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해솔 Sep 27. 2023

아픈 데는 이유가 있다.

참지 마세요 제발

나는 2년 전부터 신경 쓰이던 치아가 있었다.


왼쪽 아래, 뒤에서부터 두 번째 어금니.


금으로 때웠던 치아인데 불안한 고시생활동안 자다가 이를 갈았는지, 바깥쪽 일부분이 부러지고 금으로 때운 부분도 이탈이 있었던 치아.


반대편 치아도 비슷한 상태에서 덮어씌워서 때운 적이 있던지라 항상 예의주시해야 했다.


그런데 내가 자주 가던 치과의 의사는 치아를 가능한 보존하는 것이 옳다는 매우 양심적인 의견을 가진 선생님으로서, 다시 때우지 말고 좀 더 쓰자 하셨다.


그렇게 불편한 치아와 2년간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언제든 시리거나 아프면 바로 와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흘려들은 채, 생활다가 피곤할 때 이가 시리거나 욱신거리는 증상을 무시했다.


렇게 2년이 지난 후 도저히 불편해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의사 선생님을 다시 찾아갔다.


다행히 외관상 큰 이상은 없어 보였으나 치통이 좋은 신호는 아니고, 불편이 크니 때우자는 말씀과 함께 금으로 때운 부분을 다시 벗겨냈다.


"이 안쪽이 썩었네요."


그러고선 마취와 함께 시작된 때우는 작업은 공포였다.


임시로 플라스틱 재질로 된 이를 일주일간 붙였다.


그런데 평소에는 그런 적이 별로 없는데, 그 일주일이 너무 고통스러운 게 아닌가.


사흘 정도는 치통으로 아무것도 못할 정도라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그리고는 일주일이 지나 다시 치과로 갔다.


잘 참았고, 이제 덮어씌우고 때우면 끝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이 상태로 잘못 때웠다간, 다시 떼어내고 신경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단다.


그러고선 잔소리가 이어졌다.


"아픈데 왜 약 먹고 버티셨어요? 오셨으면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 어쨌건 최소 2주 정도는 다시 플라스틱 이를 붙이고 지내셔야 해요. 저번 작업 때 신경이 놀란 모양이에요. 2주간 좀 진정시킨 후 상태를 보고 작업할 겁니다. 2주 후에도 아프면 다시 돌려보낼 거예요. 신경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 아프면 제발 치과 다시 오세요. 약 먹지 마시고."


결국, 잘 참는 게 미덕이라는 환상은 쌍팔년도식 가스라이팅이니 아프면 언제든지 티를 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2년 동안 참으면 뭘 하나. 이가 썩는데.

아프다고 약 먹고 참으면 뭘 하나. 신경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서 진정시키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데. 오히려 치료 기간만 늘어나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명한 곳에서 소외된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