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나 처음으로 내집마련을 했다. 우리네 형편들이 다 그렇듯, 나 역시 내돈보다는 은행돈이 더 많이 들어갔다.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대출이자를 보면 이게 월세가 아니고 뭔가 싶기도 하지만, 언젠가 대출금을 다 갚고 나면 이 집은 완전히 우리 부부의 소유가 될 테니 마음은 편안하다. 그만한 자산 만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강제저축도 이런 저축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결혼 후 신혼 때까지 월세 인생을 살았다. 남편의 청년시절 형편도 나와 비슷했다. 그런 배경 탓에 전세도, 월세도 아닌 내집을 갖게 된 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집주인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집안 꾸미기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세를 올려달라는 말에 가슴 철렁하지 않아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