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국립공원, 유네스코... 누구나 꿈꾸는 그런 산이 있다. 바로 설악산이다.
대청/중청/소청, 공룡능선, 울산바위, 토왕성폭포, 흘림골, 한계령, 백담사... 다양한 코스가 존재하고 그만큼 자주 가게 되는 산이 설악산이다. 그리고 설악산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아직은 단풍이 무르익지 않았던 10월 중순의 설악산을 판다와 함께 가보기로 했다. 설악산 대청봉의 일출시간은 6시 30분이었고, 일출을 보려면 새벽 3시에 남설악탐방지원센터로 올라가야 한다. 오색코스라고 불리는 이 코스는 대청봉을 가장 빠르게 올라갈 수 있어서, 일출을 보기 위한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리고 빠르게 오르는 만큼 급한 경사는 각오해야 한다.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기 위해 사당역에 도착을 했다. 밤 11시가 넘은 사당역에는 늦지 않게 집에 가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들과 얼마 남지 않은 하루를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사당역 6번 출구엔 나와 같은 등산객들도 버스를 타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나를 설악산까지 안내해 줄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지정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쪽잠을 자긴 했을까, 어느새 버스의 실내등이 켜지고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버스가 도착을 했다. 새벽 2시 45분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하늘을 봤을 때 별들이 쏟아질 듯 보였다. 오늘 설악산 정상의 날씨는 등산하기에 좋은 9도였고, 구름도 바람도 없는 더할 나위 없이 날씨였다.
"판다야 오늘은 대청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거야"
일출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등산열차
새벽 3시가 되자 남설악탐장지원센터로 가을의 설악산과 대청봉의 일출을 보기 위한 등산객들이 우르르 몰리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등산열차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머리에 헤드렌턴을 두른 사람들이 한 줄로 기차가 되어 앞사람의 등만 바라보며 천천히 이동을 하고 있었다. 전국의 등산객들이 이곳에 다 모인 것처럼 잠깐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빼곡히 줄을 서서 천천히 천천히 이동을 하게 되었다. 멀리서 본다면 불빛을 내는 하나의 큰 생물처럼 보였을 것 같았다. 여기서는 길을 잃을 염려도, 무리해서 오르다 탈진한 염려도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 화장실 간다고 늑장 부려서 5분 늦게 입장한 게 후회가 되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가면 정상엔 사람이 가득할 것이 예상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조금은 무리를 하며 기회 될 때마다 사람들을 앞질러서 부지런히 올라갔다. 역시, 오색코스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주변의 풍경도 없어서 지루했다. 물소리가 들리는 폭포구간도 있었지만 어두운 시야와 빼곡한 사람들로 돌아볼 새가 없었다. 경사가 상당히 급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서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앞사람의 꽁무니만 쫒다 보니 어느새 머리 위로 잿빛의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 6시 반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좀 더 빠른 걸음이 필요했다.
계란프라이
그렇게 헐레벌떡 정상을 향해 올라갔고, 다행히 대청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동해바다를 뚫고 올라오는 붉은 태양은 우주 속 블랙홀처럼 둥근 원반을 두르고 올라오고 있었다. 판다는 이 모습을 보고 귀엽게 표현을 해주었다. '계란프라이 같아' 정말 달궈진 프라이팬에 계란프라이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아이의 시선은 달라 보였다. 사람들도 눈으로만 보기에 아쉬운지 저마다 핸드폰을 깨내서 이 멋진 광경을 담아내려 노력을 하고 있었다.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정말 운이 좋았나 보다. 아니면 판다의 덕이 나에게도 찾아온 게 아닐까? 판다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난 후 대청봉의 정상석에서 판다와 사진을 찍었다. 정상석에는 붉은 글씨로 대청봉이라고 쓰여있었고 1708m라고 적혀있었다. 정상석은 푸른 하늘을 뚫고 올라오듯 서있었고 큰 무게를 자랑하듯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뒤로는 동해바다가 보였고 비스듬히 붉은 햇빛을 받아서 오돌토돌 돌의 질감을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곳에 서게 되었고 판다는 정상석으로 얼른 달려가 자기보다 더 큰 바위를 크게 안아주었다.
울산에서 온 바위
대청봉 동쪽으로는 한계령이 내려다 보였는데 봉우리 아래로 운무가 낮게 깔려서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섬이라 착각할만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눈을 돌리니 소청대피소가 보였고 눈을 조금 더 돌려서 울산바위를 볼 수 있었다. 판다에게 울산바위의 전설을 들려주었다. 금강산을 만들 때 울산바위도 금강산으로 올라가다가 설악산에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설악산과 어울리지 않게 솟아오른 큰 바위는 대청봉에서도 돋보이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음에 판다와 함께 울산바위도 같이 오르기로 약속을 했다.
이제 대청봉에서 중청봉을 향해 내려갔다. 능선길을 따라서 긴 하산을 하면 되어서 편한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대청봉에서 계단으로 만들어진 긴 길을 따라서 내려가다 보면 철거가 진행 중인 중청대피소를 만날 수 있다. 아침밥을 먹기 위한 장소를 찾았지만 중청대피소는 한창 공사 중이라 잠깐 눈으로만 바라보고 소청봉으로 향했다. 좁은 등산로 구석에 잠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챙겨 온 주먹밥 하나를 꺼내 물었다. 긴 등산과 대청봉에서의 일출을 되새기며 주먹밥을 두 세입에 털어 넣고 물 한 모금을 하니 새벽의 등산으로 쌓인 피로도 풀리는 듯했다.
소청봉에 도착을 하니 멀리 소청대피소가 보였다. 소청봉대피소는 대청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 1박을 하기도 하는 곳이다. 소청대피소도 보고 갈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소청대피소는 이번 코스에 포함되지 않아서, 다음에 백담사코스를 이용할 때 보기로 하고 희운각대피소 방향으로 내려갔다. 소청봉을 지나니 나무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은 단풍의 붉은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단풍이 붉게 물들지 못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니 더욱 아쉬웠다. 그래도 해발 800미터 부근에서는 붉은 단풍잎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발길을 옮긴다.
선물
희운각대피소로 향하는 길목인 1000미터 부근에서 붉은 단풍을 볼 수 있었다. 판다는 재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가 단풍잎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가을에 찾은 설악산에서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아직은 드문드문 단풍이 피었고 많은 잎들이 더위에 오그라져있었지만 그중에서 사진에 담길 만큼 활력이 있는 몇 그루의 나무가 너무 소중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판다와 함께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다. 조금은 이르게 설악산을 찾은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 순간은 대청봉의 일출과 함께 찾아온 보물 같은 선물이었다.
반달가슴곰
희운각대피소에는 앉을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계곡 옆에 작은 바위에 앉아서 잠깐 휴식을 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설악산소공원까지는 길과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국립공원을 등산하면 준비가 잘 된 식당에 찾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만큼 편하고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산길에는 폭포들과 절경들이 정말 많이 있다. 양폭포, 오련폭포, 천불동계곡, 비선대계곡, 천당폭포 등 많은 볼거리들이 존재한다. 이번 하산에서도 많은 폭포들과 바위들을 볼 수 있었다. 폭포 아래 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고, 물속은 에메랄드 빛으로 가득했다. 아직은 드물게 단풍잎들이 피어서 오색찬란한 색을 선보여주었다. 판다와 함께 계곡에 잠깐 발을 담기도 하고, 더위에 흘러내린 땀도 닦으며 잠시 쉬기도 했다. 긴 하산은 시원한 바람과 알록달록한 단풍과 계곡의 물소리에 지루할 틈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을 할 수 있었다.
설악산 소공원에는 울산바위로 가는 사람들과 권금성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가족들로 가득했다. 판다는 신흥사의 거대불상과 소공원입구의 반달가슴곰 동상에게도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판다와 함께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설악산 대청봉, 18.3km, 8시간 40분, 소모칼로리 3867kcal, 평균경사도 17%
상승고도 1476m, 하강고도 1704m, 최저높이 191m, 최고높이 1703m
산타는판다의 일기
와아아아아아!!!!!! 설악산 대청봉이야!!!!!!
대청봉에서 일출을 봤어!!!!!
너무 감동적이야!!!!! 설악산 꼭대기 대청봉에서 바라본 산봉우리들이 섬처럼 보여!!! 구름 위로 뾰족 뾰족 나왔어!!
중청으로 가는 길은 꼭 우주에 있는 기분이었어!!!
사람들이 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도 찍길래 판다도 찰칵!!!!
설악산엔 아직 붉은 단풍이 많지가 않지만 군데군데 예쁜 단풍도 볼 수 있어!!!!
설악산의 예쁜 폭포들도 봤어!!!!
언제 와도 너무 예쁜 설악산이야!!!! 담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