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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Aug 02. 2019

중국, 흔한 편견과 반전의 일상

1년차 생활보고서

벌써 중국에 온 지, 8개월이 넘어간다.

롱패딩을 꺼낼까 말까 할 때 도착해서 까무잡잡한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며

8원짜리 양파를 80원에 사기도 하면서 (당시 중국어를 잘 못해서 생긴 듣기 오류)

적응해간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말인즉슨,

남편과 나의 결혼생활도 1년이 되어간다는 의미.

몇 번 안 되는 삐짐과 토라짐의 시간과

매일 퇴근하지 못하는 남편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며 보낸 시간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으면 심심해서 살 수 없을 정도로

단조롭고 평화로운 일상의 연속이다.


8개월 동안 겪은 건 비단 나와 남편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살아보는 중국 교민의 삶에서도

익숙함과 낯섦을 겪으며 다가간 시간들이었다.

그중 몇 가지 소소한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1. 친절한 사람들

우리 아파트 단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단지 내외의 문들이 자동 잠금으로

카드키를 대거나 버튼을 눌러야만 열리고 닫히는 것이 많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문을 지나가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나는 거의 대부분 잡고 기다려주거나 한다.

내가 기억하기론,

한국에서 문을 잡아주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주거나

하는 일상적인 것에서 이웃 간의 친절함을 느끼거나

한 적이 많진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 한 번도 예외 없이

그냥 가버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과 표정과 웃음을 남기며

길을 나서셨다.

엘리베이터를 잡고 먼저 들어가라고 할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약자를 배려하는 시민들은 항상 있었고

배려를 받는 사람들 또한,

이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나치지 않았다.


중국의 이미지,라고 묻는다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나쁜 이면들이 주르륵 연상되면서

중국 관련 뉴스에 따라붙는 댓글창들이 내 머릿속에도 존재한다.

어딜 가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착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중국은 모두가 ‘그럴 것만 같은’ 생각을 한다.


2. 물가

환율이 엔화처럼 딱 떨어지지 않아서 계산이 조금 걸린다.

그리고 같은 ‘원’이라는 표기를 써서

10원, 20원이라는 표현에 나도 모르게

땡그랑 동전 10원을 연상하곤 한다.


그. 러. 나.

이것은 크나큰 오류요, 착각임을 가계부를 작성해보니 몸소 알게 됐다.

대충 얼마인지 알고는 썼지만

뭉쳐놓고 보니 뜨아 정말 많이 썼구나.

한국에서 혼자 돈 벌면서 연애할 때도 이렇게 안 쓴 것 같은데 (데이트 비용은 반반, but, 남편이 더 쓰긴 했지요)

나름 물가가 비싸지 않은 나라에 사는데도

한국 사는 만큼 생활비를 펑펑 쓴다는 사실은 집에만 있는 주부에게 굉장히 스트레스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게 옛말이라고 정말 그렇다.


3. 성별에 대한 인식

관심은 없어도 대충 이웃나라가 어떤 성역할 인지가 있는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 한국에서, 중국에서 부부를 사회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이다.

나라의 체제 덕분인지 중국의 부부는 동등하게 노동을 하여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된다.

일례로, 어린 학원 강사님이 중국에서는 나처럼 결혼을 하고 집에서 살림만 한다고 하면

“왜 일을 하지 않아?”

아이가 있는 경우도 예외 없이

“왜 아이를 돌보면서 집에 있어?”

하는 궁금함을 내비친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경우, 결혼하고 신랑 따라 지역을 옮겨서 그만뒀어, 하면

”그래 그렇구나. 이제 살림만 할 거야?”

라든가, 아이를 낳고 육아만 한다면

“그래, 아이 낳고 일 나가기가 힘들지.”

하고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주방 살림은 대다수의 가정에서 흔히 보이는 양상이다.

단점으론, 정말 요리만 잘하셔서 다른 살림을 한 개도 안 하시는 분도 계신다고;;

반대로 주방일도 도맡아 하고 장도 보시고 청소나 빨래도 엄마보다 좀 더 하시는 분도 계신다.

많은 40-50대의 아버지들이 부엌일을 도맡아 한다는 건 아직 우리에겐

낯선 모습이지만 중국에선 일반적이라고 한다.

아마도 부부가 일을 하는 게 중국이 근대화 시절부터 정착이 되면서

둘의 집안에서의 일을 하는 빈도도 비슷한 양상으로 분화된 듯하다.

물론, 이것도 남방이냐, 북방이냐, 어떤 소수민족이냐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북경을 포함한 동북지방에서는 남성들이 요리를 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4. 스마트한 일상

미디어에서 많이 얘기한 바가 있어 알다시피

중국은 큐알코드와 인터넷 쇼핑몰이 발달하여

현금과 카드를 구경하는 게 힘들다.

나 같은 경우도 가방이 필요 없게 되었다.

처음엔 어딜 갈 때 습관처럼 들고 다녔지만 이젠 어딜 가서도

필요한 건 스마트폰뿐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폰만 덜렁 들고나간다.

보조배터리, 휴지, 현금, 신분증 등등

모든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해결 가능!

왜냐하면,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다 보니

전기자전거, 보조배터리 등

내가 굳이 뭔가를 들고 다니거나

구매하지 않아도 해결이 가능한 것들도

스마트폰으로 대여와 결제가 가능해서

정말 스마트한 세상에서 편리하게 살고 있다.

모든 회원카드와 할인카드와

심지어 비행기표와 기차표까지도

이렇게 살다 보니 가끔 내가 외국인인 것도 잊어버려서

여권을 소지하지 않다가

호텔 체크인을 하지 못했더라는 에피소드도 생기고 그런다.

매일같이 스캔하는 수많은 큐알코드들

이제 내 소원은 좀 더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여

일을 하든지, 내 전공의 공부를 할 수 있든지

되었으면 좋겠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한국음식 실컷 사 먹을 수 있는

이 평화로운 삶을 어떻게든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누리고 싶은 8개월 차 주부의 소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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