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영감과 할멈[題村舍壁 竝序], 김정희
41. 영감과 할멈[題村舍壁 竝序], 김정희
禿柳一株屋數椽 한 그루 늙은 버들 두어 서까래 집에
翁婆白髮兩蕭然 머리 하얀 영감 할멈 둘이 다 쓸쓸하네.
未過三尺溪邊路 석 자가 아니 되는 시냇가 길 못 넘고서
玉䕽西風七十年 옥수수 가을 바람 칠십 년 살았다오
길가의 마을 집이 옥수수밭 가운데 있는데 두 늙은 영감 할멈이 오손도손 지낸다. 그래서 영감 나이가 몇이나 되었느냐 물었더니 일흔 살이라 한다. 한양에 올라갔었느냐 하니 일찍이 관청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무얼 먹고 사는가 하고 물으니 옥수수를 먹는다고 했다. 나는 남북으로 떠다니며 비바람에 휘날리던 신세라 영감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망연자실하였다.
[평설]
이 시는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에서 노부부를 만난 감회를 적은 것이다. 유배지에서 쓴 한시 중에는 늙은 아내를 다룬 시들이 유독 많다. 노부부는 한양에는 가본 적도 없고 옥수수를 먹고 산다고 했다. 그들의 삶이 부러울 필요가 없는 삶이었지만, 추사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무엇을 위해 이 유배지를 떠돌고 있는가? 헛된 욕망과 욕심 때문에 진정한 행복을 잃고 산 것은 아닌지 자책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