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을 정리하는 법 Apr 14. 2018

칭다오 토요일 오전

그냥 아침밥 먹는 이야기

 어제 아침은 호텔방 앞의 학교에서 단체 체조를 하느라 시끄러웠는데 오늘은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발만이 시끄럽다. 테이블 위에는 어제 먹다 남긴 계란 쿠키와 옥수수 소시지 한 봉지, 결국 이 둘은 한국 돌아갈 때까지 주전부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차, 칭다오 흑맥주도 한 병 오고특 맥주도 몇 캔, 나 칭다오에 있었구나. 

 내가 묵은 호텔은 닝시아루 쪽에 있었는데 옆으론 다륜파 마트가 있고, 더 걸어나가면 내가 공항버스에서 내린 광티엔따샤역이 있었다. 이곳에 방을 잡은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 다륜파 마트 옆에 장이 선다는 글을 보고서 방을 잡은 이유도 있었다. 세계 어딜 가나 침대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왔는데 하며 부스스한 머리에 몸을 추켜세운다.

 길을 나서면 적절한 온도의 공기가 팔을 감는 게 기분이 좋다. 어차피 다시 짐은 챙기러 방에 들어가야 할 테니 카메라 하나 어깨에 메고 주머니에 현금 찔러 넣고 다륜파 마트 코너를 돌아본다. 파란색 하늘에 무채색 아파트 단지가 일관되게 늘어져 있는데 주말 아침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륜파 코너를 돌면 옷걸이들이 늘어서 있는 야외시장이 처음 마주하는데, 그때 엇 아침밥을 먹으러 왔는데 설마 이게 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코끝은 코앞에 식당이 있다는 걸 암시하는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고 있어 걱정이 사그라든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까 기름 냄새의 주범이었던 만두집이 있다. 진열대에 놓여있는 갖가지 만두들 중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두 개를 골라 담아달라고 했다. 가게 앞에 있는 작은 식탁에 앉아서 내가 고른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며 만두 속을 갈라 본다. '으흠' 성공이다. 하나는 고기 육즙이 가득한 만두에 다른 하나는 부추가 설컹설컹 썰려 들어가 향긋한 만두이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다른 손님들과 함께 아침을 간단히 먹고 시장을 좀 더 둘러보기로 한다. 

시장 초입에서 마주할 수 있는 만두가게

 큰 천막들이 네모나게 두르고 있는 광장 같은 시장이 있고 그 주위로 갖갖 노점, 그리고 가게들이 열려있다. 과일가게 앞에 벌이 날리고 있길래 분명 과일이 달겠구나 싶어. 아침 겸 후식으로 먹을 포도를 사 왔다. 주인분께 포도를 어떻게 파냐고 물어보니 가격만 말해주시고 단위를 말해주지 않아 둘 다 당황한 채 있었다. 그러다 번뜩 생각이 나셨는지 저울가 추를 가져와 "이공진(一公斤)"이라고 말해주신다. 아 맞다 여기 중국이었지 1킬로그램 단위로 파는구나(1公斤은 1kg이라는 뜻이다). 여행지에 와서 종종 너무 내 집처럼 있다 보면 이런 것도 까먹게 된다. 그렇게 손에 포도 한 봉지를 들고 시장 중심으로 들어간다.

별안간 반가운 사탕수수 기계도 보인다.

 칭다오의 시장답게 해산물들을 파는 상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새우, 새우젓, 생선부터 조개나 게 까지 그리고 새콤한 식초에 찍어먹는 소라구이와 마라 고추와 함께 볶은 바지락(라차이깔라; 辣炒蛤蜊)을 먹고 싶다면 칭다오는 매우 현명한 여행지이다. 게를 파는 가게 앞에 상인과 흥정하는 부부가 보인다. 주말 한 손엔 사과 봉지를 들고 장을 보러 온 노부부를 보니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나 시장 구경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다시 방에 돌아가려고 시장을 나가는데, 아까 들어온 방향 다른 쪽으로 나가며 길 구경을 하려 했다. 그렇게 시장을 또 나가는 쪽에 귀를 사로잡는 소리가 들렸는데 요우티아오를 튀기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허름한 가게에 동그란 도넛과 기다란 요우티아오가 발 빠르게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계란 프라이와 소시지도 구워 놓아 진정한 중국식 브런치가 완성되어 있었다. 요우티아오는 밥 같은 존재라 국수에 담가 젹셔먹기도 하고, 갓 튀긴 그대로 주욱 찢어 먹기도 하고 계란 프라이와 같이 한입을 해도 맛있게 먹힌다. 이내 그 유혹을 못 넘겨 요우티아오 한 개랑 계란도 하나 사들고 손은 무겁게 발걸음은 빠르게 방으로 돌아갔다. 언젠가 쌀국수에 요우티아로를 푹 적셔두었다 먹게 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방에 들어와 터질 듯 해진 배를 만족스럽게 두드리다 아직 못 본 곳이, 못 먹은 것이 많다는 생각에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길었던 토요일 오전의 아침식사도 이제야 끝이 났다.


이전 05화 강릉, 여행이 요리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