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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 Sep 27. 2023

나는 그냥 너가 애틋해서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하는 일

 ‘애틋하다’라는 말의 뜻을 찾으면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하다.’라고 나온다. 

이 글을 쓰려고 앉아서 사전을 찾기 전에는 ‘애틋함’의 뜻을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감정을 먼저 느꼈고, 그 다음에 머리 속에 ‘애틋하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치 그 단어만이 내 마음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이해되지 않는 상황. 아니 어쩌면 이해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나는 이상하게 너가 자꾸만 이해가 됐다. 

어떤 단어를 골라 말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도. 마치 내가 실제로 너의 시간을 살아온 것처럼 너의 고민이, 생각이, 감정이 밀려 들어오는 순간들이 이 전에도 종종 있었다. 


그날도 우리는 이제 막 앉아서 잘 지냈냐는 인사말 한두 마디를 겨우 주고받기 시작한 상태였는데 그랬다.

그냥 이 어색한 자리와 내 앞에 너까지 다 이해가 되어버렸다. 한두 마디 말 사이 목소리의 떨림과 단어와 단어 사이의 정적에서 말하지 못한 망설임이 들렸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여기에 서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가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마도 나는 네가 하는 말보다는 그 말 너머의 너의 시간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숨겨진 이야기들은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흘러들어왔다. 말은 띄엄띄엄 지나가는데 그 안에 말하지 못한 마음은 물밀듯이 흘러 들어온다. 최선을 다해 무언가 말해보려는 노력과 그런데도 전달되지 못한 것들은 숨겨지지 못하고 안타까운 표정이 되어 나타났다. 드문드문 끊기는 말 사이에 아마 내가 더 들어야 할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큰 마음은 말로는 전달되지 않는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갑작스럽게 연락해 미안하다는 말에 괜찮다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말로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글이 되어 돌아왔다.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장문의 글. 그리고 나는 다시 괜찮다는 이야기를 아주 길게 적었다. 

나는 그냥 너가 너무 애틋해서, 그래서 다 이해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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