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낼 재간도 없고 피할 방법도 없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버텨내야 한다. 허허벌판에서 퍼붓는 소나기를 온통 뒤집어 쓰는 일이다.
무력함 속에서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이 나타난다. 근육이 자라서 낯설고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준 것이다.
그는 이제 고통이란 말 대신 고난을 겪었다고 자각한다. 설령 광야에서 차가운 비를 맞으며 스러졌을 지라도, 거기서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웠을 것이 분명했노라는 고백도 하면서. 삶의 끝자리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멸(滅)함의 뒷면에 생명이 놓여있음을. 둘은 샴쌍동이처럼 한 몸의 두 얼굴이다.
믿음은 고난을 통해서만,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자란다. 어른은 얼溫, 정신이 익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