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무더위[苦熱], 이규보(李奎報)
17. 무더위[苦熱], 이규보(李奎報)
酷熱甚於火 찌는 더위 불보다 더 심해서는
千爐扇炭紅 천 개 화로에 붉은 숯불 부채질하네.
馮夷應暍死 풍이도 더위 먹어 죽을 것이니
燒及水精宮 불길이 수정궁까지 닿을 것이네.
[평설]
더위도 이만저만한 더위가 아니다. 천 개나 되는 화로에서 지글지글 숯불이 피워 내는 열기와 같다. 풍이는 물을 맡은 신(神)의 이름이고 수정궁(水精宮)은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용왕의 궁전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물의 신도 더위 먹어 죽게 될 지경이고, 더운 열기가 물속에 있는 용왕의 궁전까지 닿는다고 말하고 있다. 더위가 물속 깊은 곳까지 미칠 지경이니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말할 것도 없다. “아! 더워서 못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