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조금씩 더 나를 사랑한다

실뱀 목걸이와 나로 돌아오는 길

by 산뜻


요즘 ‘생각의 파편들’에 연재할 만한 아이디어가 딱히 없다고 느끼고 있다.


시간이 나면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브런치 스토리 글을 읽으며 한참을 놀다가, 깊은 새벽 느지막이 소설을 쓰고는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식적인 생각보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에 더 관심이 많아져서, 생각을 비우고 흐르는 대로 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냥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어제 본 콘텐츠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볼까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계속 떠서 관심이 갔던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어젯밤에 봤다.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 고퀄리티의 움직임, 중독적인 OST, 곳곳에 묻어난 한국 고유의 문화 등등 흥행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많았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스토리였다. 이 애니메이션에 담긴 내용 자체가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위로로 다가올 것 같았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줄거리

핵심 등장인물은 악귀들을 잡는 데몬 헌터스이자 아이돌 그룹인 ‘헌트릭스’와, 저승사자이면서 헌트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인 ‘사자보이즈’이다.
그 두 그룹의 핵심 멤버인 루미와 진우가 자연스럽게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면서, 피어난 사랑으로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이다.


먼저 루미는 아빠가 저승사자였기에, 악귀의 상징인 문양을 피부에 가지고 있고 이를 숨기며 헌터 생활을 한다.

그래서 비밀이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진우는 과거에 가족들을 배신하고 호의호식하다가 저승사자가 되었다.

그로 인해 죄책감과 수치심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자신의 과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 둘은 다른 곳에 속해 있었지만, ‘자기 혐오’로 고통받는 면에서 같았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속한 곳에서 ‘스탠다드형 사람’이 아닌 ‘경계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숨겨야 했고,

진우는 과거의 잘못에 항상 붙잡혀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현실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나 기준이 되는 이상적인 모습이 존재한다.

대학교는 인서울은 해야 하고, 집은 서울에 있어야 하며, 연봉은 어쩌고...

그리고 그 외의 사례는 실패로 인식하는 문화가 아직도 만연하다.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는 개인에게 타인과의 지속적인 비교를 부추기고, 결국 자신의 본모습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도 10대 때 가족들이 나를 둘러싸고 앉아서

“코만 고치면 완벽하겠다”라고 했던 일이 아직도 생각난다. 나는 성형에 관심 없다며 귀찮아했지만, 그들의 말로 인해 ‘매부리코는 안 예쁘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내 코를 그냥 그대로 두고 살았다.


태몽도 비슷하다.

내 태몽은 실뱀 떼가 엄마에게 몰려드는 꿈이었다고 한다. 여동생은 여자아이답게 알밤 꿈이었고, 남동생은 예쁜 잉어 꿈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징그러운 실뱀 떼였을까?’ 싶어서,

나의 태몽에 대해서 유쾌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실뱀은 물속에서 헤엄치면, 물이 흐르는 것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혼자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나의 모습과 닮았다.

그리고 실뱀은 항상 회귀하는 습성이 있다.

낮에는 지하 깊숙이 낙엽 아래 있다가, 먹이를 찾은 뒤 다시 은밀하게 지하로 돌아간다.

이는 어떤 아픔과 상황 속에서도 기억과 무의식 등을 계속 짚으며, 온전한 나로 돌아오려는 나의 끈질긴 노력과 닮았다.


또한 실뱀은 눈이 퇴화되어 있어 감각이 매우 발달해 있다. 나도 직관이 매우 발달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상징인 실뱀 태몽을 좀 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기념으로 심장 가까이까지 내려오는 실뱀 모양의 은색 목걸이를 하나 장만했다.

매끄럽고 조용히 구불거리는 그 실루엣은, 어떤 아픔 속에서도 나를 꿋꿋이 돌아오게 만든 나의 무의식을 닮아 있다.



_φ(・_・

나는 이렇게 매일,

조금씩 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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