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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23)

23. 그뿐이면 족한 집[答賓], 장혼(張混)

by 박동욱

23. 그뿐이면 족한 집[答賓], 장혼(張混)

籬角妻舂粟 울타리 가 아내는 절구질하고

樹根兒讀書 나무 아래 아이는 책을 읽는다.

不愁迷處所 사는 곳 못 찾을까 걱정없으니

卽此是吾廬 바로 여기 내가 사는 나의 집이네.


[평설]

장혼은 중인이었다. 집의 이름을 이이엄(而已广)으로 정했으니 ‘그뿐이면 족한 집’이란 뜻이다. 이 집에는 사연이 숨어 있다. 집 짓는 비용 300관을 마련하지 못해서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간신히 마련한 집이다. 이 집의 풍경은 다음과 같다. 울타리 옆에선 아내가 절구질하고 있으며 나무 아래에선 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 남들에겐 특별한 모습을 찾을 수 없겠지만 나에겐 특별한 나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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