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4)

34. 불합격 소식[無題], 이항복

by 박동욱

34. 불합격 소식[無題], 이항복

館者不來日已西 과거 본 이 안 오고 해 이미 저무는데,

渾家僮僕色悽悽 온 집안 종놈들은 얼굴빛 서글프네.

年年費盡場中饌 해마다 과거 시험 반찬으로 다 소비해,

無復窓前聽曉鷄 다시는 창 앞에 새벽 닭 울음 들리잖네.


[평설]

이항복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지봉유설』에만 실려 있고 그의 문집에는 나오지 않는다. 과거 응시생은 차마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어서 저물녘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집안의 종놈들은 눈치가 빤해서 주인이 이번 과거 시험에도 물 먹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과거 응시생이 닭으로 만든 반찬을 싸가던 풍습이 있었던 모양이다. 집에 있는 닭들을 다 잡아 먹어 새벽 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했다. 수험생이 얼마나 여러번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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