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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을 정리하는 법 Apr 22. 2018

사하라, 그 밤의 대화

한국엔 한국의 별자리가 있니?

 우리 팀을 소개합니다!
즐겁고 유쾌했던 모로코에서 만난 친구들

- 한국에서 온 저와 제 학과 선배인 J형

- 교환학생에서 만나 연인이 된 오스트리아에서 온 카트나& 독일 남자 필립 커플

- 저희가 저번 주 까지 있던 바르셀로나에서 왔다는 아리엘 커플

- 네덜란드에서 온 IT회사에 다닌다는 핌과 티모 (줄여서 피모!)

- 영어 불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중국어까지 할 줄 아는 프랑스에서 온 세계 여행자 니콜라

- 메르 주가로 가는 길에 카사바에서 합류한 남아공에서 온 사고뭉치 아담까지


이렇게 우리는 만나 마라케시에서 이틀을 달려 낙타를 타고 드디어 사막에 입성했습니다.


사막으로의 힘찬 전진
이렇게 줄줄이 꿰여 낙타를 타고 사막 안으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모로코에서의 첫 타진, 이후로 주야장천 먹었다고 한다.

 어색했던 첫 점심은 언제 적이었는지 모를 만큼 첫날밤 저녁을 먹으며 교환학생부터 카탈루냐 독립까지 정말 말도 안 되게 다양한 이야길 나눈 우리는 둘째 날 밤 메르 주가 사하라 사막의 텐트에서 따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다른 투어 팀에서 온 일본인 중국인부터 스페인팀까지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진짜 낙타를 잡으러 갔나'하며 기다리던 동안 옆 테이블에 있던 빅토르라는 스페인 친구가 같이 얘기해도 되겠냐며 다가왔습니다. 다른 테이블은 중국인은 중국인끼리 스페인인은 스페인인끼리 앉아있었는데, 'what a international table'이라며 우리 테이블이 흥미로워 보였나 봅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고 (오오,, 미대생,,) 철학에도 관심이 많아 공부를 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빅토르는 제 핸드폰을 보고 어떻게 저 열두 칸짜리 키보드로 모든 문자를 다 쓰는지가 신기했나 봅니다. 한글을 가르쳐 달라는 말에 안녕을 가르쳐 줬는데, 테이블에 있던 모두가 다 같이

"That sounds like 'onion'." (그거 '어니언'처럼 들려)

라고 했습니다.


낙타 잡아먹는다는 얘긴 농담이었어.. 미안해

 저녁을 먹은 이후 가이드 겸 낙타꾼들은 불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고 저는 그 사이에 별을 찍으러 나섰습니다. 사실 저때까지만 하더라도 카메라 다루는 법이 익숙지 않아 더군다나 별 사진은 처음이라 제대로 예쁜 사진을 찍어오지 못했습니다. 두고두고 아쉬워할 일이지만 그래도 눈에 담아왔으니라며 위로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별은 꽤나 특별한 존재였는데, 제겐 별과 연관된 단편적인 기억들이 덕분에 다채로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별로 잘 찍지도 못하고 혼자 고심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니콜라랑 중국인 팀이 와서 별 어떻게 찍느냐 물어보고 갑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ISO 설정값을 알려줬는데, 지금 종종 동아리에서 야간산행을 하며 별 사진을 찍어보니 그때 한참 잘못 가르쳐 줬구나 싶습니다. 


살아온 날들 중 가장 많은 별을 본 날

 삼각대에 카메라를 꽃아 두고 사막에 혼자 앉아 있는데 이번엔 아까 만난 빅토르가 "Can I disturb you?" 라며 모래언덕을 올라옵니다. '응? 그게 무슨 뜻이지? 사진 찍는 걸 방해한다는 뜻인가? 그냥 지나간다는 뜻인가?' 그래서 "어떻게 방해할 건데?"라고 물으니 "아아 그게 아니고 그냥 너랑 얘기나 하려고", 그렇게 사하라 그 밤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별 사진을 찍는 법을 몰라 헤매다 마지막으로 포기할 즈음 건진 사진
"별을 볼 때 무슨 생각해?"


 빅토르가 처음 운을 떼면서 한 말입니다. 저는 "많은 생각이 들지만 말로 다 하긴 힘들다"라고 했고, 그러자 빅토르는 본인은 "사람이란 원래 어떤 존재인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이야.. 철학 공부를 하는 대학생다운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덧붙이는 말로 이렇게 여행을 와서 보면 참 다들 재밌고 착한 사람들인데, 또 세계 이곳저곳에서 전쟁을 하는 걸 보면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둘 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질 않아서 어려운 단어 없어 그냥 생각한 대로를 말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대답으로 예전에 캄보디아 봉사를 갔을 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내가 캄보디아에서 교육봉사를 할 때 방과 후에 종종 꽃을 가져다주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들을 보면 원래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예쁜 것을 주고 싶기 마련인 것 같다. 그런 점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빅토르는 반대로 "아이들이 전쟁놀이를 하기도 하고, 또 누굴 괴롭히기도 하잖아. 이건 꼭 누구한테 배워서 인 걸까 아니면 원래 그런 면이 있는 걸까?"라고도 얘길 했습니다. 사실, 저희 둘 다 이 얘기가 오늘 밤을 지새워도 끝이 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금세 다음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오리온과 쌍둥이 자리 (한번 찾아보세요)
"너희 나라에는 너희 나라 별자리가 있어?"


 처음엔 constellation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서, 못 알아들은 체를 했더니 오리온부터 페가수스까지 허공에 그리며 설명을 해 줍니다. 생각하고 보니 어릴 때 배운 별자리는 죄다 서양에서 건너온 것뿐이더라고요. 고작해야 아는 게 북두칠성인데, 그마저도 그땐 생각이 안 나서 골똘히 고민한 후 "있는 걸로 아는데, 배운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휘몰아쳤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고민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한 번도 우리만의 별자리를 배워본 적이 없을까요?


 빅토르는 제게 그런 질문과 고민과 부끄러움을 남겨준 채 이만 자러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로코의 사막을 간 가장 큰 이유가 어린 왕자 때문이었는데, 정말로 사막에 와서 사막여우를 만나 질문을 받은 기분이네요. 그러곤 저도 이만 모래가 푸석거리는 잠자리에 들러 갔습니다. 새벽의 공기는 몹시 추워 머지않아 깬 채로 아침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사막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갔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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