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1일. 스무 살부터 시작한 군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나는 드디어 바라고 바래던 민간인이 되었다. 기어코 군대에서 제한되었던 그 수많은 제약을 벗어던졌다. 머리도 마음껏 기를 수 있고 내가 있는 집에서 서울이든 부산이든 강릉을 가든 누구에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으며 갑작스레 전화를 받아 다시 군대로 돌아와야 하는 일도 없어진 것이다. 전역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1순위가 후회하지 않을 거냐는 말이다. 전역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를 포함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말 단 한순간도 없다. 후회는 이미 군대에서 다 하고 나왔다. 앞으로를 후회하면서 살기에는 내 인생이 덧없을 거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후회요?
그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말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였다. 당시 조금 갑작스레 전역을 해버려서 주변 동료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음악 하고 싶어서 전역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실제로 군 입대 전까지 고등학생 때 예체능 준비한다며 야자를 빠지고는 했는데, 그때 버릇이 도진 건가 싶기도 했고, 지금도 음악을 업으로 삼으며 일하는 형을 보고 동경을 하면서 진짜로 음악을 할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음악보다 더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어릴 적 영화를 보면 멋진 양복을 입고 나와 멋들어진 말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대중에게 지지를 받는 그런 사람. 자기 분야에 전문적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면서 사회적으로도 헌신하는 사람. 여자들이 좋아하고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더 좋아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같은 사람.
드뢉더빝
위 설명은 사실 핑계이고 나는 내가 살면서 할 일을 3가지로 구분 지어 설명하고는 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위 3가지로 구분지어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꽤나 피곤하고, 허망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일테니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다. 어렸을 적에는 음악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했고, 군대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니 앞으로는 내가 살면서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뭘까. 군 시절 8년 동안 국뽕을 하도 맞아서 그런지 변함없이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총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그렇게 일렬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법률사무소에서 법률사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나름 군 시절 동안 별의별 사람을 정말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도 만만치 않게 이상한 사람들 투성이다. 하는 일은 도무지 손에 잡히지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기도 하고. 매번 머리를 써가며 일하는데 뒤돌아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이고. 그렇게 3년을 이곳에서 일을 했다. 사람들이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 무언가 특출 난 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물어보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