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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01.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3. 채제공, 「우희(虞姬)」

3. 장렬한 우희의 죽음

虞姬命薄戚姬榮   박복했던 우희와 영화 누린 척희는

落溷飄筵等是英   떨어진 곳 달랐지만 똑같은 꽃이었네.  

畢竟漢宮人彘辱   결국엔 궁궐에서 사람돼지 되었으니  

爭如楚幕死分明   막사에서 장렬하게 죽은 것과 어찌 같으랴 

채제공, 「우희(虞姬)」     


[평설]

이 시는 우희를 척희와의 비교를 통해 우희의 삶을 위로하고 있다. 우희는 항우가 유방(劉邦)에게 패하여 오강(烏江)에서 죽을 때, 전날 밤 자결하였다. 반면 척희는 한고조 유방의 총애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유방이 세상을 떠난 뒤에 여후(呂后)가 척희의 손발을 자르고 눈을 빼고 귀머거리와 벙어리로 만들어 궁중의 변소에서 살게 하며 ‘사람돼지[人彘]’라고 불렀다. 

우희와 척희 두 사람은 현세의 영욕에서 장단(長短)의 차이가 있었다. 척희는 영화를 누리다가 여후에게 처참한 보복을 당했지만 우희는 영화를 다 누리지 못하고 막사에서 쓸쓸하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했다. 이렇게 본다면 우희의 삶이 척희보다 못할 것도 없는 셈이 된다. 작가는 우희의 죽음에 대한 조사(弔辭)를 이렇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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