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알프스에서 이름을 따온 영남알프스는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 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울주군과 밀양시에 걸쳐있는 높이 1000미터 이상의 산을 모아서 영남알프스로 묶었다. 그리고 이런 1000미터 넘는 산을 모두 올라서 인증을 하면 순은메달을 준다. 그래서 많은 등산객들이 등산도 하고 선물도 받기 위해 도전을 하게 된다.
보물을 찾아서
영남알프스에는 보물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그 보물을 찾기 위해 많은 등산객들이 영남알프스를 찾는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영남알프스의 8개의 산을 모두 올라가야 한다.
"판다야, 이번엔 보물 찾기를 하러 갈 거야"
판다의 눈이 반짝인다. 보물이라니.. 선착순 3만 명에게 순은메달을 주기 때문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무리한 계획을 세워보았다.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하고, 나머지 산은 1박 2일 동안 오르기로 했다.
금요일 늦은 저녁의 사당역은 친구들을 만나는 학생들과 퇴근하는 직장인과 무박여행을 가기 위한 등산객으로 붐비고 있다. 등산을 하기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등산객의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탄 안내버스는 20여 명이 등산객을 싣고 영축산을 향해 달린다. 불편한 자리라 쉽사리 잠들지 않았지만 어느샌가 어두웠던 버스에는 실내등이 켜지고, 영축산 들머리인 지산마을에 도착을 했다. 새벽 4시라서 아직 잠이 들었을 마을 주민들은 위해 조용하게 등산준비를 한다. 한창 추울 1월 말이지만 바람도 없고 눈도 없어서 춥지 않은 날씨였다. 몇 번의 야간산행을 경험했지만 가본 적 없는 산은 여전히 조심스러워진다. 등산객은 버스 한 대를 같이 타고 온 사람들뿐이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의지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나는 미리 준비해 놓은 GPS에 의존하며 컴컴한 길을 걸어간다. 몇몇이 앞뒤로 줄지어 가지만 이내 사라지고 주변은 고요해지고 랜턴의 둥근 불빛에 의지해서 주변을 신경 쓸 틈 없이 계속 올라갈 뿐이다. 가끔 길이 나뉘는 곳이 나오면 머리는 혼란스러워진다. 몇 번의 경험으로는 대부분 어느 쪽 길로 가도 정상에 갈 수 있었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800미터쯤 올라오니 등산로는 눈길로 변하게 된다. 눈이 쌓이면 등산로는 구분이 잘 되지 않아서 누군가의 발자국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야 하는데, 새벽엔 불빛이 멀리 닿지 않아서 바로 앞의 발자국만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발자국을 따라갔다가 잘못된 길임을 직감하고 되돌아오기를 두어 번 하고 나면 '여기 아님'이라고 표시를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도 내 발자국을 따라서 잘못 들어올 수 있겠지 싶다. 국립공원이 아니면 이렇게 길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때가 있다.
보름달과 붉은 해
6시 30분에 영축산 정상에 도착을 했다. 품 안에 잠자고 있는 판다를 깨워서 정상석에서 인증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러고는 판다는 이내 다시 잠들어버린다. 또다시 혼자 남아 영축산에서 일출을 기다려본다. 일출은 7시 30분이니까 조금만 기다려볼까 싶었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너무 큰 판단오류였다. 걷지 않아서 몸의 열기는 식어갔고 정상부근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더 낮아졌다.
영축산 정상석에서 조금 떨어져서 동쪽 전망대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 접이식 의자를 펴고 핫팩을 두 개 꺼내서 양쪽 주머니에 넣고 몸을 데우며 일출을 기다렸다. 반대편으로 돌아보니 영축산 정상에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영축산 정상 위로 둥근 보름달이 커다란 별처럼 떠 있었다. 커다란 조명을 머리 위로 띄운 것처럼 환하게 빛나는 보름달이었다. 실제로는 사진에 보이는 것만큼 주변이 밝게 보이지 않지만 요즘 핸드폰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는 그 반대쪽으로 기다리던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짙은 어둠의 하늘과 아래의 검은 도시를 붉은 기운이 지평선을 가르며 서서히 물들이고 있었고 어느새 가장 밝은 곳에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주변 모두의 시선은 태양을 향하게 되었고 붉은빛은 주위를 밝히고 추위를 몰아가며 서서히 태양은 떠오르고 있었다.
"판다야 일어나! 아침이야! 해가 떴어!"
품 안에 자고 있던 판다를 깨워서 일출을 보기 좋게 너른 돌판 위에 판다를 올려주지만 거센 바람에 깜짝 놀란 판다는 냉큼 내려와서는 바람을 피하려고 돌틈으로 머리를 넣으며 가만히 있었다. 판다에겐 일출의 아름다움보다는 당장의 추위가 싫었나 보다. 그렇게 판다는 다시 내 품 안에 쏙 들어와 안긴다.
이게 바로 힐링산행
해가 떠오르니 추위는 한결 나아지고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가는 길은 긴 능선이 이어진다. 이제야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능선을 걷는 경험은 기분을 정말 좋게 했다. 남쪽의 영축산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길을 걸으면 오른쪽의 해와 왼쪽의 달이 함께 길을 걷게 된다. 만날 수 없던 두 인연이 내가 매개체가 되어 함께 걸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 같은 감상에 젖어들게 된다. 날씨도 좋아서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 해와 달과 한참을 기분 좋게 걸어본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어둠을 헤치며 눈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맷었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오르막이 없이 평지처럼 길게 뻗은 능선길에 시야는 탁 트였고 오른쪽의 햇살이 따갑게 비추고 있어서 온몸의 냉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게 바로 힐링산행이다. 가을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안겨주었을 억새들은 눈아래 묻혀있었지만 얼마나 멋진 장관을 보여주었을지 상상이 된다. 그러면서 가을에 다시 와서 이 광경을 꼭 봐야겠다고 마음에 새기며 걸음을 이어간다. 등산로 옆으로 바람을 잠시 피하고 앉기 좋은 나지막한 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등산로를 잠시 벗어나서 무거웠던 배낭을 잠시 내려놓았다. 겨울의 추위에 단단히 조여왔던 것들을 하나둘씩 벗어내니 몸도 가벼워졌다. 그리고 잠시 쉬어 아침식사를 한다.
친구가 대전에 여행 갔다가 사온 성심당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먹었다. 쫀득한 바게트빵에 부드러운 버터와 잠봉뵈르 햄이 들어있는 빵을 꺼내 들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빵을 잘라줄 칼도, 담아줄 그릇도 없으니 그대로 들고 입으로 뜯을 수밖에 없었다. 질긴 바게트는 한입크기로 잘랐을 땐 쫀득한 식감을 주지만 통째로 뜯어먹을 땐 질간 가죽을 뜯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부드러운 버터의 고소한 향과 풍미가 있었고 짭조름한 잠봉뵈르의 햄은 산속에서 아침으로 충분했다. 집에서 먹었다면 좀 더 맛있게 먹었겠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절반은 가방에 다시 넣어두었다.
평지와 다름없던 능선을 지나다 보면 신불재에 도착을 한다. 울주군과 밀양시를 이어줬을 신불재는 계단이 깔끔하게 이어져 있어서 걷기 좋은 길이었다. 눈길을 오랫동안 걸어와서 힘들었을 뻔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데크길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길을 안내해 준다. 그리고 저 멀리 신불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멍
길지 않은 계단을 걷다 보면 신불산 정상을 금방 마주할 수 있었다. 나지막한 언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능선은 이미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신불상 정상에는 넓게 데크가 마련되어 있어서 잠시 앉아서 쉬어가기로 했다. 판다와 함께 데크에 앉아서 멀리 보이는 산세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판다도 눈을 감고 따뜻하게 감싸오는 햇살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이 영남알프스 최고의 절경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10여분을 앉아서 불멍 물벙이 아닌 산멍을 즐기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신불산에서 간월재로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른 길이었다. 북쪽이 비탈길이라 눈이 녹았다가 얼어붙어서 빙판길로 변해 있어 상당히 위험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그런지 길도 많이 훼손되어서 걷기 편한 길은 아니었다. 반대로 올라왔으면 꽤나 힘들었겠다 싶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산을 계속하다 보니 저 멀리 유럽에서나 볼법한 삼각형 지붕을 가진 간월재휴게소가 보였다.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억새를 즐기기 위해 찾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간월재 부근은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많이 있었다. 휴게소는 10시에 오픈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고 내가 도착한 시간은 이보다 빠른 시간이라 휴게소 안에서 휴식을 하지는 못했고 잠시 둘러본 후 마지막 목적지인 간월산으로 향했다. 이미 많이 걸어온 탓에 눈앞에 보이는 언덕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걷다 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착한다는 등산의 명언을 믿으며 터벅터벅 계단길을 올라갔다. 그래도 주변의 풍경이 좋아서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풍경을 보며 걷다 보니 간월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좁은 정상석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하산을 했다. 다시 만난 간월재휴게소에서 아까 먹다 남긴 성심당의 잠봉뵈르를 마저 먹으며 잠시 휴식을 했다. 하산길은 굽이굽이 돌아가는 긴 도로를 따라가야 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등산이라 지친 우리는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편하게 쉬며 돌아올 수 있었다. 그다음 주의 험난한 영남알프스의 미래는 예상하지 못하며...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18km, 9시간 3분, 소모칼로리 3580kcal, 평균경사도 15%
상승고도 1354m, 하강고도 1373m, 최저높이 224m, 최고높이 1164m
산타는판다의 일기
와아아아아아!!!!!!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영남알프스 갔다!!!!
영축산에서 해 뜨는 장관을 볼 수 있었는데... 뭐야뭐야!!! 역시 일출은 산 정상에서 보는거였어!!!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가을에 기대를 하게 만드는 억새가 가득하네!!! 가을에 또 봐야겠다!!!!
가는 내내 오른쪽엔 붉은 태양이, 왼쪽에는 하얀 보름달이 나와 함께 걸어다녔다!!!!!
간월산까지 갔다가 간월재휴게소에 갔는데, 간월재휴게소에선 컵라면이 국룰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판다는 라면을 안먹어서 궁금했다. 어서 가서 대나무 먹어야겠다.
보물찾기 2탄
영남알프스의 보물을 찾기 위해 8개 산 중에서 3개를 정복을 했다.
이제 남은 네 개의 산을 정복하러 떠나야 한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남은 산을 한 번에 몰아서 오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하루는 차에서 자야 했다. 아직은 그리 추운 날이 아니라서 차에서 옷을 둘둘 말고 자면 될 것 같은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고 차를 가지고 가지산으로 향했다. 판다는 차박을 한다는 이야기에 한껏 신나서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고 한없이 밝게 웃어주었다.
가지산과 운문산은 가까워서 함께 연계산행을 많이 하는 곳이다. 차를 하산지점인 석남사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타고 시작지점인 삼양리로 향했다. 마을에 내려서 등산로 입구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운문산과 가지산을 이어주는 아랫재까지는 풍경도 없었고 길도 진흙으로 덮여서 등산하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단지 검은흙바닥에 미끄러지지 않기를 바라며, 내 등산화에 진흙이 튀지 않고 깨끗하길 바라며 천천히 올라가게 되었다. 아랫재에서 갈림길을 만나게 되었고 운문산방향으로 올라갔다.
운문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더욱 최악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데다 낙엽과 고운 흙이 한데 섞여서 뻘을 만들었다. 곳곳에는 미끄러져서 생긴 긴 신발자국들이 보여서 하산할 때 특히 조심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이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 산 위로 안개가 가득했고 풍경도 볼 수 없는 날이었다. 그렇게 높은 경사와 진흙을 뚫고 운문산 정상에 도착을 했다. 운문산 주변은 산의 이름처럼 구름으로 가득했고 구름 사이로 얼음골 마을이 잠시 보일 뿐 대부분 안개에 갇혀서 볼 수가 없었다. 운문산 정상석에 도착해서 판다를 내려주려 했지만 시커먼 바닥을 보고는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겨우 달래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상석도 진흙으로 마사지를 한 듯 검게 발자국이 여기저기 묻어서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운문산은 좋은 기억을 주지 못하고 아랫재로 다시 내려왔다 가지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솔잎 탕후루
가지산으로 향하는 길은 운문산과는 너무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안개는 똑같았지만 이곳은 불과 한 시간 전에 운문산에서 보지 못한 상고대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고, 등산로는 눈에 쌓여있어서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아까의 흙길과는 다르게 판다도 내려서 함께 눈을 밟으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겨울을 버틴 솔잎에는 안개가 얼어붙어서 상고대가 탕후루처럼 맛있게 얼어있었다. 길 한편에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예쁜 눈사람이 있었고 판다는 신나서 눈사람 옆에서 뛰어놀았다. 안개가 가득해서 등산 중에는 풍경을 보지는 못했고 눈길과 상고대가 반복되는 길을 무작정 걸어갔다.
가지산 정상 부근엔 가지산장이 있다. 라면, 두부김치, 막걸리 등을 판매하는 가지산장에는 추위와 허기에 지친 사람들은 산장에서 휴식을 하며 모여있었다. 조금 더 가니 가지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하얀 수염을 붙인 것처럼 군데군데 하얀 눈이 붙은 가지산 정상석에서 판다와 사진을 찍고 석남사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하산길에 본 쌀바위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었다. 매일 바위에서 조금씩 쌀이 나왔는데, 욕심에 바위를 뚫었고, 그 뒤로 쌀이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이야기를 들은 판다는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름도 재미있는 가지산인데 더 재미있는 쌀바위까지 보고 나니 하산길이 힘들지 않았다. 그 옆에 있던 쌀바위대피소도 구경을 하곤 눈을 밟으며 하산을 했다.
운문산 가지산, 17.2km, 8시간 16분, 소모칼로리 3755kcal, 평균경사도 19%
상승고도 1620m, 하강고도 1580m, 최저높이 234m, 최고높이 1249m
새벽의 고요함
석남사에서 차를 몰아 고헌산입구의 외항재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판다와 함께 차박을 했다. 판다는 처음 하는 차박에 한껏 들떠있다가 막상 차에서 잠을 자보니 새벽의 고요함과 추위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에도 뒤척였고 주차장에 오가는 소리에도 예민하게 굴었다.
뒤척이며 선잠을 잔 후 일출시간을 확인하며 새벽 6시에 일어났다. 고헌산은 1시간만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짧은 코스다. 새벽안개가 가득한 길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을씨년스러웠고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려 더 무서운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곧 해가 뜨기 시작했고 어두움은 해를 피해 금방 사라졌다. 고헌산 정상으로 갈수록 눈은 두껍게 쌓였고 경사도 심해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긴 터널을 만들었고 중간중간 네발로 기어야만 지나갈 수 있었다.
한참을 눈을 밟으며 올라가서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는 시내가 탁 트이는 조망권이 있었지만 심한 안개는 주변의 시야를 차단했고 기대했던 멋진 광경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안개가 가져다준 고요함은 충분히 좋은 기억을 주었다. 고헌산 정상석에서 판다와 사진을 함께 짧은 고헌산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고헌산, 5.7km, 2시간 25분, 소모칼로리 1191kcal, 평균경사도 20%
상승고도 551m, 하강고도 567m, 최저높이 534m, 최고높이 1033m
눈 쌓인 능선길
천황산과 재약산에는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편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며칠 사이에 여러 산을 올라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리해서 등산을 하지 않고, 마지막 산은 편하게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처음 타는 판다는 케이블카 제일 앞에 자리를 잡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눈 쌓인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케이블카에는 등산객들로 가득 찼고 모두들 케이블카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주변의 풍경과 이어져 내려오는 전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지만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서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눈으로 덮인 천왕재는 어제와 아침의 봤던 풍경과 다르지 않아서 시간이 반복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소복이 눈이 쌓인 데크길과 그 옆으로 자라난 억새들이 지난주 신불재에서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눈이 쌓인 멋진 모습으로 마지막을 배웅하는 듯하다. 여기에도 귀여운 눈사람 하나가 우리를 반겨주었고, 판다는 자기보다 큰 눈사람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렇게 능선을 걷다 보니 천황산 정상석에 도착을 할 수 있었고, 정상석인증을 위한 긴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서서 기다리다 판다와 사진을 찍고 마지막 재약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재약산으로 가는 천황재에서도 눈길과 안갯속에서 하염없이 긴 걸음을 이어나갔다. 오랜 여정으로 지쳤지만 주변의 고요함으로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었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 끝에 재약산 정상석을 마주했고 8개의 봉우리 정상에 올라가며 영남알프스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판다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영남알프스의 긴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를 했다.
천황산 재약산, 8.25km, 2시간 47분, 소모칼로리 1351kcal, 평균경사도 12%
상승고도 501m, 하강고도 498m, 최저높이 962m, 최고높이 1197m
영남알프스는 3일 걸쳐 49km와 22시간의 긴 등산을 했고 판다가 함께 있어서 완주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남알프스, 49.1km, 22시간 31분
산타는판다의 일기
와아아아아아아아!!!!!!
영남알프스의 멋진 산을 갔다!!!!!!
예쁜 하늘과 눈꽃을 볼 수 있었어!!!!!!
사방이 먹먹해지는 안개속을 걸을때도 좋았고
산기슭을 걸을때 펼쳐지는 멋진 풍경도 좋았어!!!
진달래와 억새를 품은 멋진 자연군락도 기대가 돼!!!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은화가 도착을 했다. 이것을 받고 나니 다음에 다시 도전을 할 목표가 생겼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