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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Feb 12. 2023

삼국(三國)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2

이곡(李穀), 「영사(詠史)」, 예형(禰衡)

2. 조조가 예형을 차도살인(借刀殺人)하다     

輕狂罵操已多危(경광매조이다위)   방정맞게 조조 꾸짖음 진작 위험 많았는데, 

送與劉家意可知(송여유가의가지)   유표에게 보내신 뜻 무엇인지 알 만하네. 

未必高才人盡愛(미필고재인진애)   재주 높다 남이 꼭 아끼진 않는 거니 

失身江夏亦爲遲(실신강하역위지)   강하에서 죽은 일도 늦었다 하겠다네.

이곡(李穀), 「영사(詠史)」, 예형(禰衡)     


[평설]

예형과 공융(孔融)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망년지교(忘年之交)를 맺었다. 공융이 조조에게 예형을 추천하자 조조가 예형을 승상부로 불렀다. 여기서 조조가 예형을 박대하자 조조 휘하의 사람들을 하나 하나 언급하며 악담을 퍼부었다. 이때 화가 난 장요가 칼을 뽑아 예형을 죽이려 하자 조조가 만류하면서 조만간 연회가 있는데 고수(鼓手)가 필요하니 내버려 두라고 했다.

연회날 예형은 평상복 차림으로 들어가 북을 쳤다. 연주가 끝나자 행사를 주관하는 관리가 예형의 옷차림을 꾸짖었다. 그러자 예형은 그 자리에서 옷을 다 벗었다가 다시 입었다. 한마디로 알몸쇼를 해서 상대를 욕보인 것이다. 조조가 분개해 예형을 나무라자 예형은 오히려 조조가 대역무도하다 꾸짖었다. 이에 조조는 노해서 예형을 형주에 사신으로 보내 유표(劉表)의 손을 빌려 죽이려 했다. 예형이 유표를 만나서도 함부로 말을 하자, 유표는 예형을 강하태수 황조(黃祖)에게 보냈다. 거기서도 예형은 황조를 욕하다가 끝내 죽임을 당했다. 예형의 나이 26살이었다. 

예형이 조조에게 악담과 알몸쇼를 할 때부터 예형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조조는 자신의 명성에 흠이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유표를 통해 차도살인(借刀殺人)을 한 것이다. 예형은 굳건한 체재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도, 세상이 무서울 줄도 모르고 어설프게 까부는 애송이의 상징으로도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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