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마멋 한 마리씩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겨진 ‘아악-!’의 순간들

by 산뜻

일을 하다 보면 평생 마주치지 않았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놀랄만한 경험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로드로 왔던 손님이 알고 보니 마약사범이어서 경찰이 조사 목적으로 왔던 적도 있고, 술이 많이 취하신 여자 손님이 실오라기 하나 없는 몸으로 객실 문을 열고 나온 적도 있다. (물론 CCTV를 보고 있던 내가 황급히 원래 계시던 객실로 안내해 드리고 문을 닫아서 그 광경을 나 외에 마주친 이는 없었다.) 그 외에도 퇴실 시간이 되었는데도 결제도 안 한 채로 퇴실하지 않는 손님, TV를 부신 손님, 컴퓨터를 부신 손님, 신분증 도용하고 몰래 들어가려는 미성년자들 등등… 그렇지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놀랄만한 손님 유형은 화가 많은 손님인 것 같다.


숙박업소에는 미성년자들이 몰래 들어오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에 신분증 확인이 필수이다. 더욱이 미성년자도 앱으로 예약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이 부분은 법적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얼굴로 나이를 가늠하는 일은 확실하지 않은 방법이기에 가끔 신분증과 얼굴이 다른 경우에는 더욱 조심한다. 그럴 만한 것이 미성년자들이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타인의 신분증 사진을 핸드폰에 가지고 다니는 등 여러 가지 수법을 쓰는 일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에 입실하러 온 커플이 예약자 성함을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말했다가 다시금 원래 예약자 성함으로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의심이 들었다. 심지어 여자의 얼굴이 신분증의 얼굴과 미묘하게 다르다고 느낀 나는 여자분의 실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성함과 신분증의 성함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겠다고 여자 손님에게 요구했다. 그런데 체크카드에는 신분증과 전혀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이름은 처음 손님이 말했던 ‘완전히 다른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여자 손님은 이미 화가 많이 올라와 흥분한 상태로 나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한껏 커졌고 삿대질과 비아냥대는 말투였다.


“아니, 저 개명한 거예요. 저랑 얼굴 똑같은데 왜 그러세요? 저한테? 여자라서 보적보, 뭐 그런 거예요? 아니면 못생겨서 자격지심 그런 건가?”


그 말은 꽤 충격적이었지만, 나는 애써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신분증 확인을 정확히 하기 위함이었고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손님은 점점 고성을 지르며 흥분하였고 결국 경찰까지 와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알고 보니 실제로 성인이셨기에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성적으로 상황을 풀지 못하여서 경찰까지 온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일이 가끔 발생한다. 나도 이 일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대가 욕을 하던 소리를 지르던 의연하다. 그저 다른 손님이 불편하실까 걱정이 먼저 된다. 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점점 마음이 각박해지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평소에는 무표정하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놀러 왔다가 알게 되는 한국인들의 특징 중 하나이다.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무표정. 말을 걸면 친절한데 기본적으로 무표정이다. 나는 이런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마멋 한 마리씩은 있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마멋은 다람쥣과의 동물인데, ‘아악-!’하고 소리 지르는 마멋은 분노할만한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밈이다. 마멋은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소통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낸다고 한다. 밈에 쓰인 소리는 실제 마멋의 소리가 아니라 편집하여 덧입힌 남자의 비명 소리이다. 가끔 내 마음속에서도 ‘아악-!’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이유는 사람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멋의 특징이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다가 생각보다 마멋과 한국인 간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멋 / 한국인

• 산의 왕’이라는 칭호 / 대한민국 국토의 70%가 산

• 목욕을 좋아함 / 매일 씻는 사람이 많음

•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매, 여우, 코요테, 독수리 등 다양한 천적 있음 /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다른 나라는 침략하지 않는 평화주의적인 민족성

• 한 쌍이나 작은 가족으로 구성되는 편이며 고독한 개체 / 현재 한국인의 약 20%가 독신가구이며 고독한 사회가 되고 있음

• 심각한 멸종위기 동물 / 심각한 저출산 문제

•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크게 냄 / 다혈질에 화가 많은 성격이 많음




마멋처럼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를 긴장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그 ‘아악-!’은 우리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 마지막 경계선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수많은 마멋의 외침을 감춘 채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그 에너지를 일터에서, 가족을 위해, 혹은 어떤 꿈을 향해 불꽃처럼 태워가며 살아간다. 그런 게 바로, 한국 사람들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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