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튼 소리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덕수 권한대행을 보고 있노라면 한 그루의 소나무가 생각난다. 철갑을 두르고 바람서리에도 불변하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한 명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나름 평생을 헌신했고, 다른 한 명은 근대 교육을 받아 소위 엘리트 의식을 지니고 행정부의 요직을 거치며 최고 수장인 국무총리까지 이르게 되었다. 남산 위에 우뚝 서서 참으로 흔들리지 않는 각자의 신념으로 지금 뻘짓을 하고 있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19세기의 '선비 정신'으로, 20세기에 건국된 대한민국의 중요한 요직에서, 21세기의 깨어있는 시민들을 이끌어가려면 날마다 새로워지는 환골탈태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나이 들어 변한다는 게 손바닥 뒤집듯 그렇게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도 본인들은 물론이고 남녀노소 모두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일상의 고정 상수로 정착한 시대에는 좀 더 스마트한 사람들께서 위정자 집단으로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살펴보면 두 사람에 못지않은 수많은 선비들께서 울창한 숲을 이루듯 지배 계급에 모여 철 지난 온갖 후까시를 뽐내고 있는 것이 말도 못 하게 서글프기만 하다.
이번에 경북과 경남에서 발생한 산불이 무서운 기세로 국토를 훼손하는 모습을 우리 모두 목도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소나무 숲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환경 보존에 득보다 실이 많은지 알려주었다. 산림청이 이 충고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 향후 정책에 반영할지 미지수이다. 우리는 그렇게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듯 답답한 시절을 지나고 있다. 이 땅의 산림이 소나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나무들로 울창하게 바뀌듯, 나라 사정도 통합과 조화의 시대로 전환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야말로 진정으로 변치 않는 소나무의 푸른 빛일 것이다. 문득 귓가에 소나무 동요가 들려온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 날이나 눈보라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