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혀튼 소리

이빨학 개론

혀튼 소리

by 김쾌대

세상에는 앞니 같은 사람과

어금니 같은 사람이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앞니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빨이지.

같은 일을 하는데도 유난히 생색을 내며

요란을 떠는 사람이 있어.

이빨을 닦을 때도 앞니에게는

가장 정성스럽게 공을 들이게 되지.

자기가 잘난 줄 알지만

실은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인데,

그걸 착각하고 지내다가는

제일 먼저 반격을 당하기도 해.

길에서 시비가 붙어서 한 대 얻어맞으면

앞니부터 날아가잖아.


어금니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지.

궂은 일을 마다치 않고 힘든 일도

묵묵히 감당하는 사람들 말이야.

음식을 씹어 삼킬 때 어금니는

질기고 딱딱한 것들을 잘게 쪼개지.

희생하며 불평하지 않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너무 참고 지내면 곯아서 삭을 수도 있어.

원한이 생겨서 이를 간다고 할 때

그건 바로 어금니를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말이야,

부디 앞니나 어금니가 되지 말았으면 해.

차라리 송곳니가 되어서

특별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멋지잖아.

제 분수도 모르고 까부는 무례한 것들을

숨죽이고 지켜보다가,

기회가 왔을 때 단번에 물어서

숨통을 끊어버리는 일은 말이지.


나한테도 혹시

넌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사랑니라고 말해주고 싶네.

치과에서 유일하게 멀쩡한데도

먼저 뽑아버리는 서글픈 이빨.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억울하지만

사라질 용기를 지닌 녀석.


그래도 나는 잇몸 속에 숨어서

나타나지 않으려고 해.

잘못 나왔다가는 거추장스럽다고

냉정하게 버림받기도 하니까.

사랑은 드러내지 않아야

더 안전하고 영원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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