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5AM 클럽 /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 / 타이탄의 도구들
저는 5시에 일어납니다. 일찍 일어나기 전에 비해 하루가 더 활기차고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걸 몸소 경험한 뒤로는 아침형 인간을 주변에도 전파하려 노력 중입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삶을 전파하던 저는 영상 하나를 전달받았습니다. 러셀 포스터라는 영국의 신경과학자가 TED에서 진행한 강연이었습니다. 영상을 보낸 친구는 강연자의 말 한마디를 동봉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부류의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입니다.
- TED: Why do we sleep?
빵 터졌습니다. 너무나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아침형 인간들은, 저를 포함해서, 우쭐대기를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찍 일어나는 자기 자신을 대견해하고 타인에게 자기 생활 습관을 권유하거나 때로는 강요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삶의 모든 부분이 바뀐다고 얘기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TED 토크에서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개인의 성공이나 사회적인 성취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왜 그 많은 자기 계발 서적과 아침형 인간 추종자들은 사람들에게 일찍 일어나라고 할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그동안 제가 읽은 아침형 인간과 관련된 자기 계발 서적을 몇 권 다시 펼쳐봤습니다. 로빈 샤르마의 <변화의 시작 5AM 클럽>, 쓰보다 사토루의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등입니다. 이 책들이 다루는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일찍 일어나는 삶 혹은 아침에 챙기는 루틴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어쩌다 보니 모두 리디 셀렉트를 통해 읽은 책들이네요 ㅎㅎ)
오전 5시 기상, 이 한 가지에서 모든 행동의 변화가 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은 실제로 여러분의 집중력과 에너지, 즐거움, 탁월함을 결정합니다.
- 로빈 샤르마, <변화의 시작 5AM 클럽>
맨 먼저 꺼내 든 <변화의 시작 5AM 클럽>은 동기부여를 위해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큰 야망이 있지만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두 인물, '사업가'와 '화가'가 우연히 그들의 인생을 바꿔줄 멘토인 '라일리'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라일리'에게도 역시 멘토가 있었는데 그 '멘토의 멘토'는 '연사'라는 캐릭터입니다. 아마도 저자인 로빈 샤르마 자신의 오너캐로 추측됩니다. 위에 인용된 말은 그 '연사'가 하는 말입니다.
제목이 드러내듯 이 책은 나열된 책들 가운데에서도 일찍 일어나는 삶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합니다. 또 당연하게도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5시에 일어나는 삶을 시작한 덕에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한다는 결말로 진행됩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나도 내일부턴 일찍 일어나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오는 흔한 반응이죠?
로빈 샤르마는 수십 년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자기 계발 강연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인물이기에 그의 이력이, 그가 말하는 내용을 따르면 나 역시 삶에 개선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줍니다. 다만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로빈 샤르마는 러셀 포스터 같은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왜 일찍 일어나야 하는지 설명하기에 이 책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남아있었습니다.
수면은 '시간 X 수면의 질'이라는 곱셈 값으로 정해집니다.
즉 수면의 질을 높이면 시간을 줄여도 문제가 없는 것이죠.
- 쓰보다 사토루,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 강렬한 책 제목이죠? 저처럼 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열어볼 수밖에 없는 작명입니다. 일본인 수면전문의가 쓴 이 책은 '사람은 하루 8시간 자야 건강하다'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5시간만 자고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통해 남들보다 더 긴 하루를 만들자고 얘기합니다. 수면 전문의의 얘기인 만큼 다른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게 접근합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수면습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오래 자야 하는 '롱 슬리퍼'도 있고 짧게 자는 '쇼트 슬리퍼'도 있습니다. 하지만 80~90%의 사람들은 '베리어블 슬리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들은 생활 습관에 따라 수면 시간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입니다. 수면의 질을 끌어올리면 '쇼트 슬리퍼'만큼 적은 잠을 자도 괜찮은 사람들이란 얘기죠. 희망적인 이야기입니다.
책은 주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얘기합니다. 잠들기 전에 취해야 하는 루틴이나 잠을 잘 깨기 위해 아침에 따라야 하는 루틴을 알려주고 필요하다면 수면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도 권합니다. 어떤 베개나 파자마를 써야 하는지 침대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까지 설명합니다. 저자가 20년 이상 수면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며 쌓아온 노하우인 만큼 근거도 있습니다.
수면의 질 외에 책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이야기는 낮잠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만 잠을 자는 것은 사자처럼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는 힘이 센 동물뿐입니다.
인간은 본래 하루에 두세 차례에 걸쳐 잠을 잤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하루에 여러 차례에 걸쳐 잠을 나눠 자는 '다상 수면'은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이 취하는 자연스러운 수면 방식입니다. 즉, '밤잠'을 5시간만 자는 대신 낮잠을 통해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 오히려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자연스럽다는 얘기입니다. 마음에 드는 주장이었습니다. 저의 경우에 밤에 6시간을 자든 10시간을 자든 낮잠은 꼭 한 번 자야 하는 체질이라 회사에 출근을 할 땐 참 힘들었거든요. 낮잠을 참지 말란 얘기는 꼭 널리 전하고 싶습니다.
낮잠이 더 중요한 건 쇼트 슬리핑과의 관련성 때문입니다. 무작정 적게 자거나 '부자연스럽게' 밤잠만 자고 낮엔 잠을 참는 대신, 짧은 잠을 하루 중 여러 곳에 분산시키는 게 효율적이란 주장이니까요. 저자의 주장대로 적극적으로 짧은 낮잠을 취해 활력을 보충하는 게 좋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이처럼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는 짧게 자도 괜찮은 이유를 알려주었고, 어떻게 자면 푹 자는지도 가르쳐주지만 왜 꼭 5시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일찍 깨면 좋습니다>가 아니라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였네요. 결국 5시라는 시간은 12시에 취침을 한다는 가정 하에 5시간을 취침하면 도달하는 기상시간일 뿐일까요?
타이탄들은 하루의 첫 60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목소리 높여 강조한다.
이 시간이 그 후의 12시간 이상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그리고 꺼내 든 <타이탄의 도구들>은 팀 페리스가 많은 유명인사들과 얘기를 나누며 얻은 인사이트가 집약된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읽으셨거나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팀 페리스는 스스로를 '인간 기니피그'라고 부르는 기인으로 일상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생체실험(?)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동시에 <팀 페리스 쇼>라는 유명 팟캐스트의 호스트이기도 합니다. 이 쇼는 CEO, 작가, 석학 혹은 르브론 제임스 같은 스포츠 스타들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루틴,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얘기합니다. 책 제목에 들어있는 '타이탄'은 팀 페리스가 이들에게 붙인 호칭입니다.
이 책에서 아침 루틴에 대한 얘기는 첫 장 첫 단락에 나옵니다. 읽어보면, 그들의 아침 루틴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한편으로는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명상을 하며, 간단한 운동 후 차를 마시고 아침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이런 루틴을 다 수행하는 데에는 4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타이탄들마저도 이 5가지 루틴을 모두 지키는 날이 1년 중 3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특별해 보이지 않고 매일 반복하지도 않는 아침 루틴이 정말 중요한 걸까요?
책은 왜 이런 루틴이 중요한지 분석하지는 않습니다. 타이탄들에게 발견된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명할 뿐입니다. 저는 제 삶을 대입해 그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아침을 여유롭게 준비하는 날의 저는 알람 소리에 허겁지겁 일어나 출근하기에 바쁜 저보다 훨씬 더 느긋한 마음과 삶에 대한 통제감을 가집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기분이 하루 동안 맞이하는 많은 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나름의 결론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일찍 일어나기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란 것입니다. 책은 타이탄들의 기상 시간에 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러셀 포스터가 강연에서 얘기한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사회적 성공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과도 간접적으로 통합니다. 그저 타이탄들은 아침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하루의 첫 60분을 잘 보내려 노력할 뿐이라고 합니다.
제가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시작하며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한 것도 결국은 이 루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시라는 시간이 아니라 말이죠.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내가 원하는 순서대로 하루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저에게는 이 시간을 보내는 데 가장 적합한 시간이 새벽시간이었던 것뿐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침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 B. J. 노박
저에게 60분의 시간이 저녁에 주어지면 어떤 일을 하는지 볼까요? 아마도 인스타를 보거나 유튜브를 켜서 방금 올라온 피드를 쭉 훑어볼 겁니다. 때로는 그 날 있었던 NBA 경기와 롤챔스 경기를 다시 보기도 하구요. 하는 게임이 있다면 게임도 했겠죠. 모두 제가 즐거워하는 일이긴 하지만 다음날 되돌아보면 "차라리 좀 더 잘 걸"하는 말이 나오곤 하는 일들입니다.
1시간 일찍 잠에 든 뒤, 그 시간을 아침으로 옮긴 뒤 제가 한 일은 이렇습니다. 명상을 하고 아침 일기를 씁니다.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운동을 한 후에는 차를 마시면서 하루를 준비합니다. 단순히 시간을 옮겼을 뿐인데 제가 그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어떤 원리일까요?
밤늦은 시간에 쓴 편지를 아침에 읽으면 오글거리고 우스꽝스러웠던 경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여기엔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입니다. 밤에는 일조량이 적어져서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되는데 그 결과 낮에 비해 우울감, 불안감 등이 생겨납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입니다. 잠에 들기 위해서 나른함, 몽롱함 등을 만듭니다. 이 두 호르몬이 함께 작용하면 우리는 느닷없이 감성이 폭발하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같은 1시간이지만 밤과 아침에 다르게 활용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밤에 분비됐던 호르몬이 줄어들어 이성적으로 내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인도 있습니다. 저에게 꽤 큰 영향을 주는 건데요. "남들 자는 시간에 애써 일어나 놓고 기껏 하는 게 빈둥대는 거...?"라고 되묻는 제 안의 목소리입니다. 웃기지만 사실입니다. 친구들에게 아침형 인간을 꾸준히 권해왔던 저조차도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기 싫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남들에게도 아침형 인간을 권하는 사람이, 일어나기도 싫은 새벽에 눈을 뜨면서, 그 시간을 빈둥대며 보낼 순 없는 노릇이지요. 이유는 다소 어처구니없어도 그 결과는 만족스러운 하루의 시작으로 이어지니 나쁘지만은 않죠? :)
5시에 일어나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는데 저는 계속 아침형 인간을 권하고 다닐까요? 아마도 아닐 것 같습니다. 이제 아침형 인간이 되라는 조언을 건네는 대신, 삶을 개선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5시가 아니라도 좋으니 하루 60분을 자기가 바라는 이상적인 루틴으로 만들어보라는 얘기를 건네보려 합니다.
그러면 저는 계속해서 5시에 일어날까요? 정답은 YES입니다.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보다 낫다고 우쭐대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니구요. 타이탄들이 아침 루틴에 쓴 시간이 60분이라면 제가 필요한 시간은 3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이유죠?
이제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물음을 던져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삶에 필요한 루틴은 어떤 것인가요? 몇 분이 필요하신가요? 5시가 아니라도 좋으니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그런 루틴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