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食後], 오숙(吳䎘)
24.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食後], 오숙(吳䎘)
食後徐行向菜田 밥 먹고 채소밭을 느릿느릿 걸어가니
病妻隨後稚兒先 병든 아내 뒤따르고 아이들 앞장서네.
人生此樂餘無願 인생의 이 즐거움에 더 바랄 것 없을 터니
誰自勞勞送百年 그 누가 수고롭게 백 년 인생 보내는가.
[평설]
밥 먹고서 가족들과 산보를 하고 있다. 아내는 아프지만 뒤에서 보폭을 맞추려 하고, 아이들은 뭔가 그리 신이 났는지 앞에서 멀찍이 달려 나간다.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풍경이다. 인생은 무언가 거창한 무게가 있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정작 시간과 마음을 쏟아야 할 곳에는 소홀히 하고, 애먼 데를 기웃거린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날, 무언인지 기억할 수도 없는 사소한 기억들, 바로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