풀다가 너무 어려운 문제와 난이도에 시험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모의고사>는 제작한 문제이다 보니 수준이 높고, 아주 심혈을 기울인 티가 역력하다. 일례로 3회 차 독해 문제에서 '펑리위안 여사-영부인의 패션 센스'와 '파리 패션위크', 두 단어가 나왔을 때 멘붕을 경험한 뒤로 <모의고사> 항목으로 다신 돌아가지 않았다.


처음 본 <모의고사> 1회 차 전체의 정답률은 "25%"였고, <기출문제> 1회 차는 40%였다. 시험 한 달 전 점수가 저랬으니 당연히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3단계 (feat. 유튜브)

그래도 시험비가 십만 원 가까이 되는데(토익보다 두배 비싼데), 그냥 버리기는 아까우니 억지로 공부를 했다. 해도 해도 정답률은 늘지 않고, 지문은 길고 어휘력도 모자라니 문제를 다 풀기도 전에 시간이 초과되어 자동으로 오답 처리되기 부지기수였다. 더더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그때 생각한 다른 방법이 작문 문제 풀기였다. 먼저 연습 문제로 작문 문제를 풀어봤는데 1 부분 작문은 문장 구조에 맞춰 단어를 배열하는 유형이라 오답률이 높아도 푸는 것 자체가 어렵진 않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노란색} {입니다} {선물은} {지갑} {나의} <- 제시어

정답 : 나의 선물은 노란색 지갑입니다.


위의 예시보다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단어수가 많지 않고, 빨리빨리 정답을 확인할 수 있어서 작문 1 부분을 연습 삼아 풀었다. 그럭저럭 게임 같은 1 부분 문제 풀기가 끝나면 작문 2 부분이 나왔는데 당연히 문장 구사력이 떨어지니 한 문장도 제대로 못 적고 창을 닫았다.


작문 2 부분은 진짜 작문을 시험하는 것으로 내가 쓴 답이 정답인지 알 수없으니 첨삭을 받는 방법이 있었는데 비싸기도 했고, 당장 정답을 적을 수 없으니 예시 정답으로 나와있는 부분을 보고 따라 적었다. 예시 정답에선 사자성어와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문장 구조를 이용했기에 따라 외우기에 벅찼다.


인터넷으로 내 수준에 맞는 작문 공부방법을 찾다가 '유튜브를 보세요.'라는 블로그 글을 읽고 유튜브로 달려갔다. 글쓴이가 알려준 채널은 [중국어 비법만 알려주는 성룡 선생님], [진짜 중국어] 두 곳에서 급수에 따라 작문 수업 영상을 올려놨는데 주제에 따라 적을 수 있는 문장들을 외우는 게 방법이었다.


4급에서도 말했듯이, 중국어 시험은 '중국'에서 주최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그 나라의 사상과 문화적 기반에 따라 문제가 출제되는데 불온한(?) 내용들은 문제로 출제되지도 않고, 답으로 제출해서도 안된다.


그럼 출제되는 주제들이 몇 가지로 한정되는데 주로 운동, 직무, 공부, 요리, 가족, 긍정적인 반응 등이다. 연습한 문제들을 위의 주제에 맞는 단어와 문장으로 바꾸어 제출하면 득점을 잘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작문 1 부분은 5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80자 이상의 작문을 시킨다. 이때 단어가 '가족, 축구, 취미, 사랑, 건강' 등이 제시됐다면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장을 만든다.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취미로 축구를 같이 합니다.', '서로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랑이 커집니다.', '매주 주말마다 운동을 하는 것은 건강에 좋습니다.' 같은 교육방송 멘트들을 예시 문장으로 작성하고 단어가 달라짐에 따라 단어만 바꿔서 넣으면 된다. 동영상 강의에는 각 주제마다 꼭 넣으면 좋은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들을 알려주는데 많아봤자 주제별로 한 두 문장이라서 그나마 이건 외워서 들어갔다.


작문은 강의한 내용들을 똑같이 타자로 치고 내용을 외우고 다시 중국어 타자로 연습하는 식으로 문장 구조를 학습했다. 컴퓨터 시험이라서 한자 부수를 일일이 외울 필요가 없어 부담이 덜했다.


4단계 (문제를 풀자, 끝날 때까지)

시험 일주일 전 : <모의고사>는 여전히 넘사벽으로 3회 차를 마저 다 풀지 못하고 그대로 닫힌다. 고득점을 받으려면 저 정도 수준의 문제들을 시간 맞추어 다 풀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도 기출문제를 3회 차 이상 풀다 보면 반복되는 형태가 보이기도 하고 오답문제를 독해하면서 읽다 보면 모르던 단어를 더 빠르게 익힐 수 있다. 그래서 문제 풀이를 하면서 어휘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 하나 보다. 단어를 먼저 외울 거야, 하고 고집부리다가 턱걸이 점수로 겨우 합격한 것 같다.


3. 시험 당일

바다 건너 마주 보는 이웃 동네로 시험을 치러 가야 했다. 근처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이라 공항으로 향했다. 남편이 먼저 출근하고, 나도 아침을 먹고 오전 9시에 출발했다. 시험은 오후 1시 30분이었다. 30분 전까지 도착해야 하며 입실은 30분 전에 거의 완료된다.


남편이 미리미리 인간형이라서 초행길에, 본인이 데려다주지도 못하니 불안해서 꼭두새벽부터 가라고 등 떠밀어 갖고 4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가는 동안 이웃 동네 구경 좀 하나 했더니 안갯속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 날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인 것 같았다. 왜 시험날은 항상 추운 건지, 참. 시험보다 더울까 봐 롱 패딩을 안 입고 갔는데 오히려 시험장 안에서는 두꺼운 외투를 벗게 하고 가방도 외투와 같이 수거해 가기 때문에 그냥 롱 패딩 입고 갈 걸 그랬다.


컴퓨터가 놓여 있고, 나눠준 수험번호와 비밀번호를 보고 로그인을 하면 음량 조절을 하라고 한다. 음량 조절이 끝나면 시험 시작 시간이 종 칠 때까지 가만히 화면을 응시한다. 시간은 화면에 나타나고, 초단위로 움직이는 시간이 시험 시작 시간 정각을 가리키면 바로 시작화면으로 바뀐다. 안내 방송이 나가고, 문제 풀이가 시작되는데 저번에는 몰랐는데 듣기 문항이 체크된 다음, 다음 문제를 풀고 다시 이전 문제로 돌아가면 1번, 2번, 3번, 4번 보기들이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내가 체크한 문항은 그대로 체크되어 있음). 아마도 커닝을 방지하고자 만든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4. 시험 결과

컴퓨터 고사는 정확히 2주가 지난 평일에 홈페이지에 발표가 난다. 홈페이지 하단에 보면 성적 조회란에서 로그인을 해야 확인할 수 있다. 성적표는 시험일로부터 45일 후에 등기로 발송한다고 하나 중국에서 시험 친 사람들은 직접 시험을 본 고사장으로 가서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언제 다시 가나......

(4급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데도 없어서 안 받아 왔다)

으랏차차, 턱걸이의 힘


+귀가

2시간을 딱 채우고 나오니 캠퍼스 정문에 보이는 바다와 놀이공원의 대전차가 경치 관람하기에 좋았으나 문제는 너무 추웠다. 시험을 망했네, 저쨌네 하면서 남편과 수다 떨다 보니 배터리가 나갔고, 배터리가 완충되길 기다리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티켓을 파는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떠났으며 다음 버스는 1시간 뒤에 탈 수 있다고 했다. 남편에게 말하니 어느 세월에 기다렸다가 올래, 해서 택시를 불렀고 친절한 기사님이 해저터널로 빠른 길을 택해 주셔서 난생처음 바다 밑 터널도 지나보고, 쾌속으로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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