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2. 봄의 흥취[春興], 정몽주

by 박동욱

2. 봄의 흥취[春興], 정몽주

春雨細不滴 봄비는 방울 짓지 못하였는데,

夜中微有聲 밤중에 부슬부슬 소리 들리니

雪盡南溪漲 눈 녹아 남쪽 시내 불어날 테고,

草芽多少生 풀싹들도 이들이들 돋아나겠지.


[평설]

봄비처럼 봄날이 찾아왔음을 강력하게 알려주는 신호도 없다. 어느 봄날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방울이 맺히는 것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린다. 이제 곧 시냇물이 불어나고 풀싹이 자라나리라. 봄은 추위로 무장했던 겨울이란 강적에게 끝내 항복을 받아 내고야 만 언더독이다. 세상사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고 아무런 일이 없던 것은 아니다. 미세한 몸부림과 작디작은 다짐 속에 희망도 그렇게 거짓말처럼 찾아오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년 365일, 한시 365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