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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Jun 12. 2020

기러기 부부의 일상생활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우리 부부생활의 변화

기러기가 되었다. 요즘엔 중국에서 살다 온 사실도 잊을 지경, 그냥 남편이랑 어디 시골 구석에서 살다가 나 혼자 도시로 나온 것 같다. 많이 보고 싶은 데 갈 수 없다는 현실을 피부로 느낄 때 내가 다른 나라에 있다 오긴 했구나, 자각한다.


부부싸움도 하면서 지낸다.

너무 힘든 기러기 생활. 잘 지내도 당장 볼 수 없어서 그리워 힘들고, 싸우면 싸우고 심각해져서 힘들다.


일상,

아침이 되면 출근하기 바쁜 아내와 새벽부터 본인 자리에 앉아있는 남편은 오전일을 시작하다가 정신이 들면 와이프가 살아있는지 교신을 해 본다. 출근했니, 벌써 퇴근하고 싶다, 겁나 피곤하다 등등 일상적인 인사를 하고 나면 오늘도 잘 지내, 인사를 하고 일을 한다. 나는 컴퓨터로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고 문서 작업하고 엑셀 보다가 점심 먹으러 가고 커피 마신다. 오후가 되어도 하는 일은 같다.


퇴근,

기약 없이 파견이 미뤄지고 시차 때문에 퇴근 시 지옥철에서 원활하게 소통하기가 힘들어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퇴근을 늦게 하고 주 4일로 근무일을 바꿨다. 방글라데시는 금토요일이 주말이라서 일요일 오후부터 업무 메일과 메신저 알림이 울린다. 대신 금요일은 고요하며 내가 연락을 해도 답변이 없거나 느리다. 해서, 고민하다 한국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나 소통이 메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근무시간 조정을 요청했고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한다.


장거리 통근러는 9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한다. 씻고 남편이랑 통화하고 가족들이랑 수다 좀 떨다 보면 금방 11시다.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못한 채로 취침한다. 그마저도 아쉬워서 취침이 늦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겨우 휴대폰을 멀리 떨어트려 놓고 잠이 든다. 남편이 퇴근하고 전화하면 난 지하철에 있어서 통화를 길게 할 수가 없다. 피곤할 테니 어서 자라는 말만 남기고 하루 대화는 끝이 난다.


미래,

분명 정해진 미래(가을에 오는 남편)는 있는데 당장 다음 달에 온다 그래도 한 달을 어떻게 기다려, 하는데 계절이 한 번 더 바뀌어야 볼 수 있다니, 괴로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괴롭고 지치는 기러기, 롱디 생활을 청산하게끔 이제는 코로나가 기세를 줄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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