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연기 끊긴 굴뚝에 냉골 방바닥[冷堗], 허필(許佖)
124. 연기 끊긴 굴뚝에 냉골 방바닥[冷堗], 허필(許佖, 1709~1768)
달팽이 껍질만 한 가옥에서는
땔나무가 없어서 불씨 끊겼네.
해가 다하도록 묵자(墨子)의 굴뚝이요,
겨울날에 백가(白家)의 침상이로다.
有屋同蝸殼 無薪絶燧皇
長年墨氏堗 冬日白家牀
[평설]
달팽이 껍질 같은 작은 집에 그나마 남아 있던 땔감까지 끊겨 집이 냉골이 돼버렸다. 묵자(墨子)의 굴뚝은 천하를 다니느라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떠나는 것을 이른다. 여기서는 묵자가 천하를 다니느라 밥을 지어 먹지 못해서 굴뚝이 검어질 새가 없다는 것에 빗대어, 자신이 가난해서 밥을 해 먹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백가(白家)의 침상은 백거이(白居易)가 어떤 이에게 반석(盤石)을 선물 받아 한여름을 지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땔감이 떨어져 연기 끊어진 굴뚝에다 냉골이 된 방바닥에서 견뎌야 했다.