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칭찬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부모가 되고 알게 된 장인 장모님 마음

by 박철화

'어서 오게~ 이리 앉아' '인사드리겠습니다. 절 받으세요' 마지못해 어색한 표정으로 절을 받으셨다. 아버님은 약간 굳은 표정이셨고 어머님은 연신 웃음을 보여주셨다. 이것저것 물으셨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잘 보이고 싶었고, 실수할까 봐 바짝 긴장했다. 장인 장모님과의 첫 대면이었다.


애지중지 키워온 사랑스러운 막내딸을 시집보낸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장인어른께서는 첫아이 임신해 입덧으로 고생할 때마다 한 마디 하셨다. '어린 게 왜 일찍 결혼해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당시에는 나를 원망하는 말씀으로 들려 죄송했다. 그만큼 아버님은 딸을 사랑했다. 좀 더 직장 생활하면서 멋도 부리고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하길 바라셨는데 덜컥 결혼을 해버렸다. 서운하신 거다. 고생하는 딸이 안쓰러운 거다.


장모님은 평생을 교사의 아내로 살았다. 공직에 있는 사위를 많이 이해하셨고 대견해하셨다. 장모님은 온유하셨고 생활력도 강하셨다. 장인어른께서 발령으로 타지에 계실 때도 아이 다섯을 혼자 키우시며 밤늦게까지 일을 놓지 않으셨다. 장모님은 항상 반겨주셨다. 무조건 박서방이 최고라 하셨다. 아내가 투덜거리면, '박서방이 오죽하면 그랬겠니'라며 네가 잘하라고 아내를 나무랐다. 나의 영원한 아군이다.


요즘은 자주 볼 수 없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처형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다. 차 한 대로 아내, 처형 둘, 나 포함 네 명이 다녔다. 큰 처형은 유쾌하다. 둘째 처형은 따뜻하고 반듯하다. 조금은 상반된 둘과 적당히 중도를 지키는 아내가 모이면 요란하다. 별것 아닌 일에도 깔깔댄다. 나이가 상관없다. 흥이 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그런 자리에 나를 불러준다. 물론 운전기사 역할이지만 나를 불편해하지 않으시는 게 감사할 뿐이다.


그런 처형들이 늘 말씀하신다. '박서방 같은 사람이 어딨냐? 넌 이년아 시집 잘 간 줄 알아'. 아내는 질색한다. 그러면서 내 얼굴을 본다. '나 결혼 잘한 거 맞아?'라고 묻는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웃는다. '거봐 저렇다니까. 박서방은 너 밖에 모른다니까'.


이제 하늘나라에 계신 장인 장모님의 목소리가 그립다. 그저 사위가 최고라 하시던 그 표정이 그립다. 처형들의 유쾌한 질투가 그립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산다.


직장 생활하는 두 딸은 집을 떠나 각자 다른 생활공간에 산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어느 곳에 가든지 항상 귀하게 사랑받고 지혜롭길 항상 기도한다.


그땐 몰랐다. 장인 장모님, 처형들이 내가 좋아서, 마음에 들어서 칭찬하고 격려해 주신다고 착각했다. 딸을 키워보니 알겠다. 그 말씀들은 모두 딸과 동생을 향한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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