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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8)

18. 호박 잎사귀 뚜껑[送申使君光洙之任漣川], 이용휴(李用休)

by 박동욱

18. 호박 잎사귀 뚜껑[送申使君光洙之任漣川], 이용휴(李用休)

村婦從兩犬 시골 아낙 두 마리 개를 데리고

栲栳盛午饁 광주리에 점심밥 담아 내간다.

或恐虫投羹 벌레가 국그릇에 들어갈까 봐

覆之以瓠葉 호박 잎 따다가는 위에 덮었네.


[평설]

이용휴가 지방관으로 나가는 신광수에게 써 준 시이다.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시골 아낙은 광주리에 들밥을 이고 나르는데, 두 마리 개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온다. 시인은 돌연 광주리 안쪽을 줌인(zoom-in)한다. 그새 국그릇에 벌레가 혹시 들어갈까 봐 호박 잎새를 뚜껑 삼아 덮어 놓았다. 이처럼 시인은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곳을 주목했다. 점심을 정성껏 준비해 내가는 아낙의 풍경이 따스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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