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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열 Feb 05. 2020

망각의 선행화

컴퓨터, 카메라, usb 등에 들어 있는 파일을 날려버린 경험, 누구나 한번쯤 갖고 있을 것이다. 일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한 동안 일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답답한 기분이 지속된다.

나 역시 그랬다. 그것도 금년 들어 두 번씩이나... 운이 나쁜 것도 있겠지만 주의력이 떨어진 탓일 수도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끔씩 취미활동을 해온 기록들이 불과 얼마 안 되는 용량으로 담기게 되는데 그중 일부를 실수로 잃게 되면 타격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찌 하랴, 이미 없어진 것을... 돌이켜보면 자료든 추억이든 당분간 도움이 되고 기쁨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잊혀지고 만다. 그렇다면 망각을 앞당겼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가끔씩 과거에 써놓은 글이나 모아놓은 자료를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내가 이렇게 좋은 글을 썼구나, 이 자료 이렇게 쓸모 있는 줄 몰랐구나!" 생각하곤 한다.

지금 잃어버린 파일도 언젠가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파일 날려버린 것을 망각을 선행화한 것으로 보면 별일 아닌 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는 금년 초, 먼 해외에 가서 힘들게 찍었다가 실수로 날려버린 수백 장의 사진 중 운 좋게 복구된 단 몇 장이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해도, 이 사진 볼 때마다 맘 아플 테니 안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사진1: 낮인데 역광으로 찍어서 어둡게 나옴

사진2: 무채색의 공간에서 채색을 담음

커버&사진3: 물에 비친 앙코르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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